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디지털 미디어시대 속에서 찾아낸 '소통과 희망'

기옥란 작가

  • 입력 2019.05.14 11:14
  • 수정 2019.05.14 14:0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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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옥란 작가
사진=기옥란 작가

하얀 캔버스 위에 붓으로 그려내는 정통회화만이 미술로 평가받던 시대는 지났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와 뉴미디어의 본격 등장은 ‘포스트모더니즘’이론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디지털 복제와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달은 가상 이미지가 현실을 지배하는 바야흐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실험적인 작품 속에 다양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이 등장하며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이 대중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다.
한국의 떠오르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기옥란 작가를 꼽을 수 있다.
기 작가만의 시대정신이 담긴 '트랜스휴먼(trans human)'과 '네오노마드(neo nomad 신유목민)' 세계관은 그녀의 오랜 성찰과 탐구를 통한 예술세계의 결집으로 깨달음과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평면적인 캔버스의 한계를 넘어 기계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금속을 비롯 천연섬유 그리고 컴퓨터 부품 등 오브제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진화된 인간상을 그려내었다. 

'4D-3F'…남성·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줌심 디지털 혁명시대로의 변화
예술가라면 으레 작품에 자신만의 표현방법과 감성을 녹여내기 마련이다. 기옥란 작가도 마찬가지다. 기 작가의 작품은 '트랜스휴먼(trans human)'과 '네오노마드(neo nomad 신유목민)'를 주제로 현대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트랜스휴먼은 단테의 신곡에 처음 등장하지만, 프랑스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가 정의내린 것으로 기 작가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고 오랜 성찰과 탐구를 거친 트랜스휴먼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지구촌의 소통과 화해, 관계, 교감을 표현해내고자 했다.

"트랜스휴먼은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및 인공지능을 통한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이런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 21세기에 진화된 신인류의 모습을 뜻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트랜스휴먼'이란 '새로운 미래 시대와 함께 요구되는 참으로 아름답고 시적이며 바람직한 인간상'입니다. 유목과 정착을 거듭해 온, 이제는 국가와 민족과 지역주의를 넘어선 21세기 인간(Human)은 더 이상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그들의 뿌리는 내 나라, 고향에 있지만 눈은 세계 혹은 그 너머의 우주를 지향하며 물처럼 흐르다가 멈추고 또 멈추었다 흐르며 새로운 세월을 이어갑니다."

트랜스휴먼
트랜스휴먼

기옥란 작가는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4D와 3F를 작품의 큰 틀로 잡고, 새로운 주제와 기법을 작품에 녹여냈다. 
4D는 '디자인'(DESIGN), '디지털'(DIGITAL), '염색체'(DNA), '신성·영성'(DIVINITY)을 의미하고, 3F는 '느낌·감성'(FEELING), '여성성'(FEMALE), '상상력'(FICTION)을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개념에서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의 단면을 잘 포착해 동시대인들이 인간의 미래와 과학기술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질문하게끔 만든 것이다.
"21세기는 전통적인 남성 가부장적 사회와 아날로그적인 생각이 아니라 감성과 상상력을 겸비한 여성중심의 디지털 혁명시대입니다. 즉, 나노, 바이오, 줄기세포, 생명공학시대에 생명존재의 지도인 염색체(DNA), 다차원의 상호 소통시대의 디지털(Digital), 현대사회의 진화를 통해 발전해가는 많은 사회적 유산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디자인의 결과물인 셈이죠."

상징과 은유, 추상이 만들어낸 포스트모던의 공간
30여년이 창작활동에서 그림 뿐 아니라 오브제를 활용한 콜라주와 병행해서 작업을 해온지 어느덧 10년째인 기옥란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소재로 풀어낸다. 메인보드, CPU쿨러, 키보드 등 컴퓨터 부품과 첼로,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악기의 부품을 어우러지게 표현하며 스테인리스 천연섬유 등을 새롭게 유추·해석해 융합과 콜라주 기법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상징하는 새로운 시대성을 묘사했다. 
예컨대, 컴퓨터 부품 하나하나마다 하나의 도시이자 미래의 사회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속에 들어있는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그리고 키보드와 USB, CPU 쿨러 등은 하나 하나 명령어가 다르며 하는 역할과 기능이 다릅니다. 부품들은 우리들의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인류의 미래를 여는 동력이고 열쇠이며 손안의 작은 도서관이자 마음의 창과 같습니다. 작은 칩에 불과하지만 지식의 보고로써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미래의 모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이어 "또한 메인보드 역시 잘 건설된 미래의 우주도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해진 회로에 압축된 부품들이 빠르게 돌아가며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쿨러는 반대로 그렇게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안식을 제공합니다. 시원한 바람을 통해 그 열기를 식혀주며 일상에 지친 인간들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는 것이지요. 컴퓨터 부품들은 저에게 수많은 상상력으로, 꿈과 직관으로, 상징과 은유로 저의 추상의 공간과 서술 공간, 포스트모던의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작품에 활용하는 것도 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첼로와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악기의 오브제 소품들이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음악적 율동미가 주는 감동과 새로운 의미와 여유 그리고 부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브릿지(Bridge) 역할로써 훌륭한 소품이 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이렇듯, 기 작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융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여기서 화해와 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문에 홀로 소리 낼 수 없는 첼로의 현, 부품이 모두 모여야만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는 컴퓨터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옥란 작가는 균형과 조화가 바탕을 이루어야만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트랜스 휴먼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신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 '소통' '관계' '화해'
기 작가는 인간의 정신적 한계를 극복한 초지성을 가진 21세기 미래의 새로운 인간 ‘트랜스휴먼’과 신유목민 ‘네오노마드’ 시리즈 외에도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원형으로부터’,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은하수와의 조우’ 등 유사한 작품세계를 더욱 심화해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신경회로망의 복잡함 속의 조화처럼 직선과 곡선의 만남, 인종과 인종의 만남, 문명과 문명의 만남, 이념과 이념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과 더불어 우리 안의 통일을 지향하고 하나뿐인 지구촌의 평화를 모색해보고자 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각자의 다양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떠나기 위해 머물고, 머물기 위해 떠납니다.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의 여백이 있어야 하며,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은 자연입니다. 이제 폐쇄된 외연을 넓혀 시의 맑음과 생명의 녹색을 늘려가야 합니다. 도시로 나아감과 자연으로 물러남이 교차되어야 합니다."
사회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작가 기옥란 작가의 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아우른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소리없이 밀려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간의 문명조차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 지구촌에 문화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화(Loc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가 결합되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즉,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세계적인 것이 지역적인 것이 되는 세상인 것이지요. 또한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뼈뿐만 아니라 이제는 인공 피부, 눈, 심장, 간 등 인공 장기가 상용화 되어가는 그야말로 '인간 리모델링 시대'에 작품을 통해 한편의 시와 같은 벅찬 감동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은하수와의 조우
은하수와의 조우

기 작가는 '내 삶이 곧 나의 메세지다'라는 간디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삶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남기고자 한다. 
5월 한달간 진행된 광주 보훈갤러리 초대전에서 성황리에 진행된 전시오프닝을 겸한 작은 음악회에서는 지난 4월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슈베르트 탄생 222주년 기념 음악회를 한바 있는 조이 오브 뮤직(Joy of Music) 단원 성악가 이승희, 첼리스트 윤소희, 피아니스트 반수진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슈베르트의 송어, 마왕, 엔리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 등을 연주하며 기옥란 작가의 작품이 더욱 아름답게 빛냈다. 
이어 6월에는 코엑스 조형아트페어와 9월 싱가포르 뱅크아트페어와 10월 광주 장덕갤러리 초대전, 11월에는 미국 뉴욕초대전, 그리고 내년 5월 전남대 치대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초대전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삶의 변주곡처럼 전개되는 인간의 정착과 이동의 역사처럼, 기 작가의 작품 세계는 머무름에서 흐름을 읽는다. 기 작가는 억압된 삶의 경계를 넘어선 초월적 신문명인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통한 우주공간 속 초신성의 폭발을 그리며 우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기옥란 작가는 "태양빛과 별빛에 항상 감사하며 지금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공간 속 수억 수천개의 별과 은하로 빛나는 우주는 늘 사색하고, 골짜기에 머물러 있는 바람이 아니라 큰 산맥을 넘는 거대한 바람이 되길 소망합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Profile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동대학원 졸업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박사 졸업
개인전 45회(광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일본, 베를린, 프랑크프르트, 뉴욕, 뉴저지, 파리, 베니스 등)
국내외초대전 및 단체전 300여 회 참여
쾰른 국제 아트페어(쾰른메세홀) 등 국제아트페어 45여 회 참여
제15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발 대상, 월간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기술부장관상
2019 대한민국 가치경영 예술인부문 대상(코리아헤럴드)
2019 히트브랜드1위 대상 예술인부문 대상(중앙일보)
2019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 문화예술인 대상(시사투데이)
2019 글로벌 신한국인 문화예술인 대상(대한뉴스)
2019 대한민국 혁신 기업 문화예술인 대상(한국일보)
2019 대한민국 글로벌 혁신리더 대상(Y뉴스)
2018 대한민국 미래경영 예술인부문 대상(코리아헤럴드)
2018 대한민국 혁신리더 문화예술부문 대상(뉴스메이커) 
2018 대한민국 예술인 대상 (Y뉴스), 2018 대한민국 여류작가 대상(Y뉴스)
2018 대한민국 혁신 한국인 문화예술 대상(한국인)
2018 신지식인 대상(스포츠동아) 등 수상

현대미술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협이사 및 교육분과위원역임, 호남대학교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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