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중용의 미래와 중용 30장의 오류

  • 입력 2019.10.14 22:39
  • 기자명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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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하유삼중언王天下有三重焉 기과과의호其寡過矣乎 상언자수선무징上焉者雖善無徵 무징불신無徵不信 불신민불종不信民弗從 하언자수선불존下焉者雖善不尊 불존불신不尊不信 불신민불종不信民弗從 고군자지도故君子之道 본저신本諸身 징저서민徵諸庶民 고저삼왕이불류考諸三王而不繆 건저천이이불패建諸天地而不悖 질저귀신이무의質諸鬼神而無疑 백세이사성인이불혹百世以俟聖人而不惑 질저귀신이무의質諸鬼神而無疑 지천야知天也 백세이사성인이불혹百世以俟聖人而不惑 지인야知人也 시고군자동이세위천하도是故君子動而世為天下道 행이세위천하법行而世為天下法 언이세위천하칙言而世為天下則 원지즉유망遠之則有望 근지즉불염近之則不厭 시왈詩曰 재피무오在彼無惡 재차무역在此無射 서기숙야庶幾夙夜 이영종예以永終譽 군자미유불여차이조유예어천하야君子未有不如此而蚤有譽於天下者也

중용 29장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이후의 30장과 31장을 보니 공자를 찬양하는 장이라서 그냥 넘어갈 생각인데, 30장의 오류 한 가지를 먼저 지적하고 싶다.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並育而不相害는 너무나 피상적인 관찰이라서 왜 보통 책들이 중용 다음에 대학이라는 경전이 이어지는지 알 듯하다. 즉, 중용에는 대학에서 강조한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상상력이 부족한 부분들이 꽤 있다. 자연과 만물은 서로 해치다 보니 안정화되어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상태를 병육並育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병육으로 보이는 이유는 해치는 힘의 균형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치 북한의 핵과 미군의 주둔이 균형을 이룬 상태와 비슷한 것이다. 격물치지(과학적 관찰 + 이성적 분석)가 없이는 좀 이상한 성의정심과 괴상한 수신제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용의 박학과 대학의 격물은 어떻게 다를까? 박학이 다독의 느낌이라면 격물은 체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32장 33장을 보니 성실과 신독을 다시 강조하며 끝나고 있다. 32장과 33장은 다음 마지막 중용칼럼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 29장의 구조와 뜻을 보자. 

29장은 과거 역사가 가진 권위와 전설이 위대하기는 하지만 백성들의 피부에 닿을 정도의 징표가 부족하므로 따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현대의 문화와 비교한다. 현대에 권장되는 문화는 그 존엄과 권위가 부족하므로 역시 대중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군자는 몸소 모범이 됨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29장의 바람직한 군자는 성인의 역사와 대자연의 법 위에서 신과 늘 소통을 하면서 의심이 없는 믿음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음 구절이 흥미로운데, 약 3천 년 100번의 세대가 바뀐 후 만나는 성인이 보더라도 미혹된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문장이다. 여기서 자사는 어떤 도나 인간본성이 3천 년이 지나더라도 불변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천년 후의 윤리도덕과 인간성은 과연 요순우 시절이나 공자의 품성과 비슷할 것인가? 

 

필자는 더 먼 과거로 갈수록 더 먼 미래의 인간성과 만나리라 예측한다. 최초의 지상낙원 에덴에서 추방당한 이후, 인류 문명은 근육과 전두엽을 잘 쓰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기간이 매우 길었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이 두뇌와 근육을 대신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행과정은 우선 노동의 기회가 없는 실업자들이 우울증에 빠지다가 이내 월급 없이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일종의 국민기본소득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인류는 노동의 형벌이 없었던 최초의 에덴동산을 기억해낼 것이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그런 믿음 이후의 노동은 놀이와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3천 년이 지난 후의 성인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요순우 시대보다 훨씬 더 이전의 모습일 것이다. 중용 마무리 부분 32장 33장에서 강조한 성실과 신독을 체화한 성인일까? 아니면 놀이와 사랑으로 아이처럼 연인처럼 일상을 보내는 사람일까? 여기서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기 전까지의 아담과 이브 커플의 일상을 상상해보자. 3천년 후의 인류는 그 모습과 비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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