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수 총리,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

이낙연 총리

  • 입력 2019.12.11 14:08
  • 수정 2019.12.11 16:45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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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1일 취임한 이낙연 총리가 김황식 전 총리(이명박 정부·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5일 재적)의 기록을 깨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다. 이낙연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전남 함평·영광 등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초선이었던 지난 2001~2002년 두 차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지냈으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비(非)영남 출신의 국무총리를 발탁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총리는 호남을 중심으로 정치 기반을 다진 인사다. 

청와대는 이 총리에 대해 "해외특파원 3년을 포함해 언론인으로 21년, 국회의원으로 14년, 도지사로 3년을 일해 우리 사회와 국정 및 세계의 문제에 많은 식견과 경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언론인·국회의원·도지사 이력을 살려 주요 국정현안을 직접 꼼꼼히 챙겼다. ‘사이다 답변’, ‘내각 군기반장’, ‘막걸리 회동’, ‘깨알 수첩’ 등으로 회자되며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내각 임명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면서 명실상부한 '책임 총리'로 평가받고 있는 모습이다. 총리로 취임한 지난 2년 6개월 동안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과 노련한 정치 감각으로 위상을 높여 왔다. 그 까닭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두주자를 지키고 있다. 그가 ‘총리 출신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초 '총리 출신 대통령' 나올까
이 총리는 외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톱 외교'를 공식화하면서 지난 10월 24일 '일본통'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했다. 역대 최고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었다.

이 총리는 모두의 관심 속에서 일왕 즉위식에 참석해 공식·비공식 일정을 소화해냈다. 이 총리는 도쿄로 출발하기에 앞서 개인 소셜네트워크(SNS)계정에 소감을 남겼다. 이 총리는 "레이 와(令和)시대의 개막을 축하드리고, 태풍 피해로 슬픔에 잠긴 일본 국민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치, 경제 지도자들과 만나 한일간 대화를 촉진하도록 말씀나누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즉위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정상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초청장을 보냈고, 이에 174개 국가에서 2000여 명을 축하사절 파견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보낼 축하 사절의 급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규제, 지소미아 종료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국 갈등 상황에서 낮은 급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과감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일하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고심 끝에 과거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당시 관례를 참고해 이 총리 파견을 결정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 파견 결정에는 한 가지 판단이 더 작용했다. 현재 우리 정부 고위급 내에서 상대적으로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인사라는 점이다. 그간 여러 차례 ‘지일파’ 총리역할론이 제기됐던 바, 이 총리를 일본으로 보내 축하의 인사를 전함으로써 관계 회복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 총리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일본대사에게 "양국 관계에 여러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두 나라 가 지혜를 가지고 잘 관리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각별한 '막걸리'사랑…이 총리 '막걸리 회동'에 정계 주목 
한편, 이 총리는 각별히 막걸리를 사랑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 막걸리를 마시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들었다. 첫째 많이 마시지 않아도 배부르다. 둘째 2차를 가지 않아도 된다. 셋째 소주, 폭탄주를 마시고 싸우는 경우는 봤어도 막걸리 마시고 싸우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이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 서울 출장에서 KTX를 타고 늦은 밤 혼자 되돌아올 때 기자 등 지인들에게 '번개 전화'를 해 광주송정역 앞 단골 순대 국밥집에서 막걸리를 기울이며 소통을 하곤 했다.

이 총리는 "아내가 막걸리를 많이 마셔 배 나온다고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두주불사(斗酒不辭·술 한 말도 마다치 않는다) '술 실력'을 보여줄 정도다.

만취할 정도로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그 다음날 오전 6시 전에 기상해 신문과 방송, 모바일을 통해 기사와 업무를 꼼꼼히 챙길 정도로 자기관리가 엄격하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5선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린 이낙연 총리는 대변인 시절 저녁 늦게까지 당직자와 출입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작취미성'(昨醉未醒 · 어제 마신 술이 깨지 않음 · 이 총리가 대변인 시절 늘 쓰던 표현)으로 이른 아침 브리핑을 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명문장을 구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이 총리가 최근 민주당 인사들의 잦은 '막걸리 회동'을 갖고 있어 정치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1월 민주당 우원식·설훈 의원 등과 함께한 데 이어 민주당 실·국장급 당직자 30여명을 총리공관에 초청해 막걸리를 마시며 만찬을 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이 총리가 임기를 마무리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지난 소회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끝난 뒤 이르면 12월 초쯤이면 당으로 오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정확한 시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연내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불씨처럼 번져가는 '총선 역할론'
실제로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총리에 대한 '총선 역할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 실장의 '정계은퇴' 선언으로 '정치 1번지'로 손꼽히는 서울 종로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받고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내년 1월 중순 전에는 물러나야 한다.

이 총리는 총선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여당과의 교감 및 조율 속에 자신의 행보를 머지않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자리는)정말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를 날마다 느낀다"라면서도 "차기 대선은 대북·대외 정책 이런 것이 중요시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 속, 이낙연 총리가 뱉는 말 한 마디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 11월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실·국장급 이상 당직자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 분위기는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과거 이 총리가 사무총장, 대변인 등 당직을 맡았을 당시 이야기 위주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 20여명이 참석했고, 막걸리가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가 농담 삼아 "어디로 이사 갈지 겁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 언론은 이를 두고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이에 대해 "과거 이 총리 인사청문회 때 위장전입 등 서울 강남구가 주소지인 점이 문제가 돼서, 당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며 "임기가 끝나면 공관을 떠나 이사를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든 정치적으로 해석될까봐 우려스럽다는 차원에서 농담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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