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부처님을 빚어내는 불모(佛母)

청동불상 조성, 40년 한 길 정태수 장인

  • 입력 2018.10.16 14:41
  • 수정 2018.10.16 14:48
  • 기자명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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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동성불교사 대표
정태수 동성불교사 대표

고즈넉한 절에 들어서 부처님이 모셔져있는 곳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손을 모아 합장을 하게 된다. 비단 불자가 아니어도 다들 그렇게 마음을 내어놓고 위안을 얻고 돌아온다. 대한민국 주요 불사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이시대의 불모(佛母) 정태수 대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부처님, 청동 불상을 조성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장인 정태수 대표를 만나 불모의 삶을 들여다봤다. [불모(佛母)는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 왕비를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화나 불상을 업으로 삼은 이들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청동불상 조성의 장인, 불모(佛母)로서 40여년
정태수 대표가 청동불상 주조를 하기 시작한지 올해 12월이 되면 만 40여년이 된다고 한다. 40여 년 동안 한길을 걷는 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정 대표는 “선대부터 불교와 깊은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불교문화·절과 가까워졌다”며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했다.

불상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불교 불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찍어낸 듯 불상을 조성하지 않고 정 대표는 불자로서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 대표의 불상에는 그 만의 오랜 시간 노하우와 부처님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정 대표는 불상의 모양에는 각각 의미하는 바가 담겨있다며 설명했다. “불상은 인간의 형상을 빌려서 표현하지만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을 통해 초인적인 성격을 드려냅니다. 먼저 머리에는 육계(肉髻: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가 있으며 머리카락은 짧고 꼬부라져서 나발(螺髮:부처의 머리카락. 소라 껍데기처럼 틀어 말린 모양)형 입니다. 귀는 길며, 이마의 한가운데에는 백호(白毫)라는 긴 털이 있어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볼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 대표는 “부처님의 법의는 대개 두 어깨를 덮는 통견(通肩:어깨에 걸침) 형식과 한쪽만을 덮는 편단우견(偏袒右肩:왼쪽 어깨에 옷을 걸치고 오른쪽 어깨가 드러남) 형식으로 구분 된다”며 “자세, 손의 모습(手印), 지물에 따라서도 그 불상의 성격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으로 국내유명 사찰뿐만 아니라 해외 사찰에서도 그의 불상을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순천 송광사, 서울 법련사, 청도 운문사, 단양 구인사, 부산 삼광사, 구미 금룡사, 안동 해동사, 진천 보탑사, 강화 보문사, 불암산 천보사, 속리산 법주사, 의성 월룡사, 태안 꽃피는 절 등 1000여 곳이 넘는 곳에 부처님을 모셨으며, 해외 유명사찰로는 하와이 대원사, 필리핀 마닐라선원, 일본 고려사, 중국 심양 약사사 등 50여 사찰에 부처님이 모셔졌다.

정석대로 가는 길이 옳은 길
청동불상의 경우 완성된 후 흠이 발생하면 수정이 쉽지 않다. 정 대표는 제작단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쇳물은 한번 부어 굳어버리면 다시 형태를 고치거나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청동은 구리에 다른 금속을 배합해 만드는 것으로 구리-주석의 합금을 말하며, 불상주조의 첫 단계는 바로 금속선별에서 시작됩니다. 본을 뜬 거푸집에 1300도의 쇳물을 부어 내면 불상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불상은 그 절과 함께 평생 그 자리를 지킵니다. 흠이 없는 형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40년 동안 한 길을 가다보니 저만의 작은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제가 모신 부처님은 평생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정 대표는 이런 마음가짐에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불상은 한번 제작에 들어가면 보통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오랜 시간동안 사소한 부분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정 대표는 항상 긴장하고 처음 불상 주조를 시작했던 당시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초심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저는 부처님에 대한 모든 것을 불상으로 표현해내는 사람입니다. 그 만큼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쉬운 길로 가는 것보다는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정석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베풀 줄 아는 인생
“8~9년 전 한 비구니 스님이 방문해 불상을 주문하신 일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모시고 절로 갔더니 너무나도 가난한 절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풍로(곤로)를 쓰고있는 것을 보고 돈을 받아 그냥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돈으로 가스렌지, 가스통 등 필요한 생필품을 사다 드리고 왔죠. 제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그 당시 마음의 묵직함, 따뜻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베풀고 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비구니 스님과의 일화를 얘기하며 나눔에 대해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는 직원들의 노력으로 제가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이익을 나누어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제가 대표이지만 직원들처럼 월급을 받고 직원들과 같이 동반성장을 하고 있죠.” 정 대표의 이런 성품 덕분에 30년 동 안 함께 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전문 ‘장인’들이 힘을 모아야하는 때
정 대표는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는 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허름한 불상이 절에 모셔지는 일이 많아지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문화재 보존처리 과정에 있어 전문 기술 장인이 배제되는 경향이 있고, 전문성이 결여된 여기저기 전전하는 이들이 이 시대 문화제 보존의 한축이 되어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장인들을 전문기술자로 인정하고 그 분들 주도아래 복원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 대표는 2015년 창립된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의 16개 분야 가운데 불상부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런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 장인들이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천의 얼굴 지닌 부처님 모시길
정 대표는 해외 불교국가들을 찾아다니며 안목과 식견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일 년에 몇 차례씩 불교 국가들을 방문합니다. 그 나라에 가서 부처님이 조성된 그 시대성과 형상을 살펴보고 돌아옵니다. 불자로서 불모로서 제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절에 모신 부처님의 얼굴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얼굴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조성한 불상. 부처님의 얼굴에서 천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불 한 불 조성 할 때 마다 마음을 담아 노력하려고 합니다. 후세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불모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청동 불상 조성에 40년 한길 인생을 걷고 있는 장인 정태수 대표가 있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기술이 이어져오는 것은 아닐까. 더 많은 불사에서 그의 부처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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