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천명지위성과 솔성지위도의 과학적 근거

인공지능과 중용 Vol.4

  • 입력 2018.06.04 13:46
  • 수정 2018.06.04 14:08
  • 기자명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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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에서는 타고난 본성이 천명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에서는 그 타고난 본성이라도 통솔이 가능한 도가 있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그 다음엔 솔성의 방법을 연구하는 교육법에 대한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라는 문구가 따른다. 우선 천명(nature)과 솔성(nurture)의 대결구도에 관한 과학적 근거들을 보자. 우리의 DNA는 생존의 코드이다. 기나긴 세월 진화를 하면서 그동안 적자생존에 필요했던 수많은 명령코드가 담겨있고 그 중 일부가 지금의 인간에 맞게 작동한다. 사주나 별자리에 대한 근거는 중성미자 등의 별빛과 관련이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별빛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미토콘드리아에서 ATP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우주의 별빛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누구나 수정란의 초기나 탄생 초기에 그 별빛의 약간의 차이를 각인할 가능성이 있다. 지구 주변의 별빛이 계절마다 다르며 사람마다 자기 초기세포에 목성을 통과한 별빛이 더 많았거나 수성이나 금성이나 화성을 통과한 별빛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약간의 차이지만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그 작은 차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DNA의 발현을 바꾸어 본성을 형성할 수 있다. 태양과 별빛의 변화는 지구인 전체의 본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이 타고난 팔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얘기다.  

이전 칼럼에서 생명체는 유전자 변형체가 있고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켬으로써 획득 형질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으며 아세틸기는 DNA 발현을 가속화 하는 가속기이고 메틸기는 DNA 발현을 잠그는 브레이크라고 했다. 그래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메틸화와 아세틸화 등을 통한 유전자 on/off 시스템이 밝혀지면서 과학잡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마음을 바꾸거나 음식을 바꾸거나 하루의 일상을 바꾸면 시냅스 사이의 신경전달물질이 바뀌고, 신경전달물질이 바뀌면 그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바뀐다. 그리고 수용체는 계속 어떤 물질을 더 원하게 되면서 DNA의 발현을 바꾸며 DNA의 변화는 행동을 바꿈으로써 마음을 바꿀 수 있기에 어릴 적 교육은 평생 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후성유전학’인데 솔성에 대한 얘기가 된다. 단기간에 후천적인 신체변화를 만든 ‘슬라이퍼’의 염소는 놀라운 솔성의 사례이다. 네덜란드의 수의사이자 해부학자 ‘슬라이퍼’는 1942년 두발로 걷고 뛰는 어린 연소의 사례를 학계에 발표했다. 앞다리가 불구로 태어난 염소는 캥거루처럼 이동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1년을 살았다. 사고로 죽은 뒤 해부를 한 학자는 매우 놀랐다. 뒷다리가 길어져 있었고 뼈와 근육의 접합이 두발로 걷는 사람과 비슷하게 바뀌어 있었다. 척추는 두발로 걷는 영장류처럼 S자 곡선으로 바뀌어 있었고 무릎에 둥근 판형의 뼈가 자라고 있었다. 1년 만에 인간을 닮아간 어린 염소의 놀라운 변화는 후천적인 환경의 변화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어떻게 신체를 바꾸는지에 대한 기적 같은 실화이다. 

어린 시절의 양육환경이 만드는 뇌신경계와 내분비계 반응과 면역계 활성과 소화기계의 순환반응 패턴이 고착되는 시기가 태교라고 보는 학자, 1세까지라고 보는 학자, 3세까지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두뇌가 3세 이전에 90%까지 발달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들이 있는데, 뇌가소성이 발견되면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뇌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 소화기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마음만 고쳐먹으면 몸도 두뇌도 바뀐다는 것을 100% 믿는다. 중년 이후에도 취미나 운동, 봉사나 기부를 통해서 자기주도성을 기르면 DHEA와 면역력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대로 그 모방된 몸짓과 표정과 말투는 뇌신경계와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와 면역계에 영향을 준다. 후천적으로 형성된 철학과 마인드에서 나오는 태도와 말투는 우리 DNA와 두뇌를 바꾸는 힘이 있다. 75%가 솔성과 수도(교육법)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의 종적연구들에서는 언어습득과 같은 지적인 것도, 장수와 질병 등의 건강에 관한 것도 유전자와 환경의 비율이 25%:75%로 나왔다.   

개인이 태내에서부터 겪는 엄마와의 교류와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경험이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의 흐름과 순환과 여러 호르몬 수용체의 비율을 만들고, 물의 흐름이 강줄기를 만들듯 두뇌의 신경전달물질 순환은 도파민 보상회로나 스트레스 강화회로 같은 뇌신경회로를 만들고 그 뇌신경회로가 개인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만든다. 그리고 반대로 개인의 성격과 사고방식의 변화는 다시 몸의 변화를 부른다. 마음과 몸은 감정과 철학과 태도에 해당하는 물질들을 매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신경계와 면역계와 DNA를 바꾸어 나간다. 이 반응이 빠르면 ‘생체자기제어(Biofeedback)’라 하고 천천히 일어나면 ‘정신신경내분비면역’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 천천히 세대를 이어서 일어나면 진화나 후성유전학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부모의 몸과 맘의 진화의 결과는 문화적인 ‘밈(문화와 기억 등 관습의 최소 단위)’이 되어 자녀에게 전달되고 다시 자녀의 ‘밈’이 물질적 DNA가 되면서 손자에게 유전된다. 25%가 gene을 통해서 75%는 meme을 따라서 유전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태도와 환경이 늘 후성유전학적으로 유전자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세 3세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의 전부가 부모나 사회가 제공하는 환경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25%와 75%는 유전이냐 환경이냐의 수치이면서 동시에 물리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과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질병이냐의 비율이다. 환경이 타고난 본성보다 힘이 세다. 즉 “언제나 나쁜 시스템이 좋은 사람을 이긴다.”

후천적으로 성격이 변해가는 것에 대해 연구한 <양육가설>의 저자 ‘해리스’는 사회관계와 경쟁체계가 성격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존 듀이’의 말대로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려는 욕망인데 그 욕망을 풀어가는 방식이 성격변화의 원동력이란 뜻이다. 우리 한국사회에서의 인간관계와 경쟁의 방식은 어떠한가? 한국인들의 성격은 그 구조에서 영향을 받아왔다. 일제시대와 6.25와 군사독재와 제주4.3과 광주5.18은 관계와 경쟁의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줄과 인맥이 출세의 수단을 넘어서 생명을 부지하는 안전장치였다. 지금 한국인의 본성은 많이 망가져 있을 것이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한 이후 드디어 각인이 되면 무의식화 된다. 이는 솔성이 나쁘면 본성도 망가진다는 말과 같다. 솔성의 도(道)를 찾아서 그 도(道)를 갈고닦는 교(敎)에서 치유법을 찾아보라는 것이 중용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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