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 퍼스널 브랜딩 시대를 열다

대도서관, 나동현

  • 입력 2019.04.12 11:49
  • 수정 2019.04.12 19:11
  • 기자명 취재: 설은주, 박현식 기자 / 글: 박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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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서관의 시작, 퍼스널 브랜딩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인터넷 방송을 하기 전 그는 당시 잘 나가던 IT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고, 회사 내에서도 최고 등급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는데, '고졸 출신으로 회사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고자 회사 내 여러 가지 모임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벤처 창업 모임이었다. 당시 국내에 창업 붐이 일던 때였고, 만약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었다. 그때 현실의 벽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스펙이었다. 회사 내에서는 고졸 출신 이란 것에 대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사업에 필요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는 학벌 같은 스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능력만 놓고 보면 저 자신이 부족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고졸이란 타이틀은 다른 사람이 보는 잣대로 보면 부족한 거잖아요? 제가 부족했던 '스펙'을 메꾸려면, 퍼스널 브랜딩이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배경, 학력, 소속을 뛰어넘어 제 이름 석 자를 브랜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브랜드화 시키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어요."

그가 주목했던 것은 SNS와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IT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담당하며 해외 인터넷 플랫폼의 변화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당시 외국에서 유행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싸이월드에 밀려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유튜브의 경우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해외에서는 유튜브를 이용한 퍼스널 브랜딩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인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한 영상으로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는 인터넷 플랫폼의 변화가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런 고민 끝에 퍼스널 브랜딩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회사에 다니기 전 세이클럽 라디오 DJ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팟TV에서 게임 방송을 시작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게임 <문명>을 플레이하며 방송 시작 일주일 만에 시청 인원 최대치인 1,000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이자, 인터넷 방송이 자신이 즐기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나 씨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에 4시간이나 생방송을 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인터넷 생방송과 직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다음TV팟의 경우 수익구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겐 모아둔 돈도, 기댈 가족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그가 결단을 내리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설사 잘 안 되더라도 그 혼자 스스로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로가 되어도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범한 대기업 사원 나동현에서 1인 브랜드 대도서관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이야 1인 미디어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 지금 퇴사를 하고 1인 미디어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주변을 설득하라고 해요. 하지만 제가 시작할 때는 그런 시장 자체가 없었으니까 설득한다고 설득이 되는 부분이 아니었죠.

그래서 제가 잘 되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음팟TV 시절에는 방송은 잘 되었지만, 수익모델이 전혀 없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얼마 뒤, 퇴직금도 쌀도 다 떨어졌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쌀 한 움큼으로 미음을 끓여 사흘을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친척에게 혼나면서 돈도 빌려봤죠. 그렇게 1년을 버티다가 아프리카로 넘어가면서 수익이 발생했고, 유튜브를 하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남들과 달랐던 철학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의 이름이나 로고를 뜻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을 뜻한다. 퍼스널 브랜딩, 즉 철학적인 측면에서 대도서관이 다른 크리에이터와 달랐던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게임 방송은 게임 공략법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임은 좋아했지만 실력이 프로게이머 수준이 아니었던 그는 공략을 알려주는 대신, 스토리텔링과 입담으로 승부하였다. 특히 플레이어가 왕이 되어 다른 문명과 전쟁하는 <문명>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실제 왕이 된 것처럼 잘 나가는 나라에는 비굴하게, 못 나가는 나라엔 거만하게 구는 연기를 하였다. 마치 게임 안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며 방송을 한 결과, 게임 방송인데도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나 여성 시청자도 대도서관의 방송을 좋아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욕설 없는 방송이다. 대도서관이 처음 인터넷 방송을 하던 때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 많아 인터넷 방송은 B급보다 낮은 C급이란 인식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스스로 정한 원칙은 매너있게 바른말만 하자는 것, 그리고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밝은 기운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런 자신의 행동을 통해 1인 미디어 업계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유튜브 190만 구독자를 가진 현재까지도 지켜지고 있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1인 미디어 업계의 판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던 시절, 크리에이터의 수익 모델과 직결되는 별풍선을 쏘지 말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90%의 별풍선이 5%도 안 되는 시청자에서 나온다. 이렇게 되면 별풍선을 많이 쏘는 시청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별풍선에 수익을 의존하게 되면 1인 미디어 업계가 크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별풍선이 아닌 다른 수익 모델을 생각했고, 그것은 바로 광고였다.

대도서관은 이를 위해 아프리카TV 시절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 당시 아프리카TV 상위권 BJ 들은 순위를 지키기 위하여 방송을 안 하는 시간에 재방송을 틀었지만, 대도서관은 하루에 3시간 방송만 하고 재방송은 틀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생방송 영상을 편집해서 카테고리별로 정리를 해놓아 아프리카TV 방송국에 업로드를 해놨다. 대도서관은 이것이 바로 유튜브였다고 한다. 유튜브 붐이 한국에서 일기 전에, 해외 사례를 보고 이미 유튜브 형식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반응이 더 빨리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안목과 선정성이 없는 콘텐츠 덕분에 그의 생각대로 대기업 광고를 받게 된다. 

"앞으로 퍼스널 브랜딩이 더 중요해질 거예요. 자신이 속한 단체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도 브랜드화되어야 속한 단체도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거든요. 사람마다 자신이 목표하는 끝단에는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기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쉽게 말할 수 있고,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혼자만의 소리인데, 퍼스널 브랜딩이 잘 되어 있으면 자신의 의견을 신뢰감 있게 전달할 수 있어요."

퍼스널 브랜딩 시대
대도서관은 그의 저서 <유튜브의 신> 에서 ‘1인 크리에이터는 결국 기획자’란 말을 하였다. IT회사 기획자 출신이자 대도서관이란 그만의 브랜드를 기획해서 190만 구독자를 거느린 그에게 기획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기획자 출신으로서 기획자는 넓고 얕은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깊이는 손가락 한 마디 깊이라도 상관이 없어요. 일단 알고 있어야 필요할 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다방면으로 보고 습득하려고 노력해요. TV, 영화도 장르를 안 가리고 봐요. 만화책도 정보성 만화책을 많이 읽는데, 일단 그런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얕은 지식을 알아가다 좋아하는 분야를 만나 파다 보면, 전문성을 가질 수도 있겠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간단한 기획안이라도 직접 짜보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 퇴사를 한 뒤 프리랜서, 1인 기업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정립한 대도서관에게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앞으로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어필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죠. 이런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겠지만,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조급하게 하다 보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자극적인 방식은 쉽고 반응이 빨리 오지만, 장기적으로 좋을지는 고려해야 하죠."

대도서관은 향후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싶어 할까? 
"미국식 토크쇼처럼 제 이름을 건 토크쇼의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미국식 토크쇼는 한 시간에 한 명만 인터뷰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콘텐츠가 10분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튜브에 적합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자신의 능력치를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누가 와도 인터뷰가 되고, 뭘 해도 예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때문에 저는 지금도 여러 가지를 배우는 시기라 생각해요. 1인 미디어의 장점은 잘릴 위험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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