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간(麥稈)공예, 전통의 맥(脈)을 이어가다

이성재 화성시공예사업협동조합 조합장

  • 입력 2019.10.21 17:43
  • 수정 2019.10.22 14:07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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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지역전통공예사업 육성을 통한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성시공예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맥간공예로 경기도 우수 공예기능인 95-7호 및 경기도 으뜸이로 지정(2007), 지역향토명품선정(2014년 행자부)된 화성시공예사업협동조합 이성재 조합장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맥간공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가장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공예로 평가받는다. 자연고유의 소재인 보릿대를 가지고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 공예 기법을 합해 작품을 만든다. 

그 유구한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마지막 효(孝 )를 다하기 위해 금관을 만들어 드리려 황금빛 보릿대를 펴서 관을 덮듯이 감싸 붙임을 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베개마구리 인두판에 모자이크 식 무늬를 밥풀로 붙여서 서민들의 생활공예로 사용했다. 또, 할머니들이 시집갈 때 매·난·국·죽의 사군자를 족자로 그림을 천에 붙여 만들어갔으며, 보릿대를 목각 병풍, 음각으로 파서 먹물이 묻힐 자리에 보릿대를 글씨체에 맞게 상감기법을 사용하고 금서체로 쓰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칠을 해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사용하다 보디 닳고 삭아 전통적으로 지켜오기가 힘들었다. 이에 이성재 조합장이 1980년 본격적으로 칠 연구에 몰입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화려함과 은은함의 조화 ‘맥간공예’
화성시공예문화관에 발을 들이면 오른편에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이 물결 위 윤슬처럼 빛이 나 자개장식인가 싶기도 하였으나 가까이서 바라보니 보릿대 결이 살아있어 감탄을 자아냈다. 보릿대를 활용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그 전통에 숨결을 불어넣은 이 조합장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화려함과 은은함을 동시에 지녀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맥간공예는 크기와 형태에 관계없이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재 특성상 섬세한 부분까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 이를 응용, 예술적 아름다움을 곁들인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결이 엇갈리는 곳에 빛이 굴절되면서 음영의 차이를 느끼는 것을 이용해 보릿대 고유의 결 방향을 붙일 때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붙여 또 다른 입체적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금빛을 닮은 색상과 빛깔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맥간공예를 시작하게 된지 어느덧 40여년이 다 되어갑니다. 1980년 어느 여름날, 우연히 신문에 소개된 맥간을 보게 된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맥간에 빠져 밤낮없이 몰두했지요. 맥간밖에 모르는 저를 이용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맥간이 있었기에 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맥간공예가 지금보다 더 빛날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성재 조합장은 부단한 노력 끝에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기존에 축적된 지혜와 칠 기법인 현대의 기술을 연결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독창성을 갖췄다. 대량생산과 디자인 개발로 수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발전시킨 것은 물론 아파트 건설현장에 접목하여 벽지, 장식용 문양, 벽화 재현 등으로 산업현장 진출도 가능해졌다. 

손 쉬운 작업과정, 
치매예방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맥간공예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보석함, 필함 등과 같은 문구류 및 벽에 걸기 위한 작품은 물론 펜던트와 목걸이, 보석함, 찻상,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 등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생활용품으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맥간공예는 크게 세공-디자인-칠의 3단계의 작업을 거친다. 우선, 작품의 바탕인 밑그림의 도안과 보릿대가 가진 결의 방향까지 고려해서 도안 작업을 한다. 다음으로 보릿대를 펴고 알맞게 오려붙이는 세공작업을 해야 하며, 끝으로 보릿대의 변색을 막고 황금빛깔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칠 작업을 거쳐야 작품이 완성된다.

이처럼,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남녀노소 쉽게 작업할 수 있다. 특히, 손을 많이 사용해 노인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며,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맥간공예는 시장성이 큰 사업이라고 자부합니다. 향후 디자인, 공예분야 블루오션 사업으로써 우리 화성시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배우는 것과 작업 하는 것 모두 큰 힘이 들지 않는 맥간공예는 농촌 주부들의 여가문화 활성화 및 전통문화 계승을 넘어 지역공동체 일자리와 노인일자리 등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공예의 생활화와 산업화, 세계화도 물론 좋지만 그 자체로 예술인 공예를 중학교 교과과정의 하나로 본격 도입되거나, 학교장 재량으로 공예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인성과 창의교육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시를 대표하는 그날까지
실제로도 맥간공예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공예문화관에선 맥간공예, 규방공예, 짚풀공예 등 다양한 공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화성시 공예문화관을 이끌고 있는 화성시 공예 사업 협동 조합  김은자 이사는 지역 일자리 공동체 사업과 장애인 단체, 관내 생활개선회, 학교, 부녀회등 동·리별 공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화성시노인회를 대상으로 치매예방 차원의 보건소 자체 프로그램으로 맥간공예와 짚풀공예를 교육·지도하여 지프로사업단을 탄생시켰고 초, 중등학교 공예미술 교육으로 화성시 마도면에 있는 화도중학교 전교생이 전통맥간공예로 수행평가 수업을 하기도 했고 또한 화성시 소재 삼괴고등학교 비즈쿨학과 창업동아리를 지도하며 상급학교 진학 및 창업으로 이끌기도 했다.

김은자 이사는 “공예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 이 모두의 결과물로 화성시는 매년 ‘3세대 공예 어울림전’을 개최하고 있다. 공예 어울림전은 중·고·대학생 및 일반 중장년층, 노인층 등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세대간·계층간 나눔과 소통을 위하고 공예문화로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재 조합장의 최종 꿈이 있다면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설립해 맥간공예 사업을 육성해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땅끝마을 해남부터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그에게 맥간공예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맥간공예를 널리 알리는 것이 하늘이 내려준 ‘천명’이라고 말하는 이성재 조합장. ‘이천’하면 ‘도자기’가 떠오르듯, ‘화성’하면 ‘맥간공예’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하루하루 맥간공예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이성재 조합장의 노력이 열매를 맺을 날을 기대해본다.

 

Profile

경기도 우수공예 기능인 지정(제95-7호)
경기도 으뜸이 지정(2007)
지역향토명품선정(행자부 2014년)
화성시공예사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맥간공예중앙회 이사장
화성시 공예품대전 대회장
화성시 3세대 어울림전 운영위원장
맥간공예 상설전시관 운영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 입선 7회, 특선 1회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 국무총리상 1회, 장려 1회, 특선 2회, 입선 3회
화성시 관광상품 공모전 은상 1회, 장려상 2회, 입선 1회
행자부 장관 공로패(2016)
행자부 장관 표창장(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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