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자연에 순응하며 여름을 보내자

  • 입력 2019.08.21 11:23
  • 수정 2019.08.21 11:44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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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도, 말복도 지났는데도 더위는 기승을 부린다. 과거에는 8월 15일이 지나면 바닷물 속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요 근래에는 8월이 다 가도 더위가 가실 줄을 모르니 하루하루가 힘들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금년보다 더 더운 해가 있었고 금년 최고기온보다 더 더운 곳도 있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더위는 생각나지 않고 금년 여름이 제일 더운 것으로만 생각나는 지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다. 그중 에어컨이 제일이다. 서민들은 전기료가 아까워 에어컨이 있어도 한두 번 사용할 뿐 더운 여름을 주로 선풍기를 사용하며 보낸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은 더욱 더워질 터인데 건강한 여름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돈 있는 금수저들은 에어컨에, 가난한 흙수저들은 선풍기에 의존하며 살면서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면 될까? 

몇 년 전 이집트 룩소르 왕들의 계곡을 여행한 적이 있다. 관광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목욕탕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은 기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외국인 여인 한명이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더웠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무더위였다. 부채를 부쳐도 소용없는 그곳에서 노점상인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이 이슬람인의 전통의상을 입고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금년 여름의 무더위를 맞아 처음엔 에어컨으로 이겨내려 했으나 이집트 룩소르의 왕의계곡 상인들을 생각하며 무더위와 싸우지 않고 무더위에 순응하는 방법을 택하여 올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가정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바람으로 생활했고 가능하면 선풍기 사용도 억제하고 부채와 목욕, 옷 벗기로 여름 무더위를 이겨냈다. 처음엔 밤이 되면 열대야로 힘들었지만 더위와의 싸움보다는 더위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 습관으로 살았다. 그 결과 더위나 밤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여름이 즐거움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여름의 무더위를 싸워 이기기 위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길이라 생각한다. 덥다고 에어컨에 의존하며 여름을 보낸 사람과 더위를 친구 삼아 무더위와 함께하며 생활한 사람 누가 더 건강하게 사는 사람일까?

인도 바라나시의 새벽 강가를 가면 인도인들이 일출시간을 기하여 갠지스 강에서 머리를 감고 기도하며 그 물을 성수라며 병에 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물에는 동물의 시체 등 오물로 오염돼 있음에도 그 물을 떠서 마시는 인도인을 보면 인간의 인체는 자연에 순응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우리가 그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즉시 병원에 가야하나 그들은 별 탈이 없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른 길인지를 생각한 적이 있다. 이집트 룩소르 사람들, 인도사람들의 삶에서 합자연의 원리에 사는 것이 탈자연보다 더 건강한 삶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무더운 여름, 이제 더위도 막바지에 이른 듯하다.

더위를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 함께 하는 생활습관을 갖자. 가능하면 에어컨을 멀리하고 선풍기를 사용하고, 선풍기 사용도 줄이는 여름나기를 실천해 보자. 열대야의 밤이 오면 방문을 활짝 열고 옷을 벗고 찬물로 목욕하고 손부채로 여름을 즐겨보자. 누구나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여름도 우리에게 좋은 계절이다. 계곡과 바다를 즐길 수 있고 풍요로운 과일을 먹을 수 있으며 옷치장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자신의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좋은 계절이 여름이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고 좋아할 건 아니다. 계절은 계속 바뀌고 또 여름은 온다. 여름이 덥다고 겨울이 춥다고 다음 계절이 오기를 바라지 말고 현재의 계절을 즐기는 삶을 살아보자. 더위와 추위를 이기려 하지 말고 여름은 더워야,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습관을 가져보자.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여 더위를 이기는 것보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더위를 참고 견딜 때 우리 몸은 더위를 이기는 힘을 갖게 되고 앞으로 점점 더워지는 지구 온난화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위야 가라' 보다 '더위야 함께 하자'는 생각으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지혜를 발휘하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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