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치유, 산청에서 명의를 보다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한의사

  • 입력 2018.07.19 18:20
  • 수정 2018.07.22 14:18
  • 기자명 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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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한의원 현판을 직접 조각하고 제작한 이만기 씨와 함께
동의보감한의원 현판을 직접 조각하고 제작한 이만기 씨와 함께

김종권 원장은 고교 시절 스님이 되려고 했지만 우여곡절로 한의사의 길로 가게 된다. 한의사가 된 후 압구정을 시작으로 명동으로 한의원을 이전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며 한방 분야에서 전국 1위를 하는 등, 부와 명예를 얻으며 한의사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서울에서 유명한 한의사가 산청으로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러 직접 김종권 원장을 만나봤다.

한의사의 길
김종권 원장은 대구에서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한자를 배우게 되고 산과 들로 다니며 약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이후에는 동양의 수행을 동경하며 자랐다. 학창시절에 조부모가 돌아가시고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 진학 무렵에는 출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경희대 한의대 재학시절인 1996년 출가하기로 마음먹고 부모님께 얘기했고 부모님은 평소 알고 지내던 팔공산의 스님에게 데려갔다. 스님은 "출가를 하더라도 군대에 가야 하니 군대에 가서 조금 더 생각을 하라" 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군 입대를 했다.

군 생활을 반쯤 했을 때 고관절의 통증으로 정밀 검사를 했다. 고관절 괴사라는 진단을 받았고 결국 의병 제대를 했다. 고관절의 괴사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하던 가부좌를 틀 수 없었고,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출가 불사 사유로 가부좌가 안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스님이 되려면 큰 복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번 생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여 출가를 위한 복을 쌓기로 부처님 앞에 맹세를 했다.

뜸체험 하는 환자들을 보살펴 주는 김종권 원장
뜸체험 하는 환자들을 보살펴 주는 김종권 원장

명실상부한 한의사가 되기까지
2004년 서울 압구정에 피부 전문 한의원을 열었다. 그의 의술에 유명 연예인도 많이 찾아 한의원의 명성도 올라갔다. 2009년에는 한의원을 명동으로 이전했다. 명동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이들에게 한의학에 대해 널리 알리면 좋을 거 같았다. 

국내에선 한약재에 대한 불신과 양한방 간의 싸움으로 한의학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웰빙과 자연 친화적 미용치료에 대한 흥미가 생길 때였다. ‘막걸리 피부관리’ 라는 치료법을 개발해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막걸리 피부 관리’는 각종 국내 매체와 세계적 미디어 ‘디스커버리’에 소개됐다.

김 원장의 주 고객은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다. “환율이 당시 100엔에 1,500원 정도여서 일본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컸고, 특히 일본인들은 한의사가 시키는 양생과 주의사항을 잘 따라 효과가 더 잘 나타난 거 같다”고 전했다.

약효의 소문이 일본까지 나면서 그의 한의원은 보건복지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2012년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을 누르고 종합 5위를 차지했고, 2011년부터 3년 연속 외국인 환자 유치 1위 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다가 한의원을 대대적으로 확장 이전했는데 엔화 급락과 한일관계 냉각, 북한 핵문제, 일본 대지진 등으로 일본 환자의 방문이 반으로 줄었다. 거기다 부친이 2014년 초 폐암 확진 후 열흘 만에 돌아가시자 심신이 지쳐 한의원을 정리했다.

한의학의 메카 ‘산청’을 가다
2015년 8월 산청 동의본가를 방문한 뒤 한눈에 반해 10월부터 내려와 진료를 시작했다. 2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한의대 재학시절 하지 못한 출가를 산청에 내려와 한 거 같아 너무 좋다고 전했다.

현재 이곳은 산청 주민들보다 주말에 수도권과 진주·대구·통영·부산 등지에서 많이 찾는다. 입소문을 타고 가족, 친구,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이 ‘동의보감 한의원’을 방문한다.

동의보감 한의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공립 탕전원인 산청의 ‘동의보감 원외 탕전원’에서 한약재를 공급 받아 한약을 제조한다. 동의보감 원외 탕전원에서는 약재 안정성 검사를 마친 지리산 청정지역의 약초를 사용하는 등 검증단계를 거쳐 약재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동의보감 한의원’만의 매력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 온 관광객들과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한 한방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다. 기본 진료 이외에 왕뜸 체험, 십전대보탕 약첩 싸기, 한방 비누와 치약 만들기, 공진단 만들기 등의 코스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당일만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방체험과 한옥스테이가 합쳐진 한방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정통한의학에서 가르치는 섭생지도와 휴양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잡고 있다. 인근의 산청한방가족 호텔과의 협력관계도 구축하여 한의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국내 유일한 공립 탕전원인 산청의 '동의보감 원외 탕전원'에서 한약재를 공급 받는 김종권 원장
국내 유일한 공립 탕전원인 산청의 '동의보감 원외 탕전원'에서 한약재를 공급 받는 김종권 원장

한의학의 본질과 소통
김 원장은 한의학의 치료법 중 추천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해독’이 한의학에서 보는 중요한 관점이라 했다. 일상에서는 ‘양생’을 강조했다. 양생은 몸을 튼튼하게 하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약을 먹기보다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방 의학’에 초점을 두었다.

독을 이용한 치료가 효과가 좋은데 그 중 ‘뱀독’과 ‘두꺼비독’을 주로 쓴다. 뱀독은 극심한 통증에 효과가 있다. 진통 염증 재생효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 부산 등 주말에 먼 대도시에서 동의보감 한의원을 찾는 환자분 중에는 신경정신과약을 복용 중인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원장은 두꺼비독을 불면과 우울증에 많이 쓴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치료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 침과 뜸은 화상과 통증을 유발 할 수 있지만 ‘레이저 침’과 ‘전기 뜸’은 통증과 화상에 대한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고 안전도 보장 되어 앞으로 한의학에서 많이 쓰게 될 의술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도시 생활을 열심히 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산청에 방문하여 심신을 달래러 오는 분들께 산청의 좋은 약과 기운을 주고 싶다.” 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한방스테이(힐링 아카데미) 사업 규모를 크게 늘리고 싶다. 한방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높고 산청까지 온 분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를 하고 가는 것이 뿌듯하기 때문이다. 고급화된 휴양·치료시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준 선생의 뜻을 이어 아픈 분들을 치료하고 성철 스님의 수행을 따르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 신념이라 했다. 인생의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신념과 인생의 좌우명이 어울린다. 한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허준 선생의 의술을 잇는 이시대의 진정한 명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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