편안한 아름다움을 신는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 전태수 대표

  • 입력 2017.11.07 09:34
  • 수정 2017.11.07 09:50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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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1970년대부터 수제화 업체가 하나둘 모인 곳이다. 현재는 350여 곳의 수제화 업체를 비롯해 여러 수제화 장인들이 머물며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찾는다. 그러나 손으로 만든 수제화라고 해서 모두 같은 수제화는 아니다. 만드는 사람의 장인정신과 기술에 따라 차이가 크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 전태수 대표를 만나 구두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어본 사람은 알 수 있는 ‘편한 구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구두가 버선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모았다. 이 구두는 전태수 대표가 제작한 것이다. 개성 있는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한 착화감을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전 대표의 구두는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의 몸에는 여러 개의 스프링이 존재합니다. 걷거나 서 있을 때 발의 횡아치, 내측 종아치, 뒤꿈치부터 무게가 가해지고 엄지발가락 쪽도 몸무게의 힘을 받게 됩니다"라고 전 대표가 전했다. 이때 안정적으로 균형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편안한 신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양 위주로 신발을 만들게 되면 발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샘플로 제작된 구두를 직접 신어보았다. 신는 순간 느껴지는 편안함과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에 감탄했다. 하이힐임에도 불구하고, 발이 무척 편했다. 디자인 샘플용 제품이 이정도니, 직접 발에 맞춰 신게되면 얼마나 편안할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에 비치된 샘플 디자인 중에 선택할 수도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직접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접 와서 정확한 발 모양과 크기를 측정 후 제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바쁜 고객들을 위한 방법도 있다. 발 치수를 전화로 알려주고 제작할 수도 있으며, 발 치수와 함께 발 사진을 찍어 보내면 더욱 자신에게 맞는 구두를 제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으로
수제화로 많이 알려진 성수동은 2012년 서울시에 의해 수제화산업특화지역으로 지정됐다. 2016년 성수동 제1회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선발대회가 열렸다. 20년 이상 수제화 분야에서 종사하고 제작한 사람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전 대표는 1호 명장으로 인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 대표는 2014년 ‘JS슈즈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방문고객의 발을 측정하여 구두 제작을 하고 있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최근 ‘서울 학생 직업체험 교육기부 인증기관’이라는 정부지원교육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수제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이곳에서 수제화 제작에 대해 배우며 꿈을 키워간다. 

최근 2018년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막을 기원하는 ‘위대한한국인대통합축전’이 열렸다. 예술 및 기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린 이 행사에서 전 대표는 장인으로 지정되었으며,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조직위원회 일원으로도 추대됐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전 대표는 구두는 사람의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인간의 전신 건강에 기여하는 필수불가결한 품목임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전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사람의 발에 대해 관찰과 연구를 계속했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발 모양에 맞는 디자인과, 개개인의 발 특성을 고려해 균형에 맞는 구두를 제작하는 데 온 힘을 다해왔다. “제가 만든 수제화는 손으로 다 짜서 꿰매 튼튼하고 오랜 수명을 유지하며, 발 건강에 유익하고 편안합니다”라며 전태수 명장은 자신이 만든 신발에 자긍심을 표했다. 

전 대표는 구두사업을 해오며 경제 흐름에 따라 성공을 누리기도, 시련을 겪기도 했다. 힘든 순간에도 강한 정신력과 구두를 향한 열정으로 전 대표는 구두를 만들어왔다. 마침내 그 노력이 빛을 발하며 JS슈즈디자인 연구소 대표로, 그리고 구두 명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어려움을 이겨내며 마침내 최고의 성과를 거둔 전 대표는 구두 명장으로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성공한 셈이다. 

그는 우수한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처음 구두를 배울 무렵의 그 힘든 시간들을 전 대표는 잊지 못한다. 그래서 제자들이 느낄 심정까지 헤아리며 스승과 제자의 사이의 권위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끌어주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구청에서 수십여 명의 수강생으로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소수정예 형태로 제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 후 늦게까지 수업을 들어가며 노력해 독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 대표는 지금 구두박물관을 설립하는 꿈을 꾼다. 관련 자료와 함께 다양한 구두를 전시하는 근사한 구두박물관의 건립은 그에게 오늘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전 대표는 세계적인 수제화 장인이 탄생하려면, 그러한 우수한 장인을 배출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제화 장인들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대한민국 수제화 기술의 우수함을 전 세계로 널리 알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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