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학종의 '비교과영역 폐지'는 고교 교육의 포기를 의미한다

  • 입력 2019.10.01 17:50
  • 수정 2019.10.01 17:51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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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자녀 입시특혜로 인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文대통령이 "대입제도 재검토"를 지시함으로써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정·수시 비율 조정에서 방향을 바꿔 ‘학종전형 국민 불신 크다’면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비교과영역 폐지'를 검토한 후 학종 개선안을 11월에 마련한다고 예고했다. 

교육부는 학종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연·고대 등 전국 13개 대학의 과거 4년간 학종자료 입시실태를 조사하고 비위사실이 적발될 땐 특별감사를 실시한다는 발표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민이나 학부모, 전문가들의 공론화 없이 즉흥적으로 정·수시비율 조정, 학종의 비교과영역 폐지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교육정책결정의 정도가 아니다.

 

대교협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복수의 평가위원이 참여하고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허위로 작성, 대필한 사실 등이 확인됐을 경우 불합격 또는 입학 취소 조치도 의무화한다는 대교협, 대입 기본사항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학종의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 온 현시점에서 교육부 장관의 학종 '비교과영역폐지' 발표는 교육 무지의 표출이라 생각한다.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면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사라지고 교과영역만 가지고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만을 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되면 수시의 성격이 완전히 퇴색되고 나아가 수시의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학교교육은 교과영역과 비 교과영역으로 나뉘고 수시 학종은 주로 비교과영역을 전형자료로 평가하는 대입 전형인데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는 것은 수시 학종페지를 의미한다.
학생부에서 교사의 주관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크게 교과영역인 교과성적 및 교과별 세부특기사항과 비교과영역인 창의적 체험활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을 들 수 있다
학생부에서 비교과영역을 폐지한다는 것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행동발달 등의 교육활동 페지로 이는 학교교육의 포기라 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수시 학종의 문제를 '비교과영역을 폐지'로 푼다는 것은 학교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수시 학생부전형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정시와 수시는 그 나름대로 고교 교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입 전형 방법이다.
정시는 고교 교육의 입시학원화의 문제를 갖고 있으나 정량평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수시 학종은 정성평가로 평가대상 학생이나 대입 평가자의 신뢰성 문제로 인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계속 논란이 돼 왔고 그 개선 방안이 끊임없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수시 학종의 문제점 개선은 학교교육의 다양성의 폭을 좁혀 결국 비교과영역을 폐지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비교과영역의 폐지는 학교교육의 지적 영역 획일화로 교육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지식 교육 외의 교육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교과영역 폐지'를 말하는 유은혜 장관은 학교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수시 학종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대학평가자의 정직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나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환경은 학교교육에 정직성과 같은 도덕성 교육을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출세하는 오늘의 한국사회, 학생들에게 누구를 본 받고 정직하게 살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성의 개조 없이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수시 학종은 기대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 정시만으로 대입을 추진한다는 것도 많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대입을 수능 정시, 수시 학종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대학자율에 맡기고 졸업을 정원제로 하는 대입혁신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입을 대학자율에 맡기면 사교육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어차피 정시나 수시에서도 사교육은 문제 되어왔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교육을 국가가 통제하기 어렵다 보면 대학 자율화에 의한 사교육은 큰 문제라 할 수 없다.
대입 대학자율화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같이 정시대비를 위해 지식 위주의 교육을, 수시 대비를 위해 각종 스펙 쌓기 교육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는 학교교육을 받으며 자기가 진학할 대학입시 대비를 각자 해 나가는 교육 형태가 됨으로써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졸업정원제로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의 자연 도태로 대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교육부는 비교과영역 폐지는 수시 학종폐지임을 알고 현 수시 문제 개선책을 강구하되 정시 비중을 현재 보다 높여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수시나 정시제도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나 교육 다양화 측면에 부정적 면이 크므로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대학 졸업정원제와 대학별 입시 자율화로 바꾸는 대입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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