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이룬 꿈, 동물 사랑으로 전하다

임경수 행복한 동물병원 원장

  • 입력 2018.08.24 10:35
  • 수정 2018.08.24 14:33
  • 기자명 박소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천만 시대에 돌입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를 반영하듯,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며 문화적 영역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pet과 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펫팸족’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행복한 동물병원’을 찾아 임경수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찾은 꿈, 수의사로 살며
임경수 원장은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려서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당시 수의사라는 직업은 지금과 달리 대중적으로 친근하지 않은 직업이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회사에서 13년을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미련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회사에 사표를 내고 ‘수학의 정석’을 한 권 사서 도서관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해서 수능을 보고 수의대에 입학했다. 

어떻게 진료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동물과 보호자, 동물병원이라는 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때도 많지만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동물병원 진료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보니 보호자의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임 원장은 꼭 필요한 진료에 대해 보호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한 후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보호자들은 “선생님께 다녀가면 마음이 편하다”라고 전한다. 과잉진료는 없다는 신뢰를 받고 있는 임 원장이다. 어느 정도의 수익을 유지하는 것은 병원의 존립을 결정짓는 일이기에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수익보다는 치료에 집중하자는 것이 임 원장의 철학이다.  

이름 모를 택배로 먹거리 등 선물을 받고 확인해보니 몇 년 전 하늘나라로 간 동물들의 보호자들이 보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때 참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동물들이 세상을 떠날 때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럴 때면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에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보호자들로부터 원망을 들은 적이 없고 이렇게 기억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할 뿐이지요.”

힘의 원천, 사랑하는 가족들
과학교사인 임 원장의 아내는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매년 방학 때 과학교육이 필요한 나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 원장은 도서관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 평소엔 주변에 누가 앉았는지 기억도 못 할 정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앞에 앉은 여학생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잠깐 쉬려고 도서관 밖으로 나와서 벤치에 앉아 있는 여학생에게 말을 건네보려 다가가다 그만 보는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수한 남학생의 마음을 받아준 여학생은 아내가 되어 임 원장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로 자리했다. 수의대에 다시 다니고 있을 무렵, 잠결에 아내가 아들들을 앉혀놓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너희 아빠 같은 사람은 없다. 아빠는 훌륭한 분이다.” 그 말을 듣고 뭉클했다. “아들들이 잘 자라준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제가 수의사가 되기 어려웠을 거예요. 아내에게 참 고맙습니다.”

두 아들을 생각하면 임 원장은 절로 힘이 난다. 임 원장의 두 아들은 모두 수의사다. 임 원장이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던 아들들은 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두 아들은 모두 수의사가 됐다. 집에서 쉬다가도 야간에 보호자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는 등 수의사의 바쁘고 힘든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임 원장에게 두 아들의 수의대 선택은 의외였고, 뿌듯한 일이었다. “적어도 수의사로서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요”라며 임 원장은 환하게 웃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사람 되길 
임 원장에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물으니, 죽어가던 동물을 살린 때라고 답했다. “동물들을 진료하며 생명체의 오묘함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동물들이 몇 년씩 더 살기도 하고요. 생명은 참으로 신비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공학을 공부하며 ‘감탄’한 적이 많은데, 생명을 다루면서는 ‘감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안정된 직장에 다니던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신의 꿈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물론 가족들의 이해와 응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장래를 결정하지 말고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뭐든지요. 그래야 자기도 보람이 있고 주변 사람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임 원장과 같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