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해야만 할 일'을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로 생각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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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장고를 좋아한다. 먹을 것이 많이 있으니까.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와 놀아주니까.
나는 로봇을 좋아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
그러나 나는 엄마는 싫다. 잔소리만 하니까."

어느 초등학생의 글이다.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첫째는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해라”이고,
둘째는 자녀나 친구 간에 비교하는 말이라 한다. 이 말은 현재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도 어린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이고 그때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같이 부모로부터 자주 들으면서 싫어했던 말을, 부모가 되어서 자녀에게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부모(엄마, 아빠)일 때는 자녀에게 최적주의의 삶을 살라고 하지만, 학부모가 되는 순간 '열심히 공부해라', '앞만 보고 걸어라', '남들보다 앞서가라', '실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완벽주의자의 삶을 요구하게 된다.
자녀들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에 관심을 두나, 부모는 학창시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공부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밥 먹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싫듯이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면 그 말을 통제와 억압, 보상의 의미를 지닌 일방적 명령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녀들은 싫어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싫어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 반발하게 되고 일탈 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자.

 

사춘기의 아동들은 반사회적 행동이나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타고난 본성에 의한 본능적 욕구가 커지는데, 그런 성향은 남녀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남아는 위계, 명령, 경쟁, 성 충동의 성향을, 여아는 관계성, 언어, 공감, 배려, 친화성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라'는 말에도 남녀 아이에 따라 약간씩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열심히 공부하란다고 진정 열심히 공부하는 태도가 길러질까?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의 자녀들은 공부하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은 하기 싫어도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에게 '열심히 공부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라는 말을 자주 한다. "당신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
"라고 답한다. 누구나 자기 수준에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도 있다. 비슷한 지능을 가진 학생 중에는 학교에서나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도 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땀이라도 흘리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공부에서는 이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지식과 정보, 지혜, 창의성이 담긴 '열심히'와 그렇지 않은 '열심히'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리는 '공부', '노력'이란 말을 들으면 먼저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공부', '노력'을 힘든 일, 하기 싫은 일로 생각하게 되면 아무리 '공부해라', '열심히 노력해라'를 말로만 외쳐봐야 자녀의 행동에 긍정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모님들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자. 학창시절에 '공부'가 즐거웠는가? 수학 시간에 미적분과 통계, 확률 문제 풀기, 영어 시간에 문장 해석하기, 화학 시간에 화학 방정식 풀기가 즐거웠는가?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은 학창시절의 공부 시간이 그리 즐겁지는 않은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려면 '공부해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 분위기를 자녀에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노력에는 고통만이 따르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던지는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이 가정교육의 함정임을 모르고 있고, 나 역시 그런 부모로서 자녀를 교육해 왔다. 그러나 공부는 통제와 명령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공부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와 같은 '해야만 할 일'을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녀로 기르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자녀를 기르는 부모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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