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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었던 이른 성공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나를 장인으로 만들었다

기사승인 2019.06.10  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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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도락 성현석 대표

독이 되었던 이른 성공
학창시절 소위 날라리라고 불렸던 성현석 대표는 대학에 갈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던 그는 다른 친구들이 대학교에 들어가 바빠지며 마냥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친구들의 일과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문득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느끼며 대학교에 들어가기를 결심하고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 전역 1년 전 아버지는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라고 말씀하셨다. 전역을 하고 신문에서 교단화 선진사업이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명함을 만들었다. 학교에 근거리 통신망 및 컴퓨터를 연결해 교사들이 멀티미디어 교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IT 사업이었다. 첫 거래처는 모교 중학교,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을 하며 자신의 사업을 알렸다. 몇 개월이 지나자 오더를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모교에서 연락이 오는 동시에 다른 학교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20대 중반 청년이 벌기에는 정말 많은 돈을 벌었다. 그저 학교에 복학하기 전에 용돈벌이 삼아 시작한 사업은 어느 중견 회사 못지않은 성과를 올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세 대나 선물한 적도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읽지 않고 그저 안일하게 이어졌던 성공은 그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어느새 사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말 그대로 지하까지 뚫고 갈 기세로 망했죠. 그저 순간 잘 됐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너, 음식 장사하고 싶어 했잖아
어릴 적 그는 지금처럼 사람을 꽤나 좋아했다. 일본으로 이민 갔던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웠던 적이 있다. 사업에 실패 후 아무런 목적도 없이 방황하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그 친구는 결혼자금으로 마련해 둔 5천만 원을 성현석 대표에게 건네며 말했다. "넌 어릴 때부터 항상 음식장사하고 싶다고 말했어, 넌 음식 장사하면 잘 할 거야." 하지만 그대로 그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갚을 길도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을 때까지 한 번은 갚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친구의 독려와 우정으로 성현석 대표는 다시 재기를 꿈꿀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식당이 '장수가'였다. 처음 3년 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루치기와 부대찌개 그리고 두툼한 삼겹살이 주 메뉴였는데 점심매출은 그런대로 돌아갔지만 저녁시간에는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그 시기에 성현석 대표의 특유의 긍정성이 발휘됐다. 현재 식당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현석 대표는 직접 주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설거지에서 시작해 주방 전반을 살피고 손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수가는 여의도를 시작으로 논현동, 충무로를 넘어 종로에 이르기까지 직영점 11개, 식자재 공장, 약 100명의 직원을 둔 연 80억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되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이 순간이다
장수가는 2009년에 시작해 2015년까지 성공 가도를 달렸다. 청년 시절 맛보았던 IT 사업의 성공신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장수가라는 브랜드는 일정 수준 이상을 올라가지 못했다. 사업 성공으로 인해 생긴 금전적 보상은 마치 그를 쥐덫에 걸린 것처럼 만드는 듯했다. 돈을 많이 번만큼 소비 역시 그것만큼이나 많았다. 즉흥적으로 비싼 외제차를 그 자리에서 구입해버리기도 했다. 생활수준을 낮추는 것은 생활수준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소비는 줄지 않고 장수가라는 브랜드는 침체를 겪는 듯했다. 어느 날 성현석 대표는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2주간의 시간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였다. 기업가의 기(企)는 사람이 멈춰 서서 생각을 하는 형상이다. 성현석 대표에게 그 시간은 현실을 바라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으리라. 장수가와 비슷한 음식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이 있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다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위기를 그대로 내던져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청년시절의 독이 되었던 성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변화해야 할 때를 알고 변화를 결심할 때가 바로 터닝 포인트라고 말하는 그다.

"장수가는 잘 됐지만, 앞으로 잘 안될 것 같아서 정리했습니다. 많은 돈도 잃었고 직원들도 잃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는 많은 리스크가 있었지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가장 맛있었던 평양냉면, 서경도락에서 시작하다
식도락인 성현석 대표는 위기 위에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주 메뉴를 평양냉면으로 선정했다. 전국에 안 가본 평양냉면집이 없을 정도로 냉면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매일 300~400그릇의 평양냉면을 만들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평양냉면은 그저 미친 듯이 냉면을 만들면서 나왔어요. 우리나라에서 먹는 냉면은 대체로 밀가루에 소다를 섞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맛에 길들어져 있죠. 하지만 소다를 넣은 메밀면을 반죽하다 보면 손이 다 망가집니다. 소다는 그만큼 독성이 강하죠. 저는 소다를 메밀면에서 뺐습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가죠. 인건비도 많이 듭니다. 그리고 소다를 넣은 냉면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도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했던 크고 작은 실패들 속에 얻은 교훈을 통해 저는 이제 본연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평양냉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유행을 따르는 번쩍이는 맛이 아닌 오랫동안 반짝이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음식의 본질, 그리고 그 음식을 통해 얻는 즐거운 경험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탐구가 필요합니다."
그의 말처럼 서경도락에서 맛본 메밀면의 맛은 예사로운 맛이 아니었다. 튀지 않지만 담백한, 삶에 찌들어 찾아간 엄마 집에서 엄마가 직접 반죽해서 면을 뽑아 소고기 육수를 우려 만들어 준 맛이랄까. 냉면 한 그릇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다면 그것은 과장일까 한다.

음식을 통해 경험을 선물하다
훈훈하고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곳에는 음식이 있다. 음식의 좋은 경험은 그것이 좋은 분위기, 또는 비싼 음식을 떠나서 나를 위해 마련된 데쳐진 두릅 한 접시, 냉면 한 그릇이면 족하다. 손이 많이 가는 정성의 음식을 친정엄마의 사랑에 비유한다면 투박하지만 큰마음이 느껴지는 투박한 두릅 한 접시는 친정 아빠의 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저에게 서경도락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은 친구고 부모며 자식입니다. 입에 음식을 넣는 순간 건강과 함께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생각도 머금길 원합니다. 그것이 음식의 본질 아닐까요?, 제가 음식을 통해 느끼고 싶은 감정을 서경도락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느꼈으면 합니다.
서경도락은 구수하지만 건강한, 그리고 담백하지만 끝 맛의 여운이 남는,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사랑과 건강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음식점 창업하지 마라?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영어를 잘하기에 앞서 영어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죠. 음식점을 하려면 우선은 음식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압구정에서 음식점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압구정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고 마시며 즐겨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내가 몸으로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되어 나만의 색깔을 만들죠. 음식을 충분히 즐기지 않은 사장은 고객에서 음식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없으니까요."

책 출간을 앞두고
"대중의 입맛만을 고려한 상업적인 맛이 아닌 철저히 담백하고 깔끔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저만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철학이 담긴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양냉면은 작은 마켓이긴 하지만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죠. 표면적인 마케팅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사장의 음식에 대한 본질과 핵심을 꿰뚫고자 하는 마인드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궁극적인 마케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만족한 고객의 입소문은 결국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되겠죠. 저의 그런 철학 그리고 비전과 함께 디테일에 엄격하려고 노력하는 저의 끊임없는 성찰이 담긴 책입니다."

함께 나누는 경험, 그것이 곧 가치다
"'사람'이라는 키워드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입니다. 식당에 찾아 주시는 몇 백 명의 손님들 덕분에 제 사업이 유지가 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어 드리는 음식과 경험에서 남다른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저 지나가는 식당이 되겠죠. 저는 고객 한 분, 한 분을 남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저 또한 저만의 컬러를 가진 사장으로서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어야겠죠." 
남다름(남다아름)이라는 것은 남도 다 아름답다는 생각, 즉 각자 모두의 색깔인 정체성은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본다. 서경석 대표에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물었다. 
"각자의 색깔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역시 나만의 색깔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손님에게는 '인정 많은 식당 사장'이 되고 싶고 또 어떤 모임의 일원으로서는 '중간 리더로서의 배려와 협동'의 모습, 그리고 가정에서는 '강인하고 자상한 남편과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저 먼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관계의 주인이 되어 먼저 보여주면 그것이 나름 영향력이 아닐까요. 물론 그것의 가장 큰 수혜는 사람부자가 되는 바로 제가 되겠죠."

염소연 기자 aprilye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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