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송네피오르(Sogne Fjord),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드'

  • 입력 2019.11.06 00:06
  • 수정 2019.11.06 00:11
  • 기자명 김석기 작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네폭포
송네폭포

노르웨이의 해안선은 내륙을 파고든 기기묘묘한 곡선과 기암으로 이루어져 아름답다. 100만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피오르드와 수면 위로 솟아오른 절벽을 타고 굉음을 내며 흘러내리는 폭포들은 노르웨이의 상징이며 보물이다. 

빙하기 말기에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산 아래로 밀려가면서 육지의 바닥을 긁어내어 깊은 골을 만들고, 그 자리에 바닷물이 차올라 만들어진 것이 피오르다. 피오르(Fjord)란 어휘는 협만(峽灣)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형성된 좁고 긴 만(灣)을 말한다. 노르웨이에는 아주 흔한 것이 피오르다. 그중에서도 4개의 피오르드가 유명하다. 그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예이랑게르피오르드'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의 비경과 복잡한 해안선의 아름다움이 시원스러운 폭포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제2도시 베르겐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72㎞ 떨어진 북해 연안의 솔룬에서부터 가장 긴 지류인 루스트라 협만까지 204㎞에 달하는 송네피오르가 있다. 송네피오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로 평균 깊이가 1,200m가 넘으며 가장 깊은 곳은 1,308m나 된다고 한다. 해수면 아래 깊숙이 만들어진 침수곡(浸水谷)들은 모두가 빙하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며 좁고 깊은 지류들은 동쪽으로 요툰헤임 산맥, 남쪽으로는 할링 산맥, 북쪽으로는 요스테달스 빙하까지 뻗어 있다. 또 베르겐의 남쪽에는 꽃들이 만발하여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하르당게르피오르드'가 있고, 스타방게르 근교에 위치하여 교회의 설교단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프레이게스톨렌(Preikestolen)'이라는 기암절벽이 유명한 '뤼세피오르드'가 있다.  

 

구드방겐_김석기 작가
구드방겐_김석기 작가

송네피오르를 끼고 하루 종일 달리던 버스가 피오르드 상류 구드방겐 이란 조그마한 마을로 들어선다. 사면이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고 암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들의 굉음으로 가득한, 요새와도 같은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며 사면의 암벽으로 만들어진 천연 감옥에 갇혀버린 자연의 포로가 되면서 딱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이런 곳이 세상에 이렇게 숨어있었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구나! 세상은 참으로 넓기도 하고, 참으로 신비스럽기도 하고,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구나!
송네피오르의 마지막 지류인 구드방겐의 선착장 끝자락에 서서 찰랑이는 잔잔한 바다 물결의 피오르드를 바라본다. 유람선 두 척이 언제 떠나려는지 피오르드를 지키고 있고, 그 곁에 휴게소와 식당 건물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조용히 스케치북을 펴고 풍경화를 그린다. 유람선도 그리고, 휴게소도 그리고, 나무로 만든 다리도 그린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 낮과 같이 밝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밖을 서성이며 자연에 취해 있다.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도 스케치북에 그려 넣고, 잠 못 이루게 굉음을 내며 구드방겐을 깨는 폭포도 그린다. 풍경이 아름다워 그리기만 하면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그리는 이의 마음도 덩달아 아름다워진다.   

호텔 건물도 모두가 단층으로 귀엽게 지어져 펜션 형의 지붕 위에 모두 흙을 올리고 풀들이 자라게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들이 이색적이다. 호텔방 천정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방에서 밖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유리창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하루의 피로를 잊으려 침대에 눕는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창 너머로 쉴 새 없는 폭포가 흐른다. 

송네 비폭_김석기 작가
송네 비폭_김석기 작가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깜빡 한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새벽 4시다. 밖은 어젯밤과 같이 똑같이 밝은 아침이다. 언제 어두워져서 언제 밝았는지, 몇 시간이나 깜깜한 밤이었는지 모르겠다. 
구드방겐의 새벽 풍경을 찾아 밖으로 나선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마음속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산천, 구드방겐을 흐르는 맑은 물, 밤새도록 단잠을 깨우려던 폭포수의 굉음, 아침 먹이사냥에 나선 이름 모를 새들의 비상, 모두가 새벽을 깨며 구드방겐의 신선한 아침을 만든다. 새벽의 신비로운 물안개 속 아름다운 풍경 사이로 교회의 십자가가 보인다.    

구드방겐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아름다운 것들을 뒤로하고 시원스럽게 떠날 수 없을 것 만 같다. 얼마쯤은 푹 눌러 살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흘러내리는 폭포수들을 바라보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다시 오기 어려운 아주 먼 곳이 아닌가?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바라보는 폭포수가 가지 마라 하며 큰 소리로 솟구쳐 내린다. 구드방겐의 폭포수 굉음이 점점 작아지며 숲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여행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에겐 언제나 이별에 대한 보답, 새로운 만남이 있기에 슬픔도 아쉬움도 잊어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