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유 아동심리] 부부 그리고 부모

  • 입력 2019.10.14 21:47
  • 수정 2019.10.14 21:48
  • 기자명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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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란 말 그대로 아비와 어미를 가리킨다.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부부와 부모는 엄연히 다르다. 부부의 정체성과 부모의 정체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산다는 것 빼고는 비슷한 구석이 별로 없다. 우선 부부는 관계의 대상이 배우자이지만 부모는 그 대상이 자녀이다. 그렇기에 부모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부부로만 결혼생활을 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를 갖게 되면 부부는 자연스레 자녀에게 집중하게 되고 대화의 주제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것들로 바뀌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도 바뀐다. 아빠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정체성은 자녀를 가지기 전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아빠 또는 엄마가 되었다는 자기의식은 부성애와 모성애를 통해 자녀에게 표현되며,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지만, 자녀로부터 얻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부부와는 달리 부모는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소위 대를 잇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부모로서의 정체성에는 자녀에 대한 양육의 책임이 포함되지만, 부부로서의 정체성에는 자녀에 대한 책임이 없다. 대를 잇는 중재자의 역할은 단순히 자녀를 낳는 생물학적 중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녀가 잘 성장하여 성인으로서 가족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역할이 포함되기에 그렇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나는 누구인가를 살펴본다면 나의 존재가 꽤 중요하고 현재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부부로 사는 것과 부모로서 사는 것이 서로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밀하게 얽혀있다. 사실 부부로서 어떻게 사는가는 부모로서 어떻게 사는가를 결정짓기도 한다. 과거와 다르게 가정의 형태가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었지만, 일반적인 경우 부모 이전에 부부로서의 삶이 우선된다. 즉, 부부와 부모는 연장선에 있다. 부부로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부모가 자녀에서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른 이유이다. 부부갈등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부부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자녀들은 다양한 문제 행동을 보였으며, 정신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부부의 문제가 부부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의 양육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부모라면 누구든 자녀에게 좋은 모습을 비춰주고 싶은 마음이 많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으며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좋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에 따라 자녀의 필요와 원하는 것들을 채워주기도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필요’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사실 부부의 행복이 자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는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있는 자녀는 자아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높기에 학업성취도나 또래 관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부부 관계에 따라 자녀가 받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부부사이의 관계를 점검하고 배우자를 챙기는 실천은 좋은 부모의 역할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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