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우수인재 양성 하고파

김혜경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입력 2019.12.04 14:53
  • 수정 2020.01.08 13:03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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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로 국내 범죄율이 증가추세에 있다. 이에 따른 치안과 방안에 대한 집중도역시 높아지고 있다. 경찰행정학과는 이론적 지식과 무술을 바탕으로 강력 범죄 대처에 만전을 기한다.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는 매년 100여 명의 경찰공무원을 배출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캠퍼스에서 실무와 이론을 갖췄다고 유명한 김혜경 교수를 찾았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향이 퍼졌다. 집무실 한쪽에서는 김혜경 교수가 손님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드립포트를 든 모습이 마치 커피애호가처럼 친근해 보였다.

양형위원회의 주요 활동
김혜경 교수가 맡고 있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과목이다. 경찰행정학과의 특성상 대다수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과의 학생은 지방공무원인 경찰직을 주로 준비하지만, 그 외에도 법원직이나 검찰직, 보호관찰직 등을 준비한다. 
법학 과목은 기본적으로 용어부터 다루기 어렵다. 시험 난이도 또한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 두 과목의 수업 준비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이 되려고 법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경감으로 입직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로스쿨 선택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다방면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만큼 그 역시 발 빠르게 시대의 변화를 따르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노동 위원회, 정보공개심의 위원회 등지에서 각종 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경 교수는 "한 주에 한 두 번씩 서울 출장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의미있는 활동은 2015년부터 지속 중인 대법원 양형위원회입니다. 양형위의 역할은 모든 범죄에 대해 양형 권고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죠. 이곳에서 통과된 사항에는 판사도 기본적으로 따라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라며 현재의 활동을 소개했다. 
김영란 위원장이 지휘하며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양형위원회 활동은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위원회는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열린다. 위원회에서는 먼저 범죄군을 선택하고, 그 범죄군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 구간을 설정한 다음 양형에 필요한 인자들을 다룬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위험운전 치사상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했으며, 사회적 공감대와 법인식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와의 첫 인연
김혜경 교수는 2006년 처음 계명대학교 강단에 섰다. 대학원에서 형사법을 전공했고 형법과 형사소송법 강의를 전담했다. 
그에게 대구의 첫인상은 낯설었다. 지역 억양부터 행동 양식까지 문화부터가 달랐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줄곧 서울에서 보냈기에 더욱 그랬다.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교수의 선택에 의아해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과 유대감을 갖기 위해 남모르게 노력했다. 학과에는 여러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타지에서 온 아이들은 현실적으로 기댈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외부 장학금을 소개해줬고, 심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학생에게는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며 사제 간의 정을 다졌다. 유난히 어려운 가정형편에 기억에 남는 제자도 몇몇 있었다. 그는 그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이름이란 본래 이루다의 이룸에서 비롯된 말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이름을 불리는 순간, 이미 한 차례 성공을 한 셈이다. 그러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좌절하거나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지는 말아라."

어린 시절 추억은 달콤한 사탕이에요
김 교수는 대전에서 태어나 바로 서울 은평구 녹번동으로 이사했다. 골목마다 작은 집들이 들어서있는 전형적인 주택가였다. 골목에 대한 추억도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골목은 온동네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도 80년대의 여느 아이들처럼 '고무줄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유년을 보냈다. 활동적인 성격 덕분에 친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 후 사춘기가 찾아왔다. 그가 다닌 중학교는 교육열이 강해 학업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학교였다. 자유분방 속에 살다 분위기가 변하다 보니 적응에 힘들어 하는 친구도 생겼다. 
그때 만났던 친구가 지금까지도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일기장 하나를 둘이 나눠 쓰며 작은 고민까지도 서슴없이 공유했어요. 서로 감정 격동의 시기를 보내면서 속내를 모두 털어 놓았죠. 통하는 점들도 꽤 많았고요. 친구가 있었기에 어려운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3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며 최근에도 부부끼리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 친구를 만났던 일은 인생에서 둘도 없는 인생의 행운이었다고 느낀다. 
동명여고 시절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김혜경 교수는 머리가 빠르고 성적은 곧잘 나오는 편이었다. 그의 학업동기에는 김성근 담임선생님의 존재가 컸었다. 
국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제자에게 늘 잘할 수 있다고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선생님을 동경해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1989년 당시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동명여고에도 그 여파가 밀려들었다. 제자를 사랑했던 김 선생님이 전교조 활동으로 교직을 그만둬야 했다. 스승의 마지막 뒷모습을 생각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일은 학생으로서 공부에 매진하는 일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을 정도로 학업에만 매진했다. 
대입과 진로고민은 학과부터 정해야 했다. 부모님은 성적이 좋았던 딸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랐다. 김혜경 교수가 법학을 전공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조언과 영향이 컸다. 
"과거 문학인의 길을 가지 못한데 후회는 없습니다. 한때는 신춘문예에도 도전해보고 충분히 실패의 경험도 해보았죠. 스스로 공부만큼 재능이 문학에는 부족함을 깨달았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법학 공부에 치중할 수 있었죠." 
연세대학교 법대에 진학 후 공부하면서 소설도 많이 읽었다. 주로 헤르만 헤세, 윤대녕, 김소진 작가의 작품이었다.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만난 작가들은 문체가 아름다웠고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김소진 소설의 경우에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일상에서 무언가를 포착하는 글들이 많았다. 매력적인 글이라 생각해서 즐겨 읽었다. 책을 읽을 때는 한 작가를 정해놓고 그 작품들을 연이어 읽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방식을 즐겼다. 

소녀감성 그대로
김혜경 교수는 저서 활동을 통해 글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그는 현재 꾸준히 논문이나 책을 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사고가 무르익는 순간이 오면 에세이 한 편 정도에 도전해볼 생각은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제자들을 위해 심적으로 위안이 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존감을 높이는 법, 인생에서 현명해질 수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법에 대한 내용이다. 
"강의 도중에도 한번씩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곤 하는데 그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혜경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반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한 개인의 선한 영향력이 전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스승의 순수한 마음으로 힘차게 캠퍼스를 향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대학 캠퍼스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Profile
연세대학교 법학과
동대학원 형사법 법학박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6-2017 미국 버클리 로스쿨 방문교수

2006년 이후 대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대구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대구 고등검찰청 항고위원, 경상북도 토지수용위원회 위원, 경상북도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상북도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 다수
2009년 이후 중등교사임용시험 출제위원, 사법시험 출제위원, 기타 국가시험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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