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을 다하는 그날까지 화가로 살고파

김정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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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안에는 소나무가 꿋꿋이 서있다. 시원한 색채의 나무는 작가의 화풍을 표출하며 독창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한편 삶에 대한 따스한 여운을 전한다. 독보적인 색감과 역설적인 감성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정화 작가를 찾았다. 김 작가는 소나무의 사철 푸른빛을 바라볼 때마다 무한한 애정과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년의 기억을 담아 소나무를 그린다는 김정화 작가의 삶과 작품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소나무에 마음을 담다
김정화 작가는 경북 안동의 시골마을에서 출생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곳곳에는 키가 큰 미루나무와 소나무로 가득했다. 김 작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를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는 말을 전했다. 김정화 작가는 일찍이 나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았고 반짝이 가루를 도화지에 붙여 바람에 흔들리며 빛나는 잎사귀를 연출하곤 했다.

“유년시절 어머니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신작로를 걷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소나무에 대한 추억이 많았어요. 어머니를 따라 뒷산에 뛰어다니며 자주 봤던 소나무는 어머니가 생각나는 소재입니다. 장작을 뗄 때 불 지피는 소리와 나무 향기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자유로운 성향이었던 남동생은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산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다. 산의 정상 소나무 앞에 묻힌 그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죄스러움을 느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 김 작가는 동생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소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 초기에는 소나무 속에 동생을 잃은 비통함을 담았다. 김정화 작가는 캔버스 위에 소나무와 패러글라이딩을 표현하고 그 작품을 <아름다운 비행>이라 이름 지었다. 동생의 영혼이 생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길 바라는 김 작가의 소망이 보이는 듯했다. 거듭 소나무를 그리며 그는 점차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얻었고 그림 속 자유로운 소나무가 되어 추억으로 남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누볐다.

다양한 재료로 따뜻한 감상을 전하다
김정화 작가는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재료부터 고민한다. 수채화로 작품을 만들던 작업 초기,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다양한 재료로 작업을 시도하며 표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유화를 접한 후 덧칠을 통해 깊은 내면을 표현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아크릴을 사용해 테크닉을 거침없이 발휘한다. 그는 캔버스에 담는 소나무 유화물감을 아크릴 매체 보조제와 섞어 캔버스 위에 붓고 새로운 색감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추구한다. 김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만의 기법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사람들에게 작품을 유연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보낸 일을 포함해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는 일을 목격하며 김정화 작가는 인생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다. 필연적인 일 앞에서 동생의 몫까지 덤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을 보낸다는 김정화 작가는 자신이 품은 인생관과 따뜻한 심상을 그대로 작품에 남기고 싶다. 깊은 고민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감상을 표현할 때 김정화 작가는 화가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천천히 그러나 소나무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는 그의 행보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그림을 바라보면서 내재된 의미를 읽고 마음 깊이 공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기에 모든 사람의 인생에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어요. 제 평소 마음을 녹여서 표현하는 그림을 보는 이들도 같은 마음을 느꼈으면 합니다. 누군가 제게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며 앞으로도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그림은 제 삶의 의미이고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Profile
개인전

2018년 제1회 개인전(타워아트갤러리)
2018년 제2회 개인전(코코모갤러리)

그룹전
2018년 부울경 여류작가초대전, 빵과 장미전
2013~2018년 부산국제환경예술제, 사하미술제, 강변미술제
2015~2018년 여성작가전, 춘-미전, 여름-락전, 자연의음향전,
아름다운만남전
2017년 장애비장애인문화예술한마당 다므기전
2016년 경주아트쇼, 근대일본미술협회 초대전(일본동경도미술관)
2016년 지역작가 5인전
2015년 한국미술새바람전, 몽유도헤이리전, 광복70주년 한얼대전
2013~2015년 부산미술제, 부산평면회화제
2012년 섬·바다 그림전


2018년 근대일본미술협회 공모전 특선(일본 동경도미술관)
2017년 근대일본미술협회 공모전 우수상(일본 동경도미술관)
2015년 국제공모전일전 특선(일본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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