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기, '경주'를 대표하는 여성 건축사

박효원 풍경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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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낡는다. 사람이 사는 공간도 그렇다. 유행에 발 빠르게 맞춘 배치와 구조, 벽의 재질, 천장 높이, 조명과 가구까지 일하고 쉬는 곳은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가치가 존재한다.
피플투데이는 지역에서 건축사로 활동 중인 박효원 대표를 만나 공간의 의미를 물었다.

여성으로서의 나를 다시 세우다
박효원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자동차 관련업종에 취업했지만 꿈에 도전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20여년의 세월을 오로지 건축사로 살았다. 현대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짧지 않은 시간 경력단절을 겪기도 했다. 사회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하던 남편과 저녁마다 꾸준히 대화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건축 책자와 전문 서적을 뒤적이며 다시 한 번 건축사로서 우뚝 설 주춧돌을 마련했다.

경주의 건축사무소 73곳 중 여성 건축사는 박 대표를 포함해 단 4명. 과거 지방은 건설현장에 종사는 여성에게 보수적인 시선을 비쳤다. 남성이 주를 이루는 업계의 생리 속에서 설계와 감리를 겸행했던 박 대표는 현장의 위험할 법한 사다리를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세간의 편견에 맞서며 여성 건축사만의 강점을 찾아 누구보다 섬세하게 작업했다. 특히 주택의 시공을 논할 때는 주부의 입장에서 고객의 공감을 얻으며 원만하게 결론을 이끌었다.

“건축사로 자리 잡기 위해선 고독하게 공부해야합니다. 현장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좋지 못한 편견과 맞설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부딪치는 과정에서 분명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누구에게나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건물
경주에 위치한 풍경건축사사무소에서 박효원 대표는 지역적인 특성상 주로 소규모 주택이나 한옥을 설계한다. 한옥의 전체적인 배치를 정하고, 그 속에 다양한 요소를 담아 조화를 꾀한다. 박 대표는 건축사라면 건설 작업 전 구체적인 도면화를 통해 머릿속의 구상과 실제 건축물이 완성되는 중간지점을 연결하는 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전했다. 건축물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기에 진행과정이 복잡하다.

“건축업에 종사하다 보면 나와 고객의 입장이 다른 것을 실감합니다. 외관, 방향, 전망에 대한 견해까지 각기각색이죠. 생각할 영역이 넓고 다양한 견해가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건물의 모습이 같을 수 없습니다. 상호간 입장을 침해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박효원 대표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건물은 ‘언제 봐도 편안한 건물’이다. 시대를 거슬러 세련되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 현재의 건물을 제시하는 건축사답게 자재 구조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그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아늑한 ‘집’ 만들기를 추구한다.

“일을 시작한 후 10년 차에 특별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눈에 띄는 건물이 들어오면 ‘내가 했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20년 차가 다가오니 ‘나’에게만 만족스러운 건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골고루 편안함을 선사하는 건물로 구상이 바뀌었습니다.”

학창시절의 배경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감상이 묻는 공간이 있다. 박 대표는 세월과 시선의 주체에 구애받지 않는 건물을 구현한다. 최대한 많은 거처에 안락과 안전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박효원 대표.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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