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신뢰성과 다양성 없는 사회, 소득격차 사회의 결정판 '입시제도'

  • 입력 2019.11.06 00:05
  • 수정 2019.11.06 00:06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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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와 정시의 비율 조정 여론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학종은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고1 내신 성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고교 선행학습에 몰두하고 비교과, 내신, 수능 대비 등 학생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할 것이 많다. 따라서 부모의 개입 정도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진다. 학생부 관리를 위해 고액의 컨설팅업체를 이용할 수 있는 재력과 입시 정보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형이 학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의 소질, 특기, 잠재력 등을 평가하여 인재를 선발한다는 학종의 취지는 사라지고 '깜깜이', '불공정', '금수저' 전형이라는 폐단만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학에서도 정시 확대에 반발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지역별 수준 차이가 있고 내신등급이 조작될 우려도 있다."
서울대에 고교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이 없는 이유에 대해 서울대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매년 정부에서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는 국립대이자 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주는 서울대가 고교 교육과정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학들은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입시전형을 보면 대학별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학생들이 진학하길 희망하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을 보면 선발 비율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은 학종이냐 수능 정시냐의 문제다. 고교 내신을 외면하는 현상도 유사해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 15개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 모집 비율은 전체 대학 평균 42.4%에 비해 크게 낮은 7.1% 수준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불신하고 대학들은 고등학교 내신을 불신한다. 온 나라의 교육 당사자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신대학은 사회활동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대학은 청년들에게 연애, 취업, 결혼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큰 격차의 소득 차이는 아이들을 앞으로도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 것이다.

10개 거점 국립대학을 통합하고 공동학위를 준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소득격차가 변하지 않는 한 입시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입시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수백 개 대학 중에서도 대통령도 딱 15개 대학만 집어서 말했다. 15개 대학만 찍어서 말하듯 어쩌면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인정한 승자독식의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입시제도가 다양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모든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곤하기만 하다. 있는 자가 더 많이 가져간다. 기회가 자유롭게 열렸다고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링에 올려놓고 싸우라고 하면 기회가 균등한 것인가. 조건 자체가 다르면 공정한 게 아니다. 조건은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만큼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신뢰와 사회의 다양성이 있고 소득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한 어떤 입시제도도 치열한 입시경쟁을 막을 수는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단순한 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선택은 현실이다. 정시와 수시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하고, 더 불공정한가. 단지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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