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이어온 '존재'에 대한 사유

그림과 교감으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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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대전, 부산미술대전, 나혜석 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에서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화려한 수상 이력의 주인공은 김지옥 화백이다. 김지옥 화백은 지난 8년간 목우회 부산·경남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목우회는 한국구상화단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단체이다. 나무 목(木), 벗 우(友). 나무아래 모인 벗을 뜻하는 목우회는 우리나라 구상의 기라성과 같은 1세대 작가들이 많이 참여한 단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구상 작가로서 목우회에 소속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술인으로 명예롭다. 피플투데이는 목우회의 여성 작가로 부산 최초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옥 화백을 만나 그간 이어온 예술의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양화의 대모(大母)
김지옥 화백이 예술의 길을 걸어온 세월도 30여년이 흘렀다. 반평생을 서양화와 함께한 인생이었다. 현재는 작품 활동에 오롯이 전념하고 있다. 무남독녀로 성장한 김 화백은 유년시절부터 종이의 여백을 보면 항상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며 옛 기억을 회상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했던 그는 운명처럼 그림에 빠져들었다. 결혼 후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림을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김 화백은 제대로 된 서양화를 위해 유화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이후의 삶은 작품세계에 빠져 지낸 시간들이었다.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던 김지옥 화백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싶었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갈망으로 찾은 동아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만난 백승도 교수와의 인연은 김지옥 화백의 삶을 변화시킨 계기가 됐다. 공모전에 도전하라는 백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그림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어떠한 학연이나 지연 없이 무작정 공모전에 도전했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매진한 결과 마침내 김지옥 화백은 전국 유수의 공모전에 이름을 올리며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공모전 입상 후 유화의 매력에 깊이 매료되었다. 김 화백은 끊임없이 다지며 깊이를 우려내는 유화의 작업은 마치 참선의 과정과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모자라는 부분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원하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좋았다. 그는 그림과의 교감을 통해 다시 만지고 수정하며 끊임없이 반복을 통해 그만의 작품 세계를 세상에 내놓았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혼을 담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한정적인 소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하는 예술인의 태도가 전해졌다.

존재에 대한 탐구
김지옥 화백은 인간의 유한한 삶을 작품 속에 표현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작인 ‘폐차’와 같은 작품은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현재를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담은 새로운 시도이다. 김 화백의 작품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제는 ‘존재’이다. 항상 죽음을 돌아보며 살아왔던 김지옥 화백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김 화백은 장티푸스와 폐결핵, 늑막염을 앓으며 인생의 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작품을 통해 삶을 이야기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풍경화에 집중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마음으로 일관된 작품 세계를 통해 자연 속에서 얻는 교훈을 표현하고 싶었다. 인생 또한 아름답고 중요한 것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주변에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계절을 주제로 한 작품 또한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장소를 담았다. 먼 곳에 가지 않아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 아름다운 명소가 많기 때문이다. 김 화백은 그림이란 투자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지론을 잃지 않으며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견지하고 있다. 미래의 목표는 작품을 통해 판매나 인기작가가 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미술관이나 대중적인 장소에 걸려 세상을 떠나더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전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고자하는 일이 있다면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해보시길 권유해요. 나무가 좋아서 다가갔더니 숲속에 와있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림이 좋아서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하게 좋아해서 시작했더니 어느덧 미술계의 일원이 되어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아주 작은 점과 같은 존재인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워나가며 선명한 점 하나를 찍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이 있으면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하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rofile

前 (사)목우회 부산·경남 지회장 및 이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4회
나혜석 미술대전 대상 및 특선
부산미술대전 특선 4회 및 입선 6회
전국 시도 공모전 우수상 특선 입선 4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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