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사로서의 소명 ‘봉사’를 행하다

김 암 을지의료원 의무원장

  • 입력 2018.07.25 11:58
  • 수정 2018.07.25 13:42
  • 기자명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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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고위험 임신, 다태임신, 조산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 김 암 교수가 을지의료원 의무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 암 교수를 만나 그의 신념을 들어봤다.

김 암 교수
김 암 교수

제 2의 인생 ‘봉사하는 맘으로’
김 암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서울대병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사이나이 의료원 연구 강사를 거쳐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다. 김 교수는 오랜 시간 몸담았던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6월 1일부터 을지병원 의무원장 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을지병원은 산부인과로 시작된 병원이다. 설립자 故 박영하 박사가 1956년 을지로에서 개원한 ‘박 산부인과’가 을지병원의 모태다. 또 그의 아들인 박준영 을지대학교 재단 이사장도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김 교수가 을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오는 데 이 역시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추측된다.

“의사로서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특히 산부인과에 뿌리를 가지고 있는 을지병원에서 최근 여러 방면으로 어려워진 산부인과의 부활을 위해 부족한 힘이라도 쏟아 붓고 싶습니다. 특히 서울의 북동부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고위험임신부와 신생아들을 충분히 돌봐줄 수 있는 산부인과가 부족한 편입니다. 저 혼자의 힘으론 부족하겠지만 기왕 이곳에 온 만큼 이 지역의 고위험 임신부와 태아를 위해 안전한 진료와 출산을 위한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환자들에게 좋은 분만을 위해 안전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오신 의료진들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강북지역의 고령 임산부들 가운데 특히 집중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제 2의 인생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산모와 아이를 위해 출산 시기는 빨리
김 교수는 최근 사회 환경적 요인으로 출산이 점점 늦어지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고령임산부의 경우 다태임신, 조산, 임신중독증, 전치태반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엄마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분만을 일찍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사회적, 경제적 여건 등으로 점차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는 면이 안타깝죠.”

고령산모를 35세 이후로 규정하는 것은 만 35세가 지나면서부터 태아의 염색체 이상의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전병의 발생유무보다도 엄마와 아기가 분만 후 건강하게 자라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아기를 일찍 낳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난임의 경우도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고령산모의 경우 1년 정도 자연적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시기를 늦추지 말고 의료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빨리 검사받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입니다.”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후배들에게
김 교수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근 산부인과 등 육체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몇몇 과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비교적 다른 학문에 비해 연구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산과 분야는 아기와 엄마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구가 부족한 분야일수록 본인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죠.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한 분야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머지않아 50년 내에는 의료분야도 AI가 많은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의사들의 역할도 많이 줄게 될 것입니다. 다만 분만만은 끝까지 의사의 일로 계속 남게 될 것이 확실하므로 앞으로 많은 젊은 의사들에게 산부인과 선택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어 김 교수는 “AI가 마지막까지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아이를 받는 일”이라고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암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29년이란 기간 동안 대한주산의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주산기의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의사로서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을지의료원을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제 2의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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