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기에서 시작한 인생 이모작(二毛作)

박화문 (주)국제선진의료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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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임 중이던 박화문 대표는 교직에서 내려와 국제선진의료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강단에서 장애아동 교육과 특수교육 교사를 양성해왔다. 과거 도쿄고등사범학교라 불렸던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석 · 박사 과정을 마친 재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자신의 전공인 교육학에 전문성을 더하며 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정들었던 대학을 뒤로하고 국제의료컨설팅분야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일본 선진의료기술과의 만남

긴 세월을 교수로 살았던 그에게 ‘의료컨설팅’이라는 단어는 언뜻 낯설게 보였다. 은퇴 이후 본격적으로 국제선진의료컨설팅을 설립한 배경을 아주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박화문 대표는 2년 전 정기적으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을 선고받았다. 정상 수치보다 높았으며 염증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받고 약을 복용했지만 정밀 검사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듯 눈앞이 캄캄해진 순간이었다. 더 이상 삶을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가온 마지막 희망은 이웃나라 일본의 의료기술이었다. 일반적으로 암의 대증요법은 크게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한 달이 넘도록 약을 먹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뿐 몸에 맞지 않았고 혼란만 가중되던 때에 박 대표의 아내는 ‘중입자치료’라는 일본의 선진 기술을 찾아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다를 건너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치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방사선 치료의 종류는 대중들에게 엑스레이로 잘 알려진 감마선과 입자선으로 나뉜다. 입자선은 다시 양자선과 중입자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치료를 목적으로 감마선을 활용하지만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입자선의 경우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을 갖췄다.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이나 노인의 경우 중입자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상용화되지 않은 치료 방식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하여 전국 7개소에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박화문 대표는 국내에서도 중입자 치료에 대한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의 가교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 그는 최근 일본에서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국제암치료지원협회 한국지부를 담당하고 있다. 박화문 대표는 “선행에 앞장서고 싶다”며 “선진적인 의료기술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노벨상을 받는 이들도 있을 만큼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소견이 필요한 이유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암이 발생하면 종합병원에서 최종 판정을 받고 담당의사의 치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1차 판정 후 추가적으로 2차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 희귀한 질병인 암의 경우 전문 기관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아도 완벽한 치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명세를 치르는 병원이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일본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치료 방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하여 다른 전문의에게도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박화문 대표는 이러한 과정은 생명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치료선택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간존중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암은 진행과정에 따라 1, 2, 3, 4기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때 치료의 방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후유증이 덜 남을 수 있다. 특히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3, 4기 암 환자의 경우 일본의 의료기술이 2~3배가량 치료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직에 종사하는 의료인들 또한 좀 더 폭넓은 사고를 통해 환자가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주문했다.

일본 선진 의료시스템의 도입을 위해

현재 국제선진의료컨설팅은 일본 소재의 다수 의료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도쿄의 국립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 병원, 에도가와 병원, 순천당 병원을 비롯해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는 오사카 중입자선 센터, 오사카 국제 암 센터, 이쥰카이 종양클리닉이 연계되어 있으며 나라에는 다카이 병원과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의 선진 의료기술을 소개하는 의료컨설팅 업무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는 점진적이나마 사회적 풍토가 변하기를 바란다. 생명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인 만큼 치료 방법과 기타 조건에 맞춰 환자 스스로가 최선의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며 의료계에서도 선택의 폭을 넓혀서 제공하길 희망한다. 그러면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도 중요하지만 방사선 치료의 중요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중입자 시설도 갖춰야 하지만 방사선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의료계를 중심으로 중입자 기술 및 장비의 도입, 전문 인력 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올바르게 나아가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많은 이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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