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경험’이 차이를 만든다

박성현 준 엔지니어링 대표

  • 입력 2019.07.29 16:53
  • 수정 2019.07.29 16:5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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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수 경력이 40년에 달하는 준 엔지니어링의 박성현 대표는 목수들의 위험을 이해하기에 목수 전용 공구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특히, 준 엔지니어링의 주력인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에는 박 대표가 40여 년간 몸소 다치고 느끼고 경험해 온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특허기술 장치들도 마련되어 있어 ‘업’(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용자’의 마음으로 탄생한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
준 엔지니어링의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는 그야말로 ‘목수’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건설 작업 현장을 떠올려보면 전기시설, 가스시설, 수도시설 등을 설치하느라 너무나 어지럽고 복잡하기 마련이다. 그런 복잡한 곳에서 커다란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를 펼쳐놓고 일을 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 

준 엔지니어링의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는 원터치 접이식으로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에도 용이하며, 중간 다리를 접어 올려도 300kg의 무게를 버텨낼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박성현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스톱워치를 켜고 접고 펼쳐보는 것을 계산해본 결과 펼치는데 12초, 접는 데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의 생명은 ‘부드러움’이다. 어찌 보면 칼보다도 위험한 톱을 사용하다 보니 부드럽게 밀지 않으면 손이 망가지기 일쑤다. 그래서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에는 ‘볼 베어링’을 사용한다. 볼이 굴러가면서 만드는 부드러움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안전밀대’를 개발해 도입하기도 했다. 합판을 얇게 자르다보면, 합판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톱 가이드와 톱 사이가 너무 가까운 경우가 생긴다. 이때, 손가락을 사용하면 다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크기가 맞는 도구를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박 대표는 손을 대신해 얇은 합판을 톱 사이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안전밀대를 개발해 손가락과 톱날이 가까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박성현 대표는 제품을 하나 완성할 때마다 그야말로 ‘피와 살’을 떼어 만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과 사랑을 담아 만들고 있는 것. 

“작업대 하나에만 여덟 가지의 특허기술이 사용됩니다. 이 작업대를 사용할 후배 목수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허투루 만들 수 없습니다.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작업대를 만들 때는 정말로 제 생명과 맞바꾸는 기분이 듭니다. 또, 완성된 제품을 고객에게 보낼 때에는 자식을 출가시키는 마음마저 듭니다. 목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다 보니 우리 제품을 엇비슷하게 흉내 내어 시중에 판매하는 회사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로 인해 특허 소송을 진행한 적도 많지요.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제품인데, 누군가 모방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뢰’로 지켜낸 40년
그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는 데에는 과거 목수로서의 삶을 겪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13살부터 목수 일을 시작한 박 대표의 손과 팔은 과거 다친 흉터들이 눈에 띄었다.

“제가 목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 시절에는 ‘고용’이라는 개념보다는 기술자 밑에서 숙식을 하며 기술을 배우는 ‘제자’의 개념이었죠. 저 또한 13살부터 스승의 밑에서 목공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약 2년 정도가 지나면 스승님도 기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직접 공구함을 짜보라’고 지시를 내리십니다. 직접 만든 공구함에 스승님이 공구를 채워주시면서 분가를 하고, 저도 제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스승으로부터 분가를 하게 된 박 대표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등은 죽기보다 싫었다던 박 대표는 또래보다 뛰어난 목공 실력을 자랑하며 이른 나이에 분가에 성공했다. 20살이 된 무렵부터 직접 공사를 맡아 지휘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건설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 시절 사업을 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IMF에 박성현 대표도 부도를 맞고 말았다.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직원들에게 월급은 챙겨줘야 했기에 저렴하게라도 공사를 받아 적자로 사업을 이어갔다. 

직원들도 박 대표의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월급 일부를 돌려주는 등 박 대표를 위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보이기도 했다. 직원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심성이 박 대표가 IMF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IMF 이후 건설사업을 접고 인테리어 사업을 진행하던 와중에,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지금의 준 엔지니어링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지난 2017년 9월에는 부지를 매입해 지금의 번듯한 공장을 차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성현 대표는 “‘준 엔지니어링’하면 질 좋은 제품, 뛰어난 서비스로 소문난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도 톱 작업대와 테이블쏘 시장 중 70%를 준 엔지니어링이 차지하고 있을만큼 튼튼한 신뢰를 자랑하고 있는 것.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준 엔지니어링’이 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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