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余)안의 행(幸)복을 찾아 떠나는 시간

고하나 독립서점 여행하다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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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중앙동’은 보통 하나씩 있다. 그중 6.25 전쟁시절 피난민들이 모였던 부산 중앙동은 특별하고 상징적 의미를 가진 동네다. 용두산공원으로 올라가는 문화테마거리 40계단은 삶의 장터가 열리기도 했고 전쟁당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만나는 명소였다. 근대화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문화의 애환 담긴 역사를 함축하며 뜻있는 청년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들어 문화테마 공간을 조성하고 색다른 발전상에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4월에 문을 연 독립서점 ‘여행하다’는 고즈넉한 골목의 정취를 담아 방문자들의 이색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하다의 활짝 열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양한 종류의 책과 디자인된 액세서리 상품들이 진열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너머로 편안한 인상의 고하나 책방지기가 편안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 왔다.

마음을 두드리는 사랑방
‘여기서 행복하다’는 의미를 담은 독립서점 여행하다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작은 공간이다. 고 대표의 직업은 다양하다. 골목책방을 지키는 책방지기이자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운 디자이너 웹디자이며, 인간의 어려운 감정을 코칭하는 상담사이며, 또 그 대중을 찾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타로까지 진행하는 타로마스터이다. 

고 대표는 국제시장 인근에서 자영업을 했던 부모님의 사업을 도우려 편집디자인을 배워야만 했다. 자신의 흥미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고, 생계의 한 수단으로 선택한 직업이었다. 하고 싶었던 공부는 따로 있었고, 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방향에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쌓이며 마음의 상처는 곪아갔다. 

감정과 행동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알코올에 의존해 잠에 드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웨딩홀에서 비디오촬영을 담당하면서 블랙아웃 현상을 처음 경험했다. 웨딩행사를 마친 뒤 전혀 앞의 촬영을 되짚어도 기억이 없었고 큰 두려움과 함께 테이프를 리와인드를 시켜 봤다. 촬영은 모두 녹화되어 있었지만 과정의 기억은 전무했다. 마치 삶의 한 중심축을 잃은 기분을 느꼈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심리 상담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도 마음으로 병으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밝은 세상을 향하는 첫 발걸음
용기를 내 방문한 심리상담소는 마치 교무실같은 모습에 정형화된 디자인에 편안함보다는 위압감이 먼저였다. 또 내담자의 위치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회에서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느낌이었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탓에 또 한 번의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하나 책방지기는 한 상담사의 권유로 상담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감정코칭교육을 통해 내면을 살피기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을 오가며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뒤 심리학 전문 과정를 취득하며 내재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무기력과 우울감을 쉬운 감기처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공감하고 소통하며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구시가지에서 작은 공방 같은 장소를 물색해 심리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 부족해 타로카드까지 배웠다. 

이처럼 고하나 책방지기는 타로를 소통의 첫 번째 창구로 활용했다. 타로를 보러 찾아온 사람은 현재의 이야기와 카드의 주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에게 천천히 들려주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어려운 이야기까지 털어놓은 내담자들은 울기 십상이었고 책방지기의 손을 잡고 ‘후련하다’며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나갔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한 관련 서적들을 추천해주었다. 삶의 위안을 주는 책을 권유하며 상담 이후에도 내담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돕고 싶은 고 책방지기의 진심이 깃들여져 있었다. 또한 고하나 책방지기처럼 삶의 무기력함을 극복하고자 심도 깊은 상담을 원하는 이들에 한해서는 전문상담센터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고하나 책장지기는 내담자들에게 여러 감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로부터 결코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고하나 책방지기 역시 많은 우울함과 어려움 속에서 내담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용기 있게 상담을 건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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