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안희정, '절대적인 약자'에게 폭력을 가한 '힘 있는 자'

  • 입력 2018.03.06 14:36
  • 수정 2018.03.06 14:40
  • 기자명 이원호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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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폭로에 뉴스를 보던 국민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현 충청남도 도지사이자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안희정, 그리고 증언에 나선 피해자는 그의 비서였다. 피해자는 안 지사가 미투 언급을 하며 본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상태에서 또다시 성폭력을 저지르는 모습에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출처 : 안희정 페이스북 캡처
출처 : 안희정 페이스북 캡처

여파는 엄청났다. 해당 뉴스가 전파를 탄 지 1시간도 안 돼서 더불어민주당은 긴급회의를 열어 안희정 충남지사를 출당·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안희정’으로 도배되었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무수히 쏟아졌다. 심지어 충청남도 홈페이지는 완전히 다운되어 접속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안희정 지사는 새벽 1시경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되었다며, 도지사직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모든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의 저서 <콜라보네이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절대적인 약자에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아이, 여성이 있다. ……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 있고, 전쟁이 닥치면 남성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약자다.”(p.167), “폭력의 원천은 힘 있는 자다. 힘이 없으면 애당초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p.177). 이 내용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 안희정 본인은 ‘절대적인 약자’에게 폭력을 가한 ‘힘 있는 자’이다.
 
‘불륜’과 ‘성폭력’을 동시에 범한 이에게 정치적 지지를 보일 국민은 없다. 안희정의 정치 인생은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먼저, 피해자인 김지은 비서에게 개인적으로 용서를 구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사과해야 한다. 다른 피해자가 추가로 있다는 의혹에도 성실히 답해야 한다. 소리 소문 없이 잠적하거나 하지 말고, 철저하게 본인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난 뒤에 정치판에서 떠나야 한다. 그것이 한때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공인으로서 보일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이다.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김지은 비서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낸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어깨 쭉 펴시라. 이미 많은 국민들이 당신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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