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백종원, 지역 특화 프렌차이즈를 꿈꾸다

송호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한철용 교수

  • 입력 2018.05.23 13:54
  • 수정 2018.05.23 14:28
  • 기자명 윤치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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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그 당시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무엇일까? 회담 장소였던 '판문점'부터 '종전선언' 등 중요한 키워드가 많았다. 하지만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따르면 당시 1위 키워드는 ‘평양냉면’이었다. CNN이 이를 두고 국수 외교(Noodle Diplomacy)라며 치켜세웠고, 대한민국의 평양냉면업계는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우리가 흔히 의식주라고 부르는 ‘식(食)’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오죽하면 생계를 유지한다는 표현을 '먹고 살다'라고 말하겠는가. ‘평양냉면’이 중요한 외교수단이 된 이유도, SNS 상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유도 모두 이와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먹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음식 중에는 평양냉면처럼 지명 자체가 보증브랜드인 경우가 꽤 많다. 횡성 한우도 그런 경우다. ‘횡성 한우’를 포함하여 ‘봉평 메밀,’ ‘오대산 산채나물’ 등 강원도 주요 지역 특산물 브랜드 성공의 숨은 주역, 송호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한철용 교수를 소개한다. 

음식이 아닌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보통 호텔외식조리학과라고 하면 호텔에서 고급스러운 요리를 직접 조리하고 있는 셰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만든 음식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에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는 육가공학으로 마쳤지만 박사는 육가공학 외에 경영학 학위까지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워낙 맛집도 많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맛있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장사가 어렵다. 맛은 기본 이고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도 필수다. 

하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요리 연구가이자 요식업 CEO인 백종원이 진행하는 ‘강남역 푸드트럭 프로젝트’나 ‘이대 골목상권 살리기 프로젝트’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홍보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 시스템과 노하우를 얻어가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강원도 백종원’, 다양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 
한 교수의 별명은 ‘강원도 백종원’이다. 백종원처럼 한 교수도 오랫동안 외식 업계 컨설턴트 역할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젝트 대부분 강원도 지역 향토 음식 전문이라는 점일 것이다. 한 교수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지역인재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횡성 한우 명인 만들기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다. 당시 돼지나 닭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한우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우 가공식품을 많이 만들어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평창군 우수외식업 지구 선정 사업이다. 당시 메밀로 유명한 봉평 우수외식업 지구, 산채나물의 오대산 우수외식업 지구, 자연 밥상 콘셉트의 평창읍 우수외식업 지구까지 크게 세 지역에서 세 차례에 걸쳐 사업이 진행 되었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평창군의 많은 외식업 종사자들을 알게 되었고 이들을 도우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지역 특산물에 대한 스토리텔링 액자가 반응이 좋았다. 당시 각식당에 하나씩 걸어둔 것이 올림픽이 끝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전국 전문대학 평가가 야박했던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킨 계기가 되어 한 교수에게는 더 특별하다. 

어릴 적 꿈의 연장선, BBQ에서 전성기 
사실 처음부터 그가 외식 경영 전문가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꿈은 식품 공장 사장님이었다. 어린 시절 TV에서 미국까지 제품을 수출하는 시골의 어느 수제 소시지 공장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이 어느새 육가공학 학사, 석사로 이어졌고, 첫 취업도 치킨 회사였다. 그 회사가 바로 ㈜제네시스 BBQ다. 

99년도는 IMF 여파로 취업이 어려웠던 시기다. 온종일 대학교 취업 지원실에 앉아서 전공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일단 다 넣었고 BBQ도 그중 하나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교수는 BBQ 연구소에 공채 1기 상품 개발 및 품질관리 직무로 최종 합격한다. 당시에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고, 시간이 지나 나라가 안정되면 큰 기업으로 옮길 수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일이 훨씬 재밌어 한동안 일에 빠져 살았다. BBQ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한 교수 역시 회사와 함께 전성기를 보냈다. 

추진력과 겸손함을 배운 창업 경험 
“BBQ치킨이 커질수록 업계에서 이름이 났고, 이내 자만심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성공하리라고 너무 쉽게 창업을 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창업에 관해 물어보자 한 교수는 회한이 남는 듯했다. 동네 중국집이 전부였던 당시 한 교수는 중국집 프렌차 이즈를 꿈꾸며 야심차게 자기만의 식당을 세웠다. 메뉴는 주력 메뉴 3~4개에만 집중하고, 주방은 개방형으로 공개하여 깨끗함을 전달했다. 얼핏 들었을 때 오늘날 ‘홍반장’과 유사한 콘셉트이었지만 출시가 너무 빨랐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반적인 동네 중국집보다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왔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더욱이 함께 창업을 도와주던 학생들이 점점 지쳐 나가떨어지자 타격이 컸다. 혼자서 배달부터, 주문, 요리, 기록을 전부 다 했다. 한 번은 전단지를 옮기다가 사고가 한번 크게 났는데 그때 사업은 절대 혼자서 하는 게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첫째 딸과 둘째 딸을 보면서 한 교수는 결국 문을 닫고 대학교 교단에 섰다. 사업 시작한 지 1년 만이었다. 그래도 창업 당시 실전 경험 덕분에 컨설팅을 하면 학계에서 연구만 하는 교수님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또한 무슨 일이든 주인의식을 가지고 추진력 있게 진행해나가는 힘은 창업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다. 무엇보다 BBQ 이후 오만 해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강사에서 송호대학교 부교수가 되기까지 
사업 당시 한 교수는 한국관광대학 겸임교수로 있었다. 그러다 사업을 그만두고는 장안대학교 시간강사 일도 함께 시작했다. 교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때부터다. 현재는 송호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에서 부교수로 근무 중인데 시간강사 시절부터 곁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서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고 교수 생활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편하려면 한없이 편하지만, 바쁘면 한없이 바쁜 것이 교수’라고 했다. 송호대학교는 강원도 지방에 있는 작은 전문대학이다. 그만큼 학생들 관리에도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기업과의 산학 협력, 지역적 특성을 살린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님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아마 인기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과 학생들에게는 자식 같은 마음에 오히려 더 엄하게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교수가 CS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경영학 박사 학위를 하나 더 받은 것도 모두 결국 학생들을 위해 더 전문성을 갖추고,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런 노력을 알아준 것일까? 현재 송호대학교는 버거킹과 산학 연계가 되어있는데 그동안 버거킹에서 좋은 성과를 낸 선배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 외식 프렌차이즈가 나아갈 길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더 많다고 하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이는 또한 그만큼 우리나라 외식 자영업의 비중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치킨 창업이 많은 이유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외식 창업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한 교수는 외식 창업에 성공하는 사람을 “하늘에서 내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히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한국 프렌차이즈의 바람직한 모델로 커피전문점 이디야의 사례를 들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시 가맹점 만족도 평가가 있는데, 이는 무작위로 가맹점 실사 평가로 진행되며, 이때 가맹점주의 본사에 대한 신뢰가 무척이나 높았다고 한다. 이런 긴밀한 상호 신뢰 관계가 프렌차이즈 가맹점의 만족도를 높이고 결국 가맹점의 재계약 의도에 영향을 주어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상생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디야가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가지고도 폐점률이 0%에 가까운 이유라고 했다. 

지역 브랜드와 프렌차이즈의 만남 
지역 외식 경영 전문가이자 프랜차이즈 시스템 전문가로서 한 교수는 앞으로 이 두 가지를 결합한 프로젝트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한우는 비싸다는 인식이 많다. 그런데 오히려 한우 축산 농가는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생산에서 가공, 유통, 판매 단계의 통합관리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고, 돼지나 닭에 비하여 한우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 품과 유통 판매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우의 구이 중심 문화도 문제다. 600kg의 한우 도체에서 선호 부위 60kg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위에서 부가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횡성한우 지역 브랜드를 내건 비선호 부위 프렌 차이즈 사업’이라는 게 한 교수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횡성 한우 브랜드를 가진 설렁탕 프렌차이즈가 나온다면 어떨까? 이러한 한 교수의 포부를 인용하며 그의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를 기원해본다. 
“횡성한우는 한우 대표 브랜드입니다. 횡성한우의 비선호 부위를 이용한 전국점포의 외식업 브랜드 사업을 한다면 횡성 한우를 이용한 모든 경로 구성원들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횡성의 젊은이들을 고용하여 지역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횡성축협과, 횡성군청, 송호대학교가 서로 협업하여 탄생할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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