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빛, 천연의 색 보석에 생명을 불어넣다

한형배 주얼리 갤러리 한형배 관장

  • 입력 2019.08.28 13:59
  • 수정 2019.08.28 15:17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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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보석. 하지만 그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연마가 되기 전 원석의 상태로는 빛을 발할 수 없다. 가치 있는 주얼리로 세상에 나오기 위해선 주얼리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은 보석이 아닌, 보석의 매력을 무한히 끌어올리는 디자이너의 손길이 아닐까 싶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대한민국 대표 주얼리 디자이너 한형배 관장의 작업실에서 보석에 관한 흥미로운 담소를 나눴다. 종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의 작업실엔 창틀이 마치 액자처럼 보일 정도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전경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주얼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상품’ 아닌 ‘작품’…디자이너의 소명

그의 작업실 내부에는 과감하고 거친 붓 터치로 힘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보석을 다루기 때문에 섬세할 것만 같은 한형배 관장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다.

실제 대학시절에도 한 관장은 가장 크고 입체적인 작업을 선호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기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했기에 작은 주얼리 작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주얼리는 세공하는 작업이 작은 책상 안에서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장소와 비용의 제약이 적은 장점을 가진다. 그렇게 졸업 후 주얼리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을 하며 주얼리 디자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손톱보다도 작은 것들을 자르고 땜하고 다듬는 세공은 섬세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디자인, 종이 위에 그려내기만 했던 디자인을 보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만들어냈을 때 참으로 행복을 느낍니다. 만물은 저마다의 온도와 재질을 갖고 있습니다. 보석도 마찬가지이지요. 제가 디자이너로서 할 일은 재료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의 소명이고,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보석을 대할 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내려고 합니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정말 미묘합니다. 진짜와 가짜의 개념은 단순히 ‘좋다’와 ‘나쁘다’, ‘비싸다’와 ‘저렴하다’로 나눌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작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면 그 작품이 진품인 것이기에 더 값비싼 재료로 흉내내어 만들어도 모조품인 것입니다.”

천연석 보석은 보석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와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대표적 보석이다. 투박한 원석을 깎고, 갈고, 다듬은 후 정밀하게 세 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그 과정 하나하나에 한 관장은 모든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한 관장은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체온과 체질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것이다. 에너지에는 그 사람의 나이, 연륜, 인품, 생각 등이 모두 배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관장은 작업을 할 때에는 반드시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보며 좋은 기운을 불어넣고자 한다. 작품을 소장할 주인에게 늘 평안과 복이 가득하도록 말이다. 또, 그래야만이 최상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불광불급’…도전이 선물한 열정

앞서 언급했듯, 홍익대학교 금속공예과를 졸업한 한 관장은 주얼리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이어오며, 주얼리 브랜드를 창업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관장은 공장에서 생산해내는 상품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목표는 개인 갤러리를 차려서 원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원하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 관장의 포부에 주변에선 “갤러리는 억만장자나 하는 것”이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한 관장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그의 다짐대로 2005년 갤러리 각을 열어 8년간 400 여 차례의 전시를 진행하게 된다.

“‘불광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죠. 전시를 이어왔던 8년 동안은 정말 열정에 미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8년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전시를 열었습니다. 매주 참신한 기획, 새로운 작가들을 선정하고 만나고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다는 것이 일상이었지요. 힘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 ‘피어나다 展’이라고 해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들을 위 한 전시를 연 것입니다 . 이제 막 꿈의 씨앗을 심은 후배들의 꿈이 꽃 피우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현재는 전시 갤러리를 정리하고 종로에서 주얼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장. 아직은 모두가 만족스러운 전시를 열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계획은 없지만 , 여전히 전시에 대한 꿈은 항상 지니고 있다. 의미가 없는 전시는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음성은 단호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과 빛, 장르를 아우르며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전시를 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생각과 시각이 다르기 마련인데, 우리는 지금껏 너무나도 의식적으로 미적 감각을 강요받으며 성장해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편협한 시야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지요. 아프리카 미술이나 원시 미술 등은 세계적인 흐름과 장르의 구분 없이 오직 좋아하는 그림만을 그립니다. 아이처럼 순수한 힘 ,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가감없이 담아내며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예술세계를 펼치고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 “창조의 시작”

마지막으로,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치며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흡수하지 못하면 퇴보하고 말지요. 갖고 있는 것을 비워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 시대에 맞는 멋과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생각과 사상은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일 뿐입니다. 창작을 하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항상 만물에 호기심을 두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사고를 넓히는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다 보면 호기심과 오감으로 세상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새로운 것을 보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직접 보고, 느끼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은 한형배 관장의 살아가는 재미이기도 하다.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멋진 예술세계를 펼쳐나갈 그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Profile
1989 (주)고려제이드 커플링 디자인 개발
1990 홍익대 미술대학 금속공예과 졸업
2001 (주)골드메리지 창업
2001 한국귀금속 보석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2002 (주)제이에스티나 디자인 생산 원본개발
2005 인사동 갤러리 "각(GAC)"  오픈
2010 국제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 운영위원장
2014 "한형배 갤러리" 오픈
현) 주얼리 평가협회 서울경기지부 회장

수상
국제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 입상
국제 귀금속 공예대전 입상
대한민국 산업전람회 공예부분 특선
2003 공동브랜드 "Ferevita" 런칭
2005 효성 주얼리 씨티 초대개인전
2013 갤러리각 2회 링링주얼리 개인전
뉴욕 SOFA전 참가 
청주공예대전 심사위원
Good Design 심사위원
(사) 한국귀금속보석 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역임
한국 주얼리 평가협회 사무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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