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 특집칼럼] "결혼 할 사람이 없어요"

앞으로 포대기를 두를 그녀들에게 한 마디 6

  • 입력 2019.05.21 15:24
  • 수정 2019.05.21 17:09
  • 기자명 김여나 여나(여성나눔)커리어 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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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결혼 안 한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결혼할 사람이 없다"라고 말한다. 나 또한 늦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마음 다 안다.  그때 친구들은 나에게 "너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가 나중에 휴지통 뒤지게 된다!"라며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었다. 사람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이만큼 나이도 들다 보니 만나본 경험은 많아지는데 어떤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판단력이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20대 때는 얼굴을 위주로 사람을 보았다면, 30대 때는 그 사람의 하는 일을 얼마나 잘해나가는지, 그의 능력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점들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런지는 정말 모르겠다. 골드미스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녀들도 예전의 나의 마음과 똑같다. 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만 남은 것 같아서 이제는 아예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SNS가 활발하다 보니 이미 그 사람의 신상은 몇 사람만 건너면 금방 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핸드폰 번호만 알면 카카톡 친구로 자동 등록이 되면서 그 사람이 올린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예전에 했었던 카카오스토리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얼굴은 당연한 것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까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 사람의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친구들을 보면서 그 남자를 상상해 낼 수 있다는 무서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면서 '얼굴이 못생겼네. 대머리 기질이 보인다는 둥. 생긴 게 좀... '이라며 아직도 얼굴을 가지고 판단하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만약 같은 골드미스라면 그녀들의 마음에 더 많이 공감을 갔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신분이 바뀌는 만큼 사람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다. 고르고 골라서 간 골드미스의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에 후회했던 적도 많았기에 나와 같은 후회하지 말라는 뜻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외모적인 부분은 흔히 말하는 결혼식장에서 단 30분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도 화장이 아닌 분장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 거기다 턱시도 입혀놓고 조명발 받으면 괜찮아 보인다. 키? 요즘 키높이 구두가 흔하게 나왔고, 지금은 남편이랑 손잡고 다닐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서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가 더 많아서 이 사람이 키가 컸는지 작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외모는 결혼할 남자 조건 순위에도 들지 않는다.     

친구 중에서도 남편하고 정말 맞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짝꿍 하고 결혼한 그 친구는 남편을 10살 때부터 알아왔고, 그와 교제를 한 기간도 10년이 넘었고, 같이 산 기간은 20년이 다 돼간다. 그러면서도 잘 모르겠는 게 남편이라는 작자라고 한다. 그런 그녀가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사는 이유는 아이들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남편 하고는 취미가 맞아서 그나마 그것 때문이라고 한다. 둘 다 집에서 간단하게 음주를 즐기는 것을 좋아해서 아무리 싸우고 화가 났더라도 그 다음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 한잔 하는 것이 그들의 화해 방법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만났고, 같이 살았으면서도 1부터 10까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딱 하나 맞는 거라고는 음주를 즐긴다는 취미. 그 취미 때문에 산다는 말이 웃기기도 했지만, 그런 취미를 통해서 둘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해 보지 않은 친구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어떻게 취미가 맞는다고 같이 살 수 있어?     

설마 아직도 동화 속 왕자님이 백마 타고 나를 찾아오는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면 이런 친구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아직도 잘생기면서 능력도 좋고, 성격 좋은 것은 기본이면서 집안까지 좋은 남자를 찾고 있는 친구가 있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절대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괜히 그녀의 꿈을 깨는 것 같아 말하지 않는 친구도 있고, '넌 아직 멀었다...'라며 조언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남자를 원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는 그런 남자가 좋아할 만한 자격을 갖추었니?"라고 물어보고 싶다. 만약 나는 그런 조건이 되지 않으면서 그렇게 남자들을 조건 보고 선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니면 신데렐라처럼 유리 구두를 벗어놓는 전략이라도 짜야 하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와 줄 것을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괜한 믿음으로 신을 원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그런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라는 것은 아니라. 내가 그런 조건들을 본다면 나조차도 그런 조건에 만족되는 여성이어야 한다.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나부터가 좋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 나부터 능력을 키워야 하고, 성격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내 성격부터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팔자 바꿀 생각을 하니? 그런 꿈만 꾸다가는 냉혹한 현실에 우울증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염두 해 두시길! 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럴 확률은 높다는 거! 나이 들었다고 이쯤에서 그만할까 하며 적당히 타협도 하지 말기를. 당신이 한 적당한 타협이 당신의 인생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결혼 꼭 해야 하나요?' 하는 질문부터가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요.’라는 말과 같다. '아이 꼭 낳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아직 육아를 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고, 결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나는 아직 결혼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결혼과 육아. 웬만한 각오 없이 덤비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의 안일한 생각으로 한 남자가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아이가 엄마 때문에 힘들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인생에 대한 책임이다. 이쯤에서 타협하지 말고, 진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 하자. 그래야 모두가 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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