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사관 칼럼] 분노는 내 맘을 삼켜버린다.

  • 입력 2018.12.07 17:13
  • 기자명 박종팔 용인송담대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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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삶에서 분노하면 어떻게 하는가?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20대 남자가 여자친구의 옷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서 협박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6개월 정도 사귀던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관계 회복을 위해 설득하던 중 벌어진 사건이다. 여자친구가 “나보고 어쩌라고!” 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분노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연인 사이의 사소한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하기엔 남자친구의 행동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이런 분노가 밖으로 향하게 되면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다섯 건 중 한 건이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페미사이트(femicide)' 범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살인 사건은 총 55건으로 전체 ‘살인 기수’ 사건(301건) 가운데 18%를 차지했다. 이처럼 남편이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 상당수가 장기간에 걸쳐 가정폭력이 살인으로 발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55건)과 애인 간에 발생한 살인사건(26건)을 합치면 작년 한해 성(性)이나 애정을 토대로 친밀한 관계를 맺은 남녀 사이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 총 81건에 달한다고 한다. 물 위로 들러난 게 이정도일 뿐, 물밑에 잠긴 현실은 더 심각하다. 전 남편, 전 애인, 전 동거녀 등이 저지른 살인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분노가 자기에게 향하면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충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부부싸움 뒤 홧김에 부인과 120일 된 딸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20대 후반 남자를 구조한 적이 있다. 남편은 부인과 밤새 다투고 아침에 목숨을 끊겠다며 모자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을 딸로부터 전해들은 친정아버지의 신고로 큰 화는 면할 수 있었다. 남성의 우발적 분노로 인한 행동이 자칫하면 자신과 죄 없는 가족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다. 
이처럼 자살도 충동적으로 홧김에 시도할 수 있다. 분노는 자신의 마음을 삼켜버린다. 분노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절제가 있어야 가정이나 직장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다. 
대부분의 분노는 ‘내가 옳은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상대가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라고 생각도 한다. 상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나 상대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관계개선이나 갈등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힘들어질 뿐이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분노조절능력이다.

분노하는 감정이 생기면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분노는 패가망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감정을 피한 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라. 당시 상황이 정말 분노할 일인지, 내가 상황을 오해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 봐야한다. 그 다음, 분노 폭발의 결과를 상상해 본다. 한바탕 퍼붓고 나면 순간적으로 시원은 하겠지만 문제 해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노가 더 악화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는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려면 폭발 전에 알아채고 ‘타임아웃’에 들어갈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Profile
현 용인송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음악치료 가정폭력상담소 전문상담위원
   용인시의회 산업복지 자문위원
   청솔종합복지관 운영위원장

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압구정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위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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