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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것들의 최후, '연기'의 혼을 그리는 화가

기사승인 2020.05.29  16: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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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길실 작가

가연성 물질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연기. 공기 중에서 이리저리 흩날리다 금세 자취를 감춰버린다. 공중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어떠한 모양새를 갖춘 듯 보인다. 혹시 그것이 연기의 '실체'는 아닐까. 임길실 작가는 하얀 캔버스 위에 연기의 무게를 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임 작가의 작품은 ‘연기’라는 주제 아래 개념성이 강한 면모를 보인다. 연기처럼 사라지고 연기 속에서 비추는 형태의 아른거림은 임 작가 내면에서 솟아나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제로서 작용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김수영 시인의 <연기>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에는 ‘연기의 정체는 없어지기 위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임 작가가 표현하는 연기 또한 같은 맥락이리라. 그의 작품에는 연기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자취가 포착된 것처럼 자리한다. 이는 임 작가에게 있어 소멸하고 싶은 존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과정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나긴 세월 동안 자유롭지 못했던 자신의 존재, 자신 안의 소리를 ‘연기’라는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임실길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의미의 무게에 관하여'
임길실 작가의 작품은 '의미의 무게'에서 출발한다. 만약 어떤 의미가 실재적 무게를 가지고 있어서 그 무게를 우리가 잴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인가. 혹은 만약 모든 비물질적인 것들의 의미를 측량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들의 본질에 한층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연기는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시각으로, 혹은 냄새로 인한 후각으로, 또 드물게는 촉각, 청각, 미각을 통해 인식될 뿐 물리적인 실체를 갖지 않는다. 임 작가는 연기가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충분조건이라 말한다.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잴 수는 없겠지만 그 의미의 무게는 누구나 느낄 것입니다. 크게 보면 일시적인 현상과도 같은 우리의 삶의 모습과 연기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의미의 무게는 본질적으로 지극히 역설적입니다. 제 안에 묵직하게 자리한 인생의 트라우마 내지는 암울했던 기억들을 캔버스 위 하얀 연기로 소멸시키며 자유를 향해 유영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작가, 자유로운 존재를 동경하다

연기는 공기 중에서 어떠한 것에도 통제를 받지 않고 부유한다.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임길실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표현은 자신의 내면을 밀어낸다는 의미로 연기라는 조형언어를 통해 주관적 심정을 고백하고, 주체적 본질을 사색하게 해주며 이내 자유자가 된다고.

피어오르는 연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연기’에서 느껴지는 특성상 하얀 캔버스는 바탕 작업에서 이미 여러 번의 반복 작업으로 인해 매끄러운 대리석처럼 만들어진다. 떠오른 이미지를 스케치하고 여기에 초벌칠을 하고, 마르면 다시 반복해서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수없이 거듭되는 덧칠의 과정을 이어가며 층을 만들어내며 완성의 단계로 이어간다.

실제로 임 작가의 그림을 감상한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열린 임길실 작가의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을 접한 강원대학교 유인순 명예교수는 이런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임길실 작가의 작품을 일별(一瞥)했을 때에는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시 보면서 그것은 연기의 형상을 했을 뿐, 연기가 아니라 움직이고 소리치는 살아 있는 생명체들로 보였다. 갑자기, 머리에 둔중한 타격을 받은 듯 휘청했다. 움직임에도 정중동이 있고 동중정이 있으며 소리에도 고저장단, 강약 그리고 청탁이 있어 저마다의 리듬을 타듯 그림 속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누군가 시는 노래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반대로 그림은 보여주는 시라고도 했다. 임길실 작가의 그림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임 작가가 연기의 형상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 들려주고자 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는 의미의 무게와 연기의 무게는 현실적으로 잴 수 없다는 데서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 그들은 다만 느낄 수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미의 무게를 추구하는 것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기에 연기의 형상을 통해 그 본질을 추구하는 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아와 대상의 교류와 교체가 이루어지는 순간 작가의 내면에 있던 에너지, 달리 말해 창작혼이 상승하고 충돌하고 화합하고 격한 충돌이 민망해하며 서로를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갤러리 가득 혼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줍은 사랑의 고백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분노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온몸으로 흔들어대며 발산하는 청춘의 몸부림이 있었다. 고독으로 절규하는 모습도 보였다. 혼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혼들이 소리 내고 있었다. 임 작가의 작은 체구 어느 곳에 그렇게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혼들이 기거하고 있는 것인지 경이로웠다.”

'연기'로 남은 어둠, 행복을 찾아나가는 길을 밝히다

임길실 작가에게 있어 연기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실체는 무엇일까. 그는 미성숙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그의 성장과정에 있어 잠재돼 있던 암울함이 지금의 작품들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스스로 추측해본다.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이미 손위형제들은 사회생활을 위해 타지로 떠나고 지병이 있는 아버지와 가장의 역할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 교내 작은 미술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어린 마음에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텅 빈 교실에 혼자남아 어두워질 때까지 그림 그리기를 했고, 엄마는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등불을 들고 학교로 저를 데리러 오시고는 했어요. 아픈 아버지와 둘이만 집에 있는 것이 싫었거든요. ‘그림’이란 그야말로 탈출구이자 도피처 그 자체였던 셈이지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미술반에 들어가 그림을 실컷 그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학에 갈 때까지 다른 친구들처럼 미술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관계로 매일 학교 바깥의 풍경들을 그려 일주일 것을 모아 미술선생님께 검사를 받고는 했는데, 교무실 문을 나설 때면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임길실 작가 내면에 자리했던 어둠들이 진정 연기와 함께 날아간 것인지,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일상은 아침운동과 함께 시작된다고 했다.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하기 전 요가원에 들러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작업실에 오면 좋아하는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어요. 어릴 적 힘들었던 일들을 이제야 보상받는 느낌도 듭니다. 내 자신을 갉아먹던 우울한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분출시키니 자연스레 행복이 찾아오네요.”

오는 6월 새로운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임길실 작가. 다시 한 번 대중에게 빨려 들어갈 듯한 ‘연기의 혼’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한 이들 모두 내면의 어둠을 태우며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응원한다.

Profile

現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아트메트로 회원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졸업

개인전
2020 "Weight of meaning" 展 가이아 갤러리 (서울)
2020 "의미의 무게" 展 ab갤러리 (서울)
2017 "내 안의 관계“ 展 갤러리 레드 (서울)
2016 "Borderline" 展 갤러리 H (서울)
2015 “한국의 四季” 展 갤러리 지움 (서울)

단체전
2020 강원아트페어(2020GAF) 개인 부스전 (강릉)
2020 조형아트서울 PLAS CONTE MPORARY ART SHOW (서울, 코엑스)
2020 한국미술협회 회원전 (지상전)
2020 LA ART SHOW / LA Convention Center (미국)
2019 불우이웃자선전 (서울 청담동 GALlERY 41)
2019 SEOUL ART SHOW 2019 (서울, Coex) 
2019 ASYAF(히든아티스트) 개인부스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프라자 DDF)
2019 ARTMETRO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문전 (서울, 갤러리 H)
2019 OUR Heterotopia (서울, 바이올렛 갤러리)
2019 서울미술협회 회원전 (서울, 한전아트센타)
2017 OUR Heterotopia전 (서울, Art&space312)
2017 SEOUL ART SHOW 2017 (서울, Coex) 
2016 서울미술협회 회원전 (강원도, 강릉시립미술관)
2016 야단법석소품전 (서울, 인사동 갤러리 I)
2016 View point전 (서울, 갤러리 72-1)
2016 예술창작 흐름전 (서울, 홍익대학교-현대미슬관)
2015 상상연대 2전 (서울, 가이아 갤러리)
2005 한국풍경화가회전 (서울, 서울갤러리)
2004 아름다운 서울그림전 (서울, 시립미술관-본관)
2004 중국 장가계협회 초대전 (중국, 장가계)
2004 한국미술제 (과천, 시립미술관)
1999 한국풍경화가회전 (서울, 서울갤러리)
1998 아름다운 서울그림전 (서울, 시립미술관-본관)

수상
2016 서울국제일러스트레이션 입선
2016 강남미술대전(서양화) 특선
2015서울미술대상전(서양화) 입선
2013 013사이버트랜드 장려상
2004 한국미술제(서양화) 대상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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