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민화가 전부는 아니죠

김다인 이나민화 작가

  • 입력 2019.12.04 14:43
  • 수정 2019.12.05 11:31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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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한번 빠지면 미쳐버리는 타입이에요."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김다인 작가를 대구 수성구 소재 이나민화 화실에서 만났다. 최근 맹호도(猛虎圖) 작업에 심취해 있다는 그의 공방에는 몇 마리의 호랑이들이 방문객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던민화, 고리타분에서 벗어나다
전통적으로 민화는 한국화의 작은 부분집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판도가 달라졌다. 현재는 엄연한 하나의 분야로 인정받고 있으며, 미술 공모전도 개별 분야로 열리고 국내외 전시회 수도 부쩍 늘었다. 민화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이 모두가 모던민화로 불리는 새로운 기조 덕택이다. 민화는 이러해야한다는 인식의 경계 자체가 느슨해진 것이다. 누구든 민화의 형식을 빌려 그리고 싶은 소재를 그릴 수 있게 됐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미술업계 내부에서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SNS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림은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현상이었다. 실제로 민화를 배우기란 어렵지 않다고 김 작가는 말한다. 민화에는 다른  그림과는 달리 밑그림 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 소질이 없더라도 본을 대고 순지 를 덧대어 따라 그리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수강생도 다양한 편이다. 예전에는 4, 50대의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직장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나 심지어 남성도 신청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림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도 하지만, 막상 수업을 시작하면 금세 열중한다. 완성한 작품을 집안 어딘가에 걸어둘 마음으로 온 신경을 손끝에 집중한다. 

"민화를 그리게 될 줄은 몰랐죠"
김 작가는 6살의 어린 나이에 미술을 시작했다. 그저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았다. 화가인 삼촌을 동경해 전공은 서양화로 정했다. 대학을 마친 이후 10여 년간은 아이들을 지도했다. 창작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화를 전공했던 한 친구가 민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충격적이었다.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에 매료되었다. 이제껏 알고 있던 민화와는 완전히 달랐다. 오색(五色)만으로 꽃이나 새를 그리던 정형화된 모습은 없었다. 근엄한 산수화 한쪽에는 헬로키티가 얼굴을 내밀고 있고, 폭포수 줄기는 국수 가락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팝아트나 콜라주 기법도 과감하게 적용되었다. 문득 그간 잊고 지내던 창작의 욕구가 꿈틀거리며 샘솟았다. 주로 전통화를 재현하면서 창작도 병행했다. 그는 롤 모델로 현재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민화를 알리고 있는 작가 안성민을 언급했다. 전통화의 일부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기 시각으로 재해석해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동양의 꽃인 모란을 가져와 서양의 부케로 다시 그려내는 식이다. 그 역시 서양화를 전공했기에 동서양의 화법을 조합하는데 무척 관심이 많다. 이외에도 그는 민화를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민화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고 있으며, 나아가 지역 아동센터나 문화센터 등지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민화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가갈 예정이다.

 

Profile

영남대학교 졸업 (서양화)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석사

2018년 제36회 한국미술제 특선 (한국예술문화협회)
2019년 제37회 예술대제전 입선 (한국예술문화협회)
일본 오사카갤러리 우수작가상 수상 (국제평화예술연합회)
제12회 대한민국민화공모전 특선 (한국민화협회)
제3회 대한민국아트페어 전시 (한국민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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