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혼자 떠나자

  • 입력 2018.09.19 16:21
  • 수정 2018.09.19 16:32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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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다녀왔느냐?”
“왜 혼자 다니느냐?”
외국 여행을 다녀온 후 자주 듣는 질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계획할 때 맨 먼저 함께 갈 사람을 찾는다. 친목 모임, 친구, 지인 등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가려고 하고 같이 갈 사람이 없거나 부족하면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예사이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살펴보면 가족, 친구, 친지, 계모임으로 외국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지 혼자서 여행을 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외국 여행은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여행을 가든 가까운 관계의 사람과 동행하기를 원하고, 같이 갈 사람이 없으면 여행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혼자 가는 것을 꺼린다.

아마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서구 나라들과는 다른 관계성과 전체성의 특성을 갖고 있다.

토끼, 고양이, 풀이란 3개의 단어 중에서 두 개를 고르라 할 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끼와 풀을 고른다. 이유는 토끼가 풀을 먹기 때문이다. 즉 관계성에 중점을 두고 고른다. 어린 자녀가 식사 중 밥알을 흘렸을 때 우리나라 부모들은 곡식과 농부의 관계로 밥알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 대부분은 동물의 특성으로 토끼와 고양이를 선택하고, 밥알도 농부와의 관계보다는 밥알의 영양가, 밥이 되는 과정 등을 이야기한다.

여행도 서양인은 개인이나 가족 여행을 주로 즐기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계성에 의해 누군가와 함께 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나는 외국 여행을 좀 한 편이다. 현재 170여 개국을 다녀왔다. 그중 70%는 패키지여행이고, 20%는 몇 사람과의 자유여행, 10%는 나 홀로 떠난 여행이었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여행은 나 홀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러시아를 다녀왔다. 두 번의 러시아 여행은 북유럽, 동유럽 여행 중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보았고, 이번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여행 했다.

두 번의 러시아 여행은 좋은 버스를 타고, 좋은 호텔에서 묵고, 주요 관광지만 찾는 패키지여행이었지만, 이번 자유여행은 버스, 택시, 전차를 혼자서 타고 시내를 다녔고, 시청, 학교, 우체국, 아파트 등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보고 느낀 여행이었다.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고, 세수하기도 힘들고, 에어컨 시설도 없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낭만보다는 너무나 힘든 여행의 추억을 남겼다.

러시아인은 외국인을 싫어하고, 관공서나 학교, 아파트 입구가 좁은 문 하나로 되어 있어 통제사회임을 느꼈다. 그러나 시내버스비가 우리 돈 700원이고, 주식인 빵 등이 아주 싼 것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잘 시행하는 좋은 점이었고, 60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는 잘 정리된 전승기념관, 시민광장에 매 주말에 열리는 생산자와의 직거래 장터는 본받을 점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각 도시에도 그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 육이오 참전 용사 등의 명단을 대리석에 세긴 선조들의 얼이 깃든 통합기념관을 만들고 꺼지지 않는 불을 타오르게 하여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배우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휴일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직거래 장터를 공설운동장이나 도시 중앙 거리에 만들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시장 물건이 농산물이기 때문에 기존상가에는 지장을 주지 않고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며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을 본다.

1924년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앞두고 앤드류 어빙과 함께 정상 600미터 아래에서 실종된 조지 말로리는 에베레스트 원정을 떠나기 전 필라델피아의 한 강연장에서 어느 부인의 “당신은 왜 위험하고 힘들며 죽을지도 모르는 산에 갑니까?”는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여행은 왜 가는가?” “파키스탄과 같은 위험한 나라를 왜 가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여행은 다름과 기다림, 호기심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여행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이나 많은 정보 매체를 통해 알고 있으나, 여행지에서의 직접 체험을 통해 ‘다름’을 알고 ‘기다림’을 경험하게 되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필요하다. 혼자서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혼자 떠나보면 가는 곳마다 많은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외롭지 않고, 치안이 안전한 나라에 가면 큰 위험 없이 많은 걸 배우고 돌아올 수 있다.

여행은 자기성찰의 기회,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떠나자. 패키지여행인 경우에도 여행사에 혼자 신청하면 된다. 싱글차지의 부담은 있으나 나의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여행에 싱글차지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누군가 혼자 신청한 사람이 있어 룸메이트가 되고, 없는 경우에는 한국에서 가는 T/C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자면 된다.

혼자서 패키지여행을 가면 동행인들이 내가 누군지, 어떤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어 좋다. 나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 그들이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의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 돼 가지고’, ‘~이란 사람이’라는 조건에 자유로움은 사라진다.

나를 모르는 사람과의 어울림, 여행 중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 여행 후에 전국에 친구를 만드는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이 나 홀로 여행의 장점이다.

이제 우리도 부부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자유여행을, 자유여행이 두렵고 힘들면 패키지여행도 동행인만 찾지 말고 부부, 가족, 아니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시도해보자.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고, 다름과 기다림을 통한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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