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산수화의 맥을 잇다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

  • 입력 2018.12.24 17:54
  • 수정 2018.12.24 18:22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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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송원(松原) 지은환 작가는 농협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농협 지점장과 지부장을 거친 인물로, 화가로서 조금은 특색 있는 이력을 지녔다. 오랜 기간의 조직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단정한 생활 자세에 열정이 더해진 모습으로 성실함과 집중력을 요하는 한국화와 무척 잘 어울리는 인상이다. 

실경산수화 구사하는 현대 한국화가
실경산수화는 우리나라 자연경관 및 명승지를 그린 산수화로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초·중기에 주로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경산수화의 특징 중 하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되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대상을 그린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지은환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눈앞에 실제 산이 펼쳐지는 듯 탁 트인 느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실내라는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아득한 거리감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인 ‘아름다운 치악산의 4계’는 실경산수화의 묘미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지은환 작가가 특히 애착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치악산을 평지 형태로 풀어서 그린 것이다. 4계절을 맞이하는 치악산을 사방에서 둘러보는 것처럼 치악산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지은환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일관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시선이 분산되지 않으면서도 입체적인 느낌이 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감상을 하면서 시선을 따라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예술과 함께 해온 삶
미술에 대한 뛰어난 실력은 어린 시절부터 비범하게 드러났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 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그의 예술가로서의 감각은 영역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통해 음악 분야에서 또한 두드러지는 실력을 나타내기에 이른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실력은 더욱 뚜렷한 성장을 보여 미술 교사는 미대 진학을, 음악 교사는 음대 진학을 권유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망설임 끝에 다른 전공을 택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직장 생활 중에도 예술을 가까이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특히 한국화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실경산수화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리면 그릴수록 그림에 대한 고민은 커져 갔다.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이끌어 주신 두 분의 선생님 故 설지 이영환 선생님과 故 두봉 류철수 선생님은 지은환 작가가 잊을 수 없는 스승님들이다. 그는 “두 분 스승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일본으로 업무상 발령을 받아 머무르는 동안에도 작품 활동은 계속됐다. 

지은환 작가는 꾸준히 해온 테니스 실력도 수준급이다. 다양한 방면에 취미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다른 세계’를 향한 열망에 기인한다. “제 작품을 보는 사람이 편안하고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다른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음악, 또 다른 예술성의 발현
현재 속초시립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지은환 작가는 합창지휘 박사과정 중에 있다. 피아노 실력과 함께 성악과 트럼펫 연주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그는 “음악은 매력이 있다. 저에게는 도전과제와 같은 영역”이라며 계속 공부 중이다. 지은환 작가는 “음악을 하는 것은 결국 예술이 통하는 것을 느껴 그림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창은 조화로운 인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합창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한국화가로서 ‘선’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지은환 작가가 지휘하는 모습은 여타의 모습과 다른 독창적인 개성이 있다. 그는 “지휘하는 손동작이 그림의 선과 같이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어린이 동요집에 삽화를 그리고 싶은 소망도 가지고 있다. 

김홍도 발자취 찾아가는 작품 그리고 싶어
지은환 작가는 내년 초 강릉 아산병원 갤러리에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는 홍천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8회째를 맞이하는 강원도 원주, 양양, 강릉, 홍천 순회전의 일환이다. 지은환 작가는 그간 전시회 수익금을 중증장애인을 위한 후원금, 인재 장학금 등으로 기부하는 등 전시회를 열며 다양한 공헌 활동을 했다. 

늘 배우고 정립하는 길을 걸어온 지은환 작가는 김홍도 그림의 발자취들 따라가는 것을 테마로 해서 일련의 작품을 그리고 싶은 것이 꿈이다. 또한 정철의 관동별곡에 등장하는 관동 8경을 그려보고 싶다고 전한다. “보는 사람들이 ‘예전에 여기 가봤다’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감동을 주는 작품을 그리고 싶습니다. 제 작품이 그런 감화를 줄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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