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창의성 교육이 필요하다

  • 입력 2020.05.12 20:11
  • 수정 2020.05.12 20:12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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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3차원의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2차원적 삶을 살고 있다. 중력이라는 물리적인 제약과 신체적 특성 때문에 인간은 자력으로 하늘을 날 수가 없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정원(正圓)을 그릴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상상력을 이용하여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고 정원을 그릴 수도 있다. 인간은 물리적 힘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2배의 일을 하기는 힘들지만, 상상력으로는 수십 배, 수백 배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인간이 지금 상상하고 있는 일은 언젠가는 인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상상의 힘을 창의성이라고도 한다. 창의성을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능력, 역(逆)사고 능력, 확산적 사고력, 수평적 사고력, 직관적 사고력 등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창의성과 IQ의 관계에 대해 겟젤스와 잭슨(Getzels & Jackson)은 실험을 통해 고창의성 집단과 고지능 집단 간에는 성취도나 성취동기에 있어서 차이가 없으나, 교사들은 지능이 높은 학생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미술 시간에 교사가 각자 자기 머리를 그리라고 했을 때, 한 학생이 "선생님, 그런데 겉머리를 그릴까요, 속머리를 그릴까요?"라는 질문을 했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을 한 학생을 창의성이 있는 학생으로 판단하고 교사도 창의적으로 답변해야 하는데, "얼굴, 코, 눈, 입 등을 그려야지 머릿속을 그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부분 이 같은 질문을 하는 학생은 교사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교사의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창의성이 있는 학생의 질문은 교사가 쉽게 답할 수 없는, 교사를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창의적인 질문을 한 학생은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창의성은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민감성 등 그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변화되지만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시절에는 높아지다가 중학생이 되면 동조성 때문에 낮아지고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높아진다고 한다. 창의성이 있는 학생은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며 집중력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비협조적이며 유머가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 창의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보다 환경적 요인, 즉 교육을 통하여 계발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창의성 계발 방법으로는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에서 비판을 금지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하고 이들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는 방법, 기본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수합하고 그 아이디어를 평가하여 가장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방법, 다른 것과 합하기, 순서를 바꾸기, 용도를 다르게 하기, 겉과 속을 뒤집기, 규격에서 벗어나기 등을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의 잠재적 창의성을 찾아 그것을 계발하고 신장시키는 교육을 어려서부터 실천해 가는 것이 좋다. 어린 시절에는 가정이나 놀이방, 유아원 등에서 놀이를 통하여 창의성을 신장시키고, 초·중등학생이 되면 창의성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창의성을 신장시키되 교수-학습 과정에서 확산적 발문이나 각종 교수 매체를 이용한 창의성 계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창의성 교육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창의성은 특정인의 소유물이다', 'IQ가 높은 학생이 창의성이 높다', '창의성은 일반 수업 과정에서도 잘 신장된다', '창의성은 자율적 분위기만 있으면 된다', '창의성은 지식이 필요 없다' 등 창의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고정관념 때문이다. "9ℓ짜리 비커와 4ℓ짜리 비커를 이용하여 9ℓ짜리 비커에 6ℓ의 물을 채워라"는 문제를 풀게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9ℓ짜리 비커에 물을 부어 넣을 생각만 하기 때문에 정답을 구할 수가 없다. 반대로 9ℓ짜리 비커의 물을 버리는 생각, 즉 역사고를 하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 다음과 같은 9개의 점을 최소의 직선으로 띄지 않고 이어보라는 문제 역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지 않고는 직선을 5개 그러야만 9개의 점을 이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확장하여 직선을 점 밖으로 끌어낸다면 4개의 직선으로 9개의 점을 이을 수 있는 것이다.
 
 
창의성의 적은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을 깨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 위의 두 가지 문제를 각종 연수기관에서 수강생들에게 풀게 하면 나이가 많은 수강생일수록 잘 풀지 못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보다 암기력이나 추리력, 상상력, 창의력이 더 떨어지고 고정관념이 더 강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나 이해력 그리고 창의력이 더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는 자녀의 창의성이 길러지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부모의 대행 학습과 너무나도 친절하게 꾸며진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참고서는 간략하게 만들게 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예․복습과 과제를 하도록 하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친절한 헬리콥터 맘 교육이, 교사 주도형 수업이 자녀나 학생들의 창의성에 역기능으로 작용함을 생각하고, 앞으로 공부 방법과 교수 방법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부모나 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창의성은 개인의 삶을 풍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경쟁력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적 능력이다. 청소년들에게 하늘을 나는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창의성 교육에 개인의 미래는 물론 가정과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자녀에게 창의성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갖고, 항시 '왜(why)?'라는 생각을 하면서 질문을 많이 하고, 주어진 학습 과제에 대하여 집착력을 갖고 인내심과 자력으로 끈질기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을 갖게 하자.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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