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대에 현재를 조각하는 예술인

장형택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 조각가

  • 입력 2018.07.03 10:34
  • 수정 2018.07.03 12:02
  • 기자명 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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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택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 조각가
장형택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 조각가

장형택 조각가가 주는 메시지
장형택 작가의 조각에는 말이나 소가 주 소재로 쓰인다. 소나 말은 동물의 형태이나 그들 동물의 상징성을 빌어 왔을 뿐 실상은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노비라는 계층의 인간상을 비유법을 사용해 소나 말로 형상화 한 것이다. 이는 곧 노비라고 구속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의미하며 현대인들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노비문서’의 존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작가의 조각품 소와 말 이들을 슬라이스로 절단해 층층의 절단면을 드러냄으로 말과 소의 피부의 자연스러운 표면의 질감과 매끈한 절단면의 기계적 질감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말과 소는 구조물 속에 놓여있어 구조물과 소재의 조화가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관객들의 호기심 유발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구상조각의 사실성과 추상조각의 구조성, 이 둘의 장점을 모두 작품에 담아내고자 노력한 작가가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를 보여주는 거울 장형택 조각가의 작품
그의 연작 ‘현대인의 노비문서’를 찾아서는 장작가의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 대한 장 작가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의 작품 모티브가 되는 소, 말 등의 동물은 모두 인간의 욕심에 의해 노동으로 육신이 혹사당하고 이동수단으로 이용되며 제물로 바쳐지기도 한다. 희생 강요당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동물의 숙명을 인간사에 빗대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작품 속의 소나 말은 동물의 형상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의 모습을 비유해 동물처럼 혹사당한 노비라는 계층의 인간상을 비유를 하여 형태화한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작품의 형태와 기법, 재료에 대해 “노비문서는 돌과 브론즈를 사용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에 억압되어 묶인 인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절단된 말, 소의 형태에서 과거 우리 삶의 상처를, 그리고 이질적인 재료의 혼용에서 그러한 상처를 유발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재료와 재료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돌도 대리석 ,자연석, 청석 등 다양하고 브론즈, 오브제 등 표현에 필요하다고 느끼면 재료에 구애 받지 않고 작업 활동을 한다.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화려한 음의 향연으로 이루어진 슈베르트의 교향곡이 아니라 베토벤의 진중함과 닮아 있고, 하나의 악상이 반복되어 변형되고 강조되는 점도 닮아 있다. 그의 작품은 가벼운 소나타가 아니라 장중한 교향곡의 형태를 띠고 있는 동시에 악상을 갈고 또 다듬는 것과 같은 장인적 기질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전통에 대한 존중, 무한한 숙련을 위한 과정이라는 장인의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작가의 작품이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숭고성을 담보한 것은 방법적으로 숙련된 손맛에 취해 결코 기교를 넘지 않는데 있기 때문이다” 라며 장 작가의 작품은 마치 웅장한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든다.
그의 성격은 내면적이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들과 친분을 쌓는 작가들이 가끔 있는데 그는 자기 자신이 그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한다. 오로지 작품과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진심과 정성이 보이는 작가로 보여 지고 싶다
장형택 조각가가 제일 애착하는 작품은 장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노비문서’이다. 하지만 장 작가가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이 부모님의 소중함이라고 밝혔다. 요즘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장 작가는 ‘아빠의 청춘’이라고 대답하였다.
아빠의 청춘은 아버지의 신발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며 워커부츠를 보여주고 있다. ‘아빠의 청춘’뿐만 아니라 ‘시인의 발자국’도 신발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인의 발자국’은 ‘아빠의 청춘’과 달리 구두가 모티브다. ‘아빠의 청춘’보다 먼저 선보인 작품 ‘시인의 발자국’은 ‘아빠의 청춘’이 뭔가 모를 어두움과 아버지가 짊어질 삶의 무거움이 담겨 있다면 ‘시인의 발자국’은 시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씁쓸함과 우울함 뭔지 모를 고독감이 담겨있다.
재료가 다양해지고 회화에서 오브제를 끌어오는 등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표현성에 있어서 현대미술은 더 자유로웠지만 유행처럼 잠깐 있다 사라지는 ‘가벼움’으로 인해 여러 작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재료선정에 있어 무한정에 가까운 조각은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것을 찾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불안감을 도전과 실험정신이라 덮어두는, 결국 작가 스스로도 설명이 어려운 애매한 작품들에 대해 “불안하고 비합리적인 예술”이라 말하는 장형택 작가는 단호했다. 다루지 못했던 소재들이 속속들이 나오면서 장 작가가 작업하는 ‘석 조각’이나 ‘브론즈 캐스팅’은 옛 기법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그는 “예로 ‘돌’이라는 것도 재료 역시 현대 흐름에서 생동하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현대재료’다”라고 말하며 “성급히 유행만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의도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재료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장 작가는 “노동 없이는 작품도 없다”고 말하며 회화작가들이 수천 번의 붓질로 테크닉을 연마하듯이, 조각가 역시 머릿속 생각과 손의 감촉이 이어져 저절로 손이 따라갈 정도의 충분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눈으로만 보고 눈대중으로 계산하는 식의 작품을 보면 제 작품이 아니면서도 한 명의 예술가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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