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작, 어설픔을 끌어안은 채로 초라함을 버티는 것

  • 입력 2019.05.08 19:48
  • 수정 2019.05.08 20:18
  • 기자명 조신애 조용한 혁명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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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럴듯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
우리 영혼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상처 입기 시작한다. 삶을 즐기기보단 고통스러워할 일이 더 많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방어 전략을 세운다. 직장에서 직원으로 임원으로 가족 안에서 자식으로 남편으로 엄마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본연의 나대로 살아가기엔 세상이 녹녹치 않다. 점점 더 두껍고 단단한 갑옷을 입어야 나를 보호할 수 있고, 때마다 바꿔쓸 수 있는 다양한 가면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진짜 나’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도둑질 당한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심과 혼란 속에 마음은 끊임없이 소란스럽다. "나는 누구일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매력적인 질문, 평생을 질문해도 계속 묻게 되는 이 질문은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도전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당신의 이름 'OOO'로 살고 있나요?"
경쟁과 비교가 난무한, 때론 삭막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흐름을 잃지 않고 안정감 있게 살고 있는지. '나답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그 누구보다 수고하고 애쓰며 살아온 것을 안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보면 어떨까? 그간 소외되었던 영혼을 위로하고 돌봄 해 보자.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세상에 참 멋진 사람들이 많다. 똑똑하고 잘나고 멋진 사람들이 책을 통하거나 또는 각종 미디어 매체로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 속에서 가끔, 아니 자주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아직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고, 딱히 내세울 것도, 자랑할 만한 것도 없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모아둔 것도 아니다. 사십이 넘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이런 나도 참 그럴듯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 꼭 되고 싶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한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애벌레는 나비가, 상처 입은 인간은 온전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영성이다.'
- 엘렌 바스 -

아. 정말로 나는 온전한 '조신애'가 되고 싶다. 삶은 매 순간 '자기 자신'으로 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부름의 세밀한 음성을 알아차리고 응답하는 일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필요하다. 나답게 살라는 부름은 특별한 사건 속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이 운명이라는 낭만을 추가해보자. 세상을 위트 있게 바라보라. 어차피 삶은 아이러니다. 모순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진지함을 내려놓고 우연한 바람을 타보는 거다. '완벽한 시작'이란 불가능하다.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들에게는 그저 ‘시작’이란 것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내 또 다른 더는 완벽하지 않게 되는 것을 속도 빠른 시대를 사는 우리는 초 단위로 목도하곤 한다. 

 

'바보'의 여행이듯, 시작하라
타로카드에 '바보(광대)'라고 이름 붙여진 카드가 있다. 타로카드는 이 '바보'가 여행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바보카드는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0번을 달고 있다. 카드에서 바보는 낭떠러지 절벽 끝에 호기롭게 서있다. 작은 봇짐 하나를 들었을 뿐이다. 그의 뒤로는 동굴이 보인다. 아마 그 동굴에서 이제 막 나온 것 같다. 그는 '시작' 앞에 서있다. 갖은 것 없는 채로 그의 눈빛은 당당하다. 낭떠러지 앞에 서있지만 두려운 모습이 아니다. 모험심과 설렘이 가득 차있다. 다른 한 손에는 순수함의 상징인 흰 장미를 쥐고 있다. 세상은 온갖 위험과 좌절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바보의 뒤로는 신의 은총인 듯 태양이 비치고 있다.

그는 오랜 동굴에서의 시간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시작했다면 반대로 무언가는 끝이 났을 것이다. 그 끝 뒤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에 놀라지 말라. 시작과 끝은 꼬리에서 꼬리를 물다 동그랗게 이어져 버린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삶은 매 순간 '시작'의 연속이다. 그런 순환적인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라. 더는 방법이 없는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마법같이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아무 가진 것 없지만 당당한, 절벽 끝에 서있지만 두려움 없이 그렇게 '바보'처럼 여행하듯 삶을 대해 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템포로 세상에 나아가면 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1989년에 김우중이 쓴 오래된 문구이지만 지금도 힘이 있다. 풍요의 세상이다. 가장 나다운 것으로 세상에 기여할 때 가장 강력한 것이 된다. '바보'처럼 순수하게, 세상과 나를 신뢰하고 용기 있게 나아가 보자. 

Profile 

연세대 상담코칭학 석사
조용한 혁명센터(심리·상담·영성·코칭) 대표
한국프로코치(Korea Processional Coach)
에니어그램 전문강사 2급
연세상담코칭센터 인턴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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