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자율'로만 기르지 말자

  • 입력 2019.09.17 16:10
  • 수정 2019.09.17 16:11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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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가 필수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자율은 도리어 창의성에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자율을 통하여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자율이나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율은 방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자녀의 창의성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학생들은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자율을 주는 것이 그들의 성장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계획적, 의도적, 가치 지향적인 의미를 갖는 자율만이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미국 MIT 공대에서 자율에 관한 실험 연구를 한 적이 있다. A 집단에게는 리포트를 3회에 나누어 제출하되 제출일을 각자가 자율로 결정케 했고, B 집단에게는 리포트를 3회에 나누어 제출하되 그 각각의 제출일을 교수가 지정해 줬고, C 집단에게는 학기가 끝나는 날 한꺼번에 제출토록 지시했다. 그 결과, C 집단이 제일 성적이 나빴고, 다음이 A 집단, 그리고 B 집단이 제일 성적이 우수했다. 대학생들에게도 자율을 주었을 때보다 교수가 교육적인 의도에 의한 지시를 했을 때가 더 효과적임을 볼 때 어린 자녀들은 어떻겠는가? 며칠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 넓은 식당에 사람이 가득했는데 옆 식탁에서는 부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아이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 어린애가 일어서 걸어가 기둥에 있는 전기 콘센트를 만지려 하니까 할머니가 가서 어린이의 손을 잡아끌고 당기는 일이 계속되었고, 나중에는 할머니와 손자가 식탁 주위를 돌아다니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잘못된 행동은 강력히 못하게 저지시켜야 함에도 손만 끌어당기는 할머니의 행동, 어린이가 다른 사람들의 식탁 주위를 헤집고 다니는 데도 주의 한번 주지 않는 부모, 그리고 할머니까지 어린이를 따라다니는 그 모습은 자율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자녀의 자율성을 기르는 것과 무조건적인 자율의 허용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자녀에게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길러줄 것이냐에 따라 자율의 유형도 달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자녀의 자율성을 기른다는 미명 하에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행위, 엘리베이터 속에서 장난치는 행위, 공중 목욕탕에서 물장난하는 행위,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행위 등을 방치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자율이 방종이 되거나 타인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적인 분위기는 허용하되 그 자율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든지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하고, 방만이나 방종은 과감히 고치도록 하는 교육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율이 진정한 자율이다.
  
어린아이들 못지않게 성인 사회에서도 자율 문제가 많다. 자녀의 거울은 부모나 성인인데, 어른들이 그에 대한 모범을 못 보이고 있다. 지난봄 나는 중국의 귀주성을 여행했다. 사진을 촬영하느라 식당에 약간 늦게 도착해 보니 두 사람 건너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려니 공간이 비좁아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에 앉아 있는 50대의 아주머니께 안쪽 자리에 앉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내가 앉고 싶은 데 앉았는데 왜 간섭을 하느냐?"며 비켜주지를 않는 것이다. 물론 내가 식당에 늦게 간 것은 잘못이다. 그렇더라도 안쪽 자리로 갈 수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일을 당하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때 바로 옆에 앉은 분이 "내가 들어가겠소"하며 아주머니를 밀치고 들어가다가 그만 상을 넘어뜨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 자유만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 같은 일이 성인들 사이에도 비일비재하다.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야 자녀들도 바르게 자란다. 나 자신도 많은 반성을 했다.
  
자녀들에게 무조건적인 자율보다는 교육적인 자율을 주자. 무의도적인 자율은 자녀들의 창의성 신장에 필요조건은 되나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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