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생명력, 벽조목에 새겨낸 진솔한 삶

리조 림만선 작가

  • 입력 2019.08.16 09:42
  • 수정 2019.08.16 09:46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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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만선 작가를 보면 ‘만능’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그는 목조각가인 동시에 서예와 그림, 각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종합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수묵을 주조로 한 드로잉화나 친필의 서화각, 그리고 자연의 오묘한 형상과 이미지가 연출된 생체적 오브제를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차용하는 등 신표현양식을 선보인다.

림 작가는 선대부터 서화를 하던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럽게 서예, 전각, 그림 등을 접하며 자랐다. 이러한 성장배경이 목공예를 비롯해 목조각, 서화각, 한지부조, 지점토부조, 먹드로잉, 초상화 등 예술 전반을 선렵한 종합예술인으로 그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전시회는 장르를 불문한 여러 소재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는 조각을 하기 전, 미리 한지에 그려둔 드로잉 작품으로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며 초대전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이 다재다능한 재능을 아낌없이 펼치고 있다. 림 작가는 서예, 문인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심사위원으로 추대받기도 했으며, 심지어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젊은 나이에 ‘KBS 림만선 초대전’을 기획한 바 있으며, EBS교육방송 본사 내 마련된 미술관에서 단독으로 한 달여간 ‘림만선 초대전’을 열기도 한 만큼,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가이기도 하다.

벼락 맞은 나무에 불어넣는 ‘심폐소생’
리조 림만선 작가를 이야기할 때 ‘벽조목’을 빼놓을 수 없다. 벽조목은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일컫는다.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악귀를 쫓는다 하여 신령한 기물로도 여겨지는 벽조목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벼락이 내리칠 때 발생하는 수억 볼트의 전류가 나무 속 수맥을 관통해 순식간에 나무 속 수분을 증발시킨다. 수분을 빼앗긴 대추나무는 조각나고 검게 타며 물에 띄우면 가라앉을 만큼 단단해진다. 

림만선 작가는 국내 유일의 벽조목 작가다. 림 작가는 벽조목의 강인한 생명력에 매력을 느꼈고, 우연한 어느 날 안동 임하댐 수몰지역에서 1300여년 된 벽조목과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다. 

그는 강철보다 단단한 벽조목을 통해 대자연이 선물한 힘과 그 본연의 가치를 표현해내고자 했다. 그 단단함 위에 정신을 새기기 위해 림만선 작가는 연구를 시작했다. 보통의 칼은 강인한 벽조목이 쉽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 

쇠를 자를 때 사용하는 톱날로 칼을 만들어 망치로 칼등을 때려 작업을 한다. 림 작가는 칼날을 수십번 부러뜨리는 시행착오를 3년이나 겪고 나서야 벽조목에 칼날이 먹히게 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렇게 터득한 기술로 20cm정도 되는 칼날로 마치 붓으로 난을 치듯, 칼 끝을 잡고 칼 선을 그려나간다. 

그는 그어내는 한 획마다 시간을 담아낸다. 그 시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머나먼 곳에서 시작된다. 고대 암각화의 형상이 뚜렷한 선과 선명한 윤곽을 가진다. 고대 벽화에 나타나는 의식이나 생활풍속, 혹은 토템이나 동물의 형상 등이 벽조목에 새겨진다. 이어 그 위에 금·은·동 돌가루를 뿌리거나 천연염료로 채색한다. 나무와 종이를 매체로 한 음양각 등 각종 문양의 창출, 우리 전통의 원시문양 등이 고스란히 작품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작가 림만선은 자연의 오묘한 신비와 조화를 차용하여 마음껏 자신의 예술작품을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수십 가지의 재료들로 만들어낸 그의 예술은 다양하기도 하면서 폭넓은 예술의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양각과 음각, 강약의 조화
림 작가는 선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필맛과 칼맛이 잘 드러나 있는데, 회화적인 형상성과 질감의 효과,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양각과 음각의 새김질이 압권이다. 그가 표현해내는 강약의 조화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웅장한 산과 물의 유연한 흐름을 내포한 변화가 무쌍한 것이 특히 작가의 작품 속엔 인종과 성별을 떠나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원초적인 것인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작품을 바라보면 시선은 홀린 듯이 새겨진 선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림 작가의 목조각의 매력이 마음을 흠뻑 적신다. 이러한 림 작가의 목조각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짧게는 수백 년부터 길게는 천년의 시공과 풍상을 견디며, 인간보다 질긴 수령을 유지해 온 자연의 소재들을 그 형상과 용도에 따라 작품으로 승화시켜 온 림만선의 발상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예술작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한 선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환경친화력이 있는 자연의 순수한 천연소재들을 조각가나 조경가들이 차경하는 이치와 일맥상통 한다. 작가 림만선은 자연에서 발굴된 오묘한 조화의 생생한 소재를 천연 그대로, 아니면 작가의 솜씨와 기량이 어우러진 방법론을 거쳐 재창조되는 작품인 것이다.

꾸준한 사회활동, “모두의 삶에 행운이 깃들기를…”
400~5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오래된 고목만을 고집하며 시간을 조각해 온 그의 작품은 예술의 전당, 안동민속박물관, 한국전력공사, SBS, EBS, 금융감독원, 리움미술관, 법무부, LG그룹 등 여러 기관과 단체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하지만 림 작가는 환갑을 넘긴 지금에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위해 수일 간 밤을 새우며, 정진하고 또 정진한다. 그는 ‘삶의 체험이 곧 예술이 될 수가 있다’는 젊은 시절 깨달은 자신의 예술적 철학이 최근 들어 더 가슴깊이 와 닿는다며, 자신의 예술 작업 외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작품 구상에 몰두한다.

한편, 그는 어느덧 15회째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2005년부터 광화문에서 열린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국제적인 문화교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림 작가 또한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또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로타리 평촌 클럽 명예회원을 지냈으며 새의왕클럽을 창립하고 나아가 장애자 아카데미, 범죄 예방, 청소년 선도 장학사업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나무’라는 재료는 따듯하고 포근함을 자아냅니다. 그 것에 벽조목의 단단함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벽조목에 담긴 단단한 강인함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야말로 세월의 산물입니다. 이 사회의 벽조목 같은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액운을 쫓아 행운을 가져다주는 벽조목, 림만선 작가의 벽조목 작품들이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rofile
국내외초대전 11회
KBS 림만선 초대전(롯데미술관 본점)
EBS교육방송 - 림만선 초대전
EBS ‘문화 문화인’ 다큐멘터리 림만선편 출연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제14회 미술세계 대상전 심사위원장(미술세계)
영국 여왕 안동 방문 - 림만선 초대전
한국 현대미술 베를린 시장 초대전
베이징 올림픽 아트페어 초대작가
2010 올해의 작가
(사) 한국기초조형학회 토크작가상 수상
한국예총 회장상 수상(미술공로상)
| 現 | 
한국미술협회 본부이사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남북국제문화예술 총연합회의 미술위원장 · 장르별위원회 총괄위원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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