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그 가치의 지평선을 넘어

과거와 인연을 잇는 고고학

  • 입력 2018.04.26 09:18
  • 수정 2018.04.26 12:23
  • 기자명 이지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동시에 그 산물이다. 우리는 고고학을 통해 과거의 문화와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은 유물을 통해 사회를 짐작하고 탐구하는 고고학은 문물의 가치와 인간을 생각하는 학문에 가깝다. 박물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문화재가 그 자리에 보존되기까지의 과정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발굴 장소를 답사하며 꺼내고 기록과 복원작업을 거치며 비로소 학문적인 탐구 과정을 밟는다. 최종혁 원장은 재단법인 부경문물연구원의 원장으로 고고학과 인연을 맺고 대중과 문물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민족의 흔적 문물(文物)
공공의 자산으로 민족의 흔적인 문물(文物)은 모두가 함께 향유(享有)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2010년 개원한 부경문물연구원은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지역문화와 선조들의 발자취를 연구한다. 연구원이 위치한 강서구에 소재한 유적들 또한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최종혁 원장은 연구를 이어오며 시민 강좌를 선보여 지역 문화재 문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고고학은 왕릉처럼 규모가 큰 유적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주거지나 공방을 발굴하며 평민의 삶을 들여다본다. 사대부 계층 이상의 기록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문헌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현재 부경문물연구원은 조선시대 후기의 염전을 발굴중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천일염과는 다른 우리의 자염(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소금)을 추적한다. 
“대동여지도에도 자염최성(煮鹽最盛) 이라는 문헌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 흔적을 처음 발견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올해 마무리가 될 예정입니다.”  

역사로부터 시작된 고고학
최종혁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역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최 원장은 교수님의 추천으로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서양에서 학문이 시작한 고고학이지만 동서양의 조화와 문화의 뿌리를 배우며 인상 깊은 시간을 보냈다. 
최 원장은 특히 환경과 동물유체에 관한 기록과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사학은 역사이론을 다룬다면 고고학은 유적과 유물이 연구 자료가 되는 복원과 해석의 학문이다. 최종혁 원장은 문헌으로 풀어가는 사학과 달리 고고학은 볼펜을 가지고도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명료하게 표현했다. 그는 주관적인 해석을 객관화하는 고고학의 매력과 첫 발굴의 감흥이 오랜 시간 연구의 길을 걷게 한 발판이 되었다고 밝혔다. 시작은 합천에서 발굴한 몇 천 년 전의 신석기 유물이었다. 토기와 함께 석부*가 나왔다. 눈을 사로잡은 날을 그었을 때 장갑이 끊어졌다. 첫 발굴의 경험은 신선했고 더 깊은 연구를 다짐했다.

* 나무를 깎거나 다듬는데 사용하는 연모로 날의 한쪽 면을 갈아 만든 석기

문화재 조사는 앞으로 기술적으로 발전하며 나아갈 것이다. 최 원장은 현재 선사시대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사회에 대한 연구와 동물유체의 고고학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강연을 개설하며 환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고고학을 통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발견하는 과정은 환경에 대해 고민과 교훈을 던져준다.

끊임없는 탐구정신으로
한 집단이 고유의 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고학은 유물 속에서 과거의 문화와 사회를 밝히며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다. 발굴 장소를 답사하고 손상이 적도록 꺼내어 기록과 복원을 거쳐 탐구하는 학문이다.

최종혁 원장은 고고학과 문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앞으로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 발굴된 유물에 대한 관심과 학생들이 견학을 오고 호기심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최 원장은 보다 더 문화재와 친숙해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 박물관 견학 시에 해설가 가이드를 신청하길 권유한다. 한 가지를 보더라도 제대로 역사와 설명을 들으면 깊이 있는 경험이 된다. 또한 교양서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고고학과 역사를 접할 수 있고 지역별 다양한 대회나 축제를 통해서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최종혁 원장은 작업 환경을 가리지 않고 성실히 임해야한다는 고고학자의 숙명을 뜨거운 열정으로 이겨냈다. 흥미가 뒷받침된 탐구와 끈기는 여전히 새로운 문물의 발굴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그의 원동력이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