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앞으로 포데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 입력 2019.04.22 16:52
  • 수정 2019.04.22 16:58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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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골드미스가 참 많다. 점점 그런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한 골드미스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결혼 꼭 해야 하나요?" 그녀의 질문이다. 친구들 사는 거라든지 주변 사람들의 결혼 생활을 보면 딱히 행복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예쁜 아이들을 보면 결혼은 하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남자들을 만나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확! 달아나 버리니... 아마도 결혼은 어려울 것 같다며 이미 반 이상은 자포자기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내가 롤모델이라는 말을 해 준다. 늦은 결혼이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문제없을 것 같은 남편. 그리고 예쁜 딸. 이젠 어느 정도 키워놓고 본인의 일을 찾아 분주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느껴진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지...이야기 좀 해주세요." 라는 질문에 "결혼하고 싶으세요?"하고 물었다.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좋은 사람도 없고... 또 이제 만날지도 모르겠고 ... 좋은 사람들은 이미 유부남이거나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들뿐이네요" 그녀의 대답이다.

“결혼하면요, 지금까지 자유롭게 살았던 거 못 할 수도 있어요. 아이 때문에 결혼한다고요? 아이 때문에 힘들어져서 자포자기할 때도 있어요.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점점 아줌마처럼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어요. 친하기 어려운 시댁을 만날 수도 있고요,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이에요.  내 편인 줄 알고 결혼했다가 그대로 뒤통수 맞기도 하지요. 결혼하면 그 남자의 몰랐던 단점들이 더 눈에 들어와요. 지저분한 모습도 많이 보게 되고, 내 앞에서 방귀 뀌는 그 모습에 질리기도 할 거예요.” 

"지금 저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이런 말씀 해 주시는 거죠?"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래도 긍정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이런 대답을 한 나에게 오히려 조금은 실망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는요... 그 모든 것을 다 잊게 해 줘요. 나를 힘들게 해도 사랑스럽고요. 미소 짓게 해요. 다른 거 때문에 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도 이 아이의 미소 때문에 용서하게 되는 것도 있답니다. 내 아이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미웠던 남편도 이 아이 때문에 고맙게 생각되네요. 아줌마 같은 내 몸매. 그리고 뭘 해도 뼛속까지 애 엄마같이 변하는 내 모습에 실망도 하지만, 이 아이의 엄마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만약 하나님이 나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다면,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삶과 세인 엄마로서의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세인 엄마를 선택할 거 같아요.”

나의 대답은 이랬다. 정말로 진심이다. 그리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면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의 등 떠밀음에 결혼하는 건 내 인생을 망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상대편에게도 무척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했다.  

결혼. 정말 해야 하는 건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뭐라고 이야기해 주면 좋을까? 주변에 물어봤다. 요즘에는 SNS가 워낙 잘되어 있다 보니, 카톡으로 한꺼번에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녀들이 말한다. “굳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녀들의 대답도 비슷하다. 결혼은 꼭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말 요즘 뉴스에서 나온 말처럼 선택이지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웃긴 것이 그녀들의 대답은 “아이는 정말 예뻐요.”라는 것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굳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렇지만 결혼은 하지 말고 애만 낳으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녀들이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나와 비슷할 것이다. 결혼을 해서 실망한 경우는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 순간순간 힘들거나 아이 때문에 포기하는 일도 많고, 절제된 생활을 하게 되었을지라도 내 아이가 예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아이 덕분에 얻은 행복감이 크기 때문에 “아이는 예뻐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친구들은 대부분 29살을 넘기지 않고 결혼을 했다. 그 친구들이 내가 골드미스 때 내게 했던 이야기도 똑같다. “결혼하지 마! 굳이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아이는 한번 낳아 볼만해!”라며 실컷 신랑욕 시댁욕을 한바가지 해 놓고선 결국에는 신랑 보고 “나 좀 태우러 와줘~”하며 신랑차를 타고 돌아가는 그녀들을 보며 혼자서 쓸쓸히 택시를 타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웃긴 건 지금 나도 그녀들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지금 이 사람과의 결혼은 고려해 보겠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세인이 엄마는 되고 싶다. 결혼하면 여자만 손해 보는 것 같고, 지금까지 나의 경력은 다 무시당하는 것 같더라도, 난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 왔던 길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내가 아이 때문에 경력단절이 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고 당연히 일하는 엄마가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빨강머리 앤이 말했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니까 말이다. 내 생각대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녀들의 선택이지만,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하지 말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이 당신이 가려고 하는 그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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