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필 칼럼] 우리가 몰랐던 스포츠의 자산들

  • 입력 2019.06.17 19:28
  • 수정 2019.06.17 19:40
  • 기자명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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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넘게 소위 '체육계'에 있으면서 나는 몰랐다.
FIFA World Cup과 손흥민 선수 때문에 'UEFA 챔피언스리그'가 유럽축구연맹이 주관하는 클럽축구대회인줄을 알았으면서도 '2019 FIFA U-20 World Cup'개최지가 폴란드인지를. 히딩크, 박항서 감독 용병술은 달달 외우면서 '정정용은 도대체 누구냐?'하는 식이었다.
일을 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U-20, 20세 이하 청소년들이 해냈다.

FIFA U-20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2년마다 여는 20세 이하(under the age of 20) 축구대회다. 2005년까지 'FIFA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FIFA World Youth Championship)'라 불리기도 했다. 그렇다. 스포츠마케팅 차원에서 청소년 연령을 세분하여 20세, 17세, 16세 이하 등 그리고 남자 경기가 있으니 당연히 여자 경기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2년 우리나라는 FIFA World Cup에서 4강에 올랐다.
1983년에는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붉은악마'가 4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어디서 무슨 경기를 한대'하는 식에서 '이강인'이라는 선수 활약상에다 '꾸역꾸역' 감독의 'One Team'이 일을 낸 것이다. 
기업이든 정치든 스포츠든 배움과 도전의 가장 큰 자산은 경험이다.

직장이나 사업에는 일종의 '유리천장'이나 '마지노선'이 있다.
스포츠에도 인간 한계가 만들어내는 기록, The Perfection Point라는 것이 
있다. 생존을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 스포츠과학자들이 상상하는 기록들은 현재로서는 꿈의 기록일 뿐이다. 가령 100m 달리기의 완벽한 기록은 8.99초다. 덧붙여 마라톤기록은 1시간 57분 58초, 수영자유형 50m는 18초15, 덩크슛 높이는 4.57m, 홈런아치는 228m, 드라이브샷은 543야드(약 497m), 벤치프레스는 617파운드(약 280kg)를 들어낸다.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마지노선'에 이르자 일제히 써댔다. 
36년만 '신화'에 '기적'이라고. 
스포츠에서 불문율 가운데 하나가 징크스와 기록은 '깨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밤비노와 염소의 저주는 깨졌다.

스포츠 역사상 극적인 기록은 '1마일 4분벽'이었다. 
1954년 늦봄까지 인간이 1마일(약 1,600m)을 4분 안에 달리는 것은 맨몸으로 극지방탐험이나 수중탐사, 달 착륙에 비견됐다. 그런데 그해 5월 6일 영국의 옥스퍼드대 젊은 의학도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마의 4분벽을 돌파하자 46일째 되던 날 새 기록이 작성되고 이후 급기야 천명을 넘어섰다.
경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선수로는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도 유명하다.
그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우승이나 랭킹 포인트가 국가 몫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프로들의 구미가 썩 당기지 않는 데이비스컵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한다. 메이저 대회가 아닌 국가대항전에서 '1등 경험'은 훗날 그의 테니스 역사에서 놀라운 성장의 단초가 되었다.      

 

청년·소년들에게 '헬조선', '3포 세대'같은 암울한 단어들을 장식했다. 
발 빠른 언론은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용어를 빗대어 재미와 놀이를 즐기는 'Swag(스왜그)세대'로 부르고 있다. 
이번의 축구 성적 하나로 그들의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는다.
축구는 축구이고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고 각박하다.   
하지만 승리의 경험,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마치 '신화'나 '기적'과 같은 저 피안의 용어들, 마치 안 될 것들이 된 것 같은 이상한 용어를 마구 써 대는 어른들에게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우리들의 응원 속에서.
 
이번에 도드라진 것 중의 하나는 '원팀(One team)' 하나의식이다.
'감독이 누구야?'라는 물음 앞에는 도대체 선수들을 북 돋우는 용병술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용병술이라 할지라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빛을 발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어른들 세계에는 '장'이나 '회장'같은 감투가 너무도 많다.
천재 한사람이 수백만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도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다.
그리고 역사보다 귀한 가르침도 없으며 경험보다 소중한 자산도 없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All for One, One for All)"
그런 의미에서 '2019 FIFA U-20 World Cup'은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다. 제발 저들의 축제에 뒤늦게 무슨 무슨 후속조치로 뒷북치지도 말고 생색도 내지 말라. 그저 하던 대로 묵묵히 성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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