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낭만이 흐르는 강 '센 강(세느강 Seine)'

세계 스케치 여행 Vol.3

  • 입력 2018.08.15 17:44
  • 수정 2018.08.15 17:45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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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야경의 아름다운 빛을 지워버린 파리의 아침은 맑은 공기와 함께 센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의 땀방울로 시작된다. 프랑스 중북부를 흐르는 센 강(la Seine)은 디종 근처에서 발원하여 트르와, 파리, 루앙을 거쳐 영불해협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776km에 달하는 강으로, 철도가 건설되기 전에는 교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세느강에서_Markerpen (2008)
세느강에서_Markerpen (2008)

'바토무슈선착장'을 출발하여 센 강으로 서서히 출발하는 유람선의 아래층 유리창 안에 바람을 피해 여유를 찾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개방된 2층에서 신선한 바람을 쏘이며 스케치 북을 편 유람선 여행은 시작된다. 좌우에서 동시에 다가서는 아름다운 경치들이 마치 영화감독의 사인에 의해 움직이는 커다란 카메라 렌즈처럼 클로즈업을 반복한다. 멀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나타나고 그 위의 황금기마상이 금방이라도 센 강으로 뛰어내릴 듯 역동적이다. 스케치 북 위에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려지고 말의 기상을 그리려 하지만 유람선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리 밑을 통과하면서 바로 왼쪽으로 '오랑주리 미술관'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그 유명한 '오르세 미술관'이 보인다.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1900년에 기차역으로 건설되었던 것이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극장, 호텔 등으로 바뀌어 사용되다가 퐁피두 대통령이 미술관 계획을 수립하고, 이탈리아 건축가 아울렌티에 의하여 새로운 미술관으로 1986년에 개관되었다.

1층은 여체의 신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앵그르의 작품 '샘'을 비롯하여 밀레의 '만종' 쿠르베의 '화가의아틀리에' 마네의 '올랭피아'와 '풀밭위의 식사' 등 우리와 친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층에는 로댕의 조각과 아르누보 풍의 가구와 장식품 등이 있고, 3층은 고흐의 '오베르의 교회'를 비롯하여 '르느와르', '마티스', '고갱', '로트레크'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시 보고 싶은 오르세 미술관의 아름다움을 회상하는 가운데 센 강을 오르는 유람선은 벌써 파리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유일하게 사람들만이 건너다니는‘예술의 다리’를 지나고 있다. 목조로 된 평범한 다리지만 무명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연주가 이루어지고, 화가들의 전시회가 만들어지며, 연인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낭만과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누구나 이곳에서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자유의 다리를 지나니 루브르가 보인다. 외부에서 멀리 바라보는 루부르의 웅장함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 파리의 3대 미술관을 든다면 고대 미술의 루브르, 중세 미술의 오르세 미술관, 현대미술의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세느강 풍경_53.5×45.0㎝_수묵지본담채 (2008)
세느강 풍경_53.5×45.0㎝_수묵지본담채 (2008)

센 강변에는 아름다운 선박들이 여유롭게 정박해 있다. 수상 가옥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선박들의 창 안으로 거실도 보이고, 주방과 침실도 보인다. 이곳에서 낭만을 즐기는 부유한 사람들의 이채로운 삶의 풍속도다. 
'생샤펠 교회'의 종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고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앙심이 깊었던 루이 9세가 예수의 성 유물을 안치하기 위하여 세운 건축물이다. 고딕의 특징을 살린 수직선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교회로 평민과 왕족이 함께 예배를 보았던 곳이다. 생샤펠 교회 곁에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건축물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센 강의 시테섬에 세워진 것으로 1163년 주교 쉴리에 의해 시공되어 1320년에 완성된 성당이다. 노트르담은 '성모마리아'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대성당에서는 잔다크의 명예회복 재판, 나폴레옹의 대관식, 미테랑 대통령의 장례식 등 프랑스의 중요 행사들이 이루어진 곳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종탑 꼭대기에 오른 꼽추가 미친 듯 종을 울려대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기만 하다.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두 개의 거대한 탑 이외에 중앙에 있는 '최후의 심판의 문' 북쪽의 '성모마리아의 문', 남쪽의 '성안나의 문' 등 3개의 웅장한 문이 아름답고, 그 위에 새겨진 조각 작품들이 걸작으로 더욱 빼어나다.  

멀어져 가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가운데 유람선은 계속 이동하며 센 강 중앙에 위치한 '생루이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올라왔던 곳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시청사가 나타난다. 화려하고 장엄한 외관이 공공 기관인 시청사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근엄한 건물이다.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를 실천하고 있는 프랑스의 시청이다. 

새로운 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퐁네프 다리'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아내가 파리에서 루브르와 고흐의 집, 모네의 집 등 유럽 문화와 화가들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던 시절, 이곳에서 센 강의 아름다움을 수채화로 그리며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던 곳이기도 하다. 퐁네프 다리의 중간 중간에 반원형의 독특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 다리를 찾는 이들이 센 강을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낭만을 즐기기에 좋다. 센 강을 몰아붙이듯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퐁네프 다리 위에서 센 강을 내려다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두 시간 동안의 센 강 스케치 여행을 끝내야 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유익하고 아름다운 기회에 너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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