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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미술여행] 아르바트 거리 '모스크바 낭만의 거리'

기사승인 2019.07.10  1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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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의 합창_김석기 작가

모스크바 중심지에 '모스크바의 몽마르뜨'라 부르는 낭만의 거리가 있다. 15세기경 형성되었다는 이 거리는 도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만들어진 거리라 하여 '아르바트'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랍어 'Arbad'에서 파생된 어원에는 '도시 외곽'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중심에 있는  크레믈린 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외곽으로 불렸던 이곳은 어쩌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귀족들의 저택이 한적하게 들어서 있는가 하면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모스크바의 중심부에서는 가장 자유스럽고 낭만적인 거리로, 모든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1987년 모스크바 당국의 결정으로 이 거리에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아르바트 광장을 중심으로 작가, 음악가 화가들이 모이는 낭만의 거리를 활성화하면서 이곳은 세계문화가 공존하는 보행자의 천국이 되었다. 

아르바트에 존재하는 많은 골목들의 이름에서 이곳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목공 골목, 대장간 골목, 과자와 빵 골목, 음식점 골목, 식탁보 골목 등 거리의 명칭을 통해 그 당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가장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만들어낸 가장 역사 깊은 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아나똘리 리바꼬프 (1912~)가 쓴 '아르바트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이 소개되면서 아르바트의 낭만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아르바트 아이들'은 러시아뿐 아니라 서방 각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소설이었다. 솔제니친이나 파스체르나크의 책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도 정작 조국인 러시아에서는 금서가 되었던 것과는 달리, '아르바트의 아이들'은 러시아 내에서만 50만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나똘리 리바꼬프는 아르바트에서 살았고, 모스크바 수송전문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재학 중 당 강령에 위반하는 행동으로 3년간의 시베리아 유형도 받았다. 형을 마치고도 대도시 거주권을 박탈당한 그는 전국을 떠돌면서 트럭운전수, 댄스 교사 등 잡다한 직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 체험들은 모두 그가 '아르바트의 아이들'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새로운 창작의 힘을 얻는 에너지가 되었다. 

 

▲ 푸시킨의 생가

아르밧스까야 지하철역에서 시작되는 아르바트 거리는 20m의 넓지 않은 도로 폭으로 1.25km 정도 직선으로 만들어진 도로이다. 모스크바에서 가난하지만 젊은 영혼들이 모여 사는 유일한 곳,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선다. 부와 가난이 공존하고, 우울과 웃음이 함께하며, 사치와 검소한 생활이 공존하고, 순수 예술가와 히피들이 함께한다. 그래서 아르바트는 분명 러시아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거리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연녹색과 흰색으로 단장된 깔끔한 2층집이다. 바로 러시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며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시킨의 생가다. 집의 벽면에 푸시킨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이 있고 그 아래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져다준 한 송이의 아일리스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애처롭게 한다. 아직도 그를 흠모하며 그를 찾는 이들이 그에게 보내는 꽃의 향기가 그윽한 곳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암송해 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 푸시킨 부부 동상

푸시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1999년에 그의 생가 앞에 푸시킨과 그의 아내 나딸리야 곤차로바의 동상을 세웠다. 이곳을 찾은 이들이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그가 남긴 아름다운 예술의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집과 외국 브랜드 상점들이 러시아의 전통 가게들과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개혁과 개방의 거센 바람을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며 러시아 젊은이들의 혼이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무명화가들의 고향이자 연극배우와 무명 가수들의 안식처이며, 전시장과 무대가 있고 그곳을 서성이는 히피들이 즐거워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모스크바의 낭만과 예술을 몸짓으로 전하는 악사들의 연주가 들여오고, 소리 높여 낭송하는 무명 시인의 애절함이 있고, 초상화를 그리는 살아있는 화가들의 눈동자가 있는 이곳은 분명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천국이다. 

거리의 중앙에는 천막을 두른 간이상점들이 즐비하다. 눈에 들어 꼭 갖고 싶은 기념품은 없지만 하나라도 더 팔고 싶어 하는, 파란 조끼를 입은 판매원들의 적극적인 호객행위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까기 인형'이라 부르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인형, '맏드리오시카'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맏드리오시카'는 인형 속에 인형이 겹겹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최고 67개의 겹을 자랑하는 인형이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다산과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맏드리오시카'의 겹겹이 싸인 사랑처럼, 이곳 '아르바트 거리'에 모여 있는 무명 예술가들의 가난이 겹겹이 벗겨지고, 아름다운 웃음과 행복이 겹겹이 싸이는 미래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 푸시킨 동상_김석기 작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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