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코펜하겐 (Copenhagen), '한국을 사랑한 덴마크 여왕'

  • 입력 2020.02.04 11:22
  • 수정 2020.02.04 11:25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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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풍경_김석기 작가
코펜하겐 풍경_김석기 작가

항구 도시 헬싱괴르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시내로 들어선다. 서유럽의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도시 모습이 상상 속에 있던 덴마크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단순한 낙농업 국가 정도로 생각했던 덴마크가 역사와 전통성 있는 문화와 예술을 겸비한 나라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의 역사는 12세기 압살론 대주교가 건설한 크리스티안스보르 성에서 시작된다. 17세기 건축 왕으로 불렸던 크리스티안 4세에 의해 도로가 넓게 설계되고 르네상스 양식의 붉은 벽돌 건축물이 많이 세워졌다. 그 당시의 건물들은 현재까지 보존되어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가 되었다. 현재도 개인에 의한 건물 외관 손질을 금하고 있으며, 내부에 한하여 개인이 수리할 수 있고, 시청 탑의 높이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도록 조례가 제정되어 현대식 고층 건물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도로 정비가 잘되어 있고, 특히 자전거 도로가 활성화되어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만들어진 전용 신호등 체계가 인상적이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세계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 되는 나라로 이스라엘과 덴마크를 선정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새마을 운동과 재건체조와 같은 문화가 탄생하였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가 있었다. 

 

덴마크의 교회_김석기 작가
덴마크의 교회_김석기 작가

덴마크 사람들 역시 대한민국에 대하여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으나, 현재 덴마크의 여왕에게서 가장 큰 이유를 찾아볼 수가 있다. 현재의 덴마크 여왕인 ‘마르그레테 2세’(1972년 즉위)는 코펜하겐대학교, 유틀란트의 오르후스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런던 경제학교, 소르본대학교에서 학업을 한 수재이다. 1953년에 덴마크 헌법이 여자도 왕이 될 수 있도록 바뀌면서 맏딸이었던 그녀는 18세가 되면서부터 왕위 상속에 대비해 국무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했고, 1967년 프랑스 외교관 백작과 결혼했으며, 그의 부왕‘프레데리크 9세’가 죽자 왕위에 올랐다.

1950년 한국전쟁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세계 각국은 대한민국을 돕기 시작하였는데 덴마크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은 아니지만 의료지원과 봉사활동으로 우리나라를 도왔다. 그 당시 10대로 의료봉사단원이 되어 한국을 방문했던 소녀가 바로 현재의 여왕이다. 그 후 그녀는 북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3국이 숭고한 인류애로 한국에 북유럽의 선진 의료기술을 지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1958년 우리나라의 국립의료원 개원식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2007년에는 덴마크의 여왕 신분으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함으로써 그녀가 세 차례의 한국 방문을 통하여 비참한 전쟁의 폐허에서 급속도로 변모한 한국의 발전을 직접 보았고, 그 발전의 현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의 현장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연유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매우 호의적이다.

‘아말리엔보르 궁전’ 지붕에 덴마크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보니 여왕이 궁 안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70세를 바라보는 여왕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나간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검소하고 개방적인 나라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궁전의 사방 문은 완전히 개방되어 모든 사람들과 차량들이 마음대로 드나든다. 궁의 현관에서 곰 털모자를 쓴 위병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게피온 상
게피온 상

 

덴마크에는 건국신화가 있다. 천상의 여신 게피온이 스웨덴 왕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약속을 하였다. 게피온이 하룻밤 동안에 경작해 내는 땅의 크기만큼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땅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땅을 받기로 한 게피온은 자신의 아들 4명을 황소로 변신시켜 땅을 갈도록 하였다. 하룻밤의 경작으로 이루어진 결과로 게피온은 코펜하겐이 있는 셸란 섬을 얻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덴마크의 선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1908년 칼스버그 재단은 코펜하겐 시에 기념물을 만들어 기증하기로 하였다. 덴마크의 조각가 안데스 분드가르드(Anders Bundgard)에 의하여 제작된 게피온 분수대(Gefionspringvandet)가 바로 코펜하겐에 세워진 기념물이다. 황소 4마리를 몰아붙이며 경작하고 있는 게피온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었는데 강한 이미지와 역동적인 힘을 보여주는 게피온 상이 품어져 나오는 분수대의 흰 물거품과 아름다운 교회를 배경으로 하여 너무나도 아름답다. 

 

인어공주 동상
인어공주 동상

왕립극장에서 공연한 발레 '인어공주'를 관람한 카를스베르 맥주회사의 2대 사장이었던 카를야콥센은 덴마크에 또 다른 상징물로 ‘인어 공주상’을 만들 생각을 하였다. 왕립극장의 프리마돈나를 모델로 하여 1913년에 조각가 에드바르트 에릭슨에 의해 80cm 높이의 조그마한 인어공주 상이 완성되었고, 덴마크의 해안에 세워진 인어공주상은 아직도 코펜하겐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기대보다 못하여 실망하는 곳이 세 곳이 있다고 한다. 벨기에의 수도 부르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 독일 라인 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에 있는 조각상,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이 바로 그곳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우리는 가끔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유적지에서 유형문화재의 형태와 관계없이 시대정신과 역사에 감동하는 경우가 있다. 크던 작던 좋던 나쁘던 여행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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