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다이어트 욕심, 거식증 예찬하는 '프로아나족'

  • 입력 2019.10.24 19:01
  • 수정 2019.10.25 11:24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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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들의 SNS에서 ‘프로아나’ ‘개말라’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다이어트 식단과 신체 사진을 공유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거식 행위가 눈에 띈다. 매스컴에 비춰지는 마른 연예인을 동경하거나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다이어트에 강박이 생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프로아나족’이라고 칭한다.

‘프로아나’란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망해 무작정 굶기,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기, 변비약이나 이뇨제 등의 약을 습관적으로 먹기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양상을 보인다.

 

거식증, 정신과 질환 중 사망률 1위
이에 전문가들은 프로아나족들의 행동을 일명 거식증이라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의 전형적인 증세라고 본다. 거식증은 정신과 질환 가운데 사망률 1위인 치명적 질환이다. 정신과 단일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극단적인 체중 감량으로 인해 심각한 전신 쇠약이 발생해 신체 전체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식증 환자에서 다른 정신질환이 많이 동반되고, 이로 인해 사망자 5명 중 1명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거식증을 청소년들에서 가장 우선으로 치료해야 할 질환 중 하나로 꼽는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체중감소를 시도한 10대 여성 청소년 중 설사약 복용이나 식사 후 구토 등의 방법을 택한 적이 있는 이들은 23%에 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10대 여성 청소년 중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앓는 환자는 2016년 547명, 2017년 625명, 2018년 693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른 몸매를 선호하고,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거식증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반면, 환자들의 질병인식이 낮아 빠른 치료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거식증 증상임에도 단순한 다이어트로 여겨져 방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청소년에서 문제가 된다.  

부족한 ‘치료 인프라’…주변 도움 절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빈혈·탈모 등은 물론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는 원인이 되며, 특히 뇌 성장이 급격히 진행되는 청소년기에는 성격적 문제나 강박장애 등 정신적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다행히 거식증은 조기에 개입하면 다른 정신과 질병보다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청소년 환자의 경우  심각한 거식증을 앓더라도 기능손상이 거의 없는 회복도 가능하다.  
문제는 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효과가 입증된 섭식장애 치료법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장이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식증 치료에 대한 보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 청소년에서 효과가 인정된 가족치료의 경우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 수가 보장이 되지 않아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일부 상담센터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0대 프로아나족을 단순히 ‘이상한 아이들’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선택하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프로아나족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부모나 친구 등 주변인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며, 프로아나족들의 행동을 탓하기보다는 이들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접근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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