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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상처를 보듬어줄 때 '진정한 치유'가 된다

기사승인 2020.06.30  09: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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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미 작가

지난 1998년 개인전 이후로 돌연 자취를 감췄던 김영미 작가가 2015년, 인고의 세월을 담은 작품 <노스탤지아>를 세상에 내보였다. 18년의 시간은 그의 재능을 펼칠 수 없게 가로막은 장애물이자 어두운 터널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깊어질 수 있게 한 밑바탕이었다. 그간의 공백을 차곡차곡 메우기라도 하듯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며 꾸준한 개인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김영미 작가를 만났다.

 

인류 태초의 표현 '빗살', 현대의 색을 입다

김영미 작가는 마치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벽에 대고 암각화를 그리듯, 캔버스 위에 조각칼로 상처를 내고 그 위에 색을 입혀 보듬는 과정을 거치는 독특한 기법을 선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술을 처음 접한 이후 중학교 시절에는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인 김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학과 및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그곳에서 배운 다양한 기법과 장르 중 가장 흥미를 느꼈던 판화수업은 그의 작가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김영미 작가의 대학원 논문이었던 「한국선사암각화의 형상에 과한 연구, 1994」에서 시작된 이 테마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퇴적된 형상> <노스탤지어> <사랑나무> <심상> 등 제 작품 모두 빗살무늬를 근본으로 합니다. 빗살의 선이야 말로 인류의 표현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워낸 토기에 빗살이며, 인위적이지 않은 빛깔, 그리고 순수하고 원초적인 본성을 담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각(角)은 김영미 작가의 시원(始原)이다. 태초에, 즉 색료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선사인들은 암벽 위에 날카로운 각으로 생각을 표현하였듯이 김영미 작가의 작품 또한 이를 근거로 한다. 캔버스를 암벽삼아 사상과 일상, 염원의 형상을 배제한 추상 형상과 색을 새겨 넣는다. 그 과정은 김 작가 안에 있는 심리적 통증과 이에 반한 긍정적 치유를 결과물로 쏟아내는 과정이다. 상처, 흠집, 부정, 폭력 등 부정적인 것을 상으로 표현하고, 색선과 색면으로 덮어 치유하기를 반복한다.

"한 때의 저는 모든 굴욕, 권력과 현실에 짓눌려 작아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역사이전 시원(始原)시대의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지요. 저의 30~40대는 내 인생이 아닌 타자를 위해 살아야 했습니다. 오랜 고통 끝에 드디어 내 자신을 찾고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그린다는 말보다 캔버스에 쏟아내고 힘을 가한다고 말하는 게 옳겠네요. 이 힘으로 순수하게 조각칼과 나무나이프 등으로 긁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다시 긁어내기를 반복하지요. 반복되는 무수한 선에서 안식과 평온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내면의 아픔, 예술로 승화시키다

김영미 작가의 작품 활동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행위로도 볼 수 있다. 김 작가의 최근작 <심상>은 무수한 빗살로 채워져 있다. 이는 처음에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다음은 타인의 상처를 보듬고자 함이다. 또, 김 작가는 원색을 최대한 배제한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평온함을 느끼고, 자신의 옛 추억과 그리움으로 선한 마음을 보듬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때문에 어둔 빗살만이 아니라 황색의 찬란한 빛살을 그려 평안함을 남기고자 한다.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게 되고, 또 그 상처에 아파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무수한 상처들 속에서 피해야 했고, 견뎌낸 끝에 타인의 상처를 덮어줄 연고의 역할이 되고자 합니다. 해서, 심상(최근)작은 원색을 배제하고 두가지 이상의 색을 써서 색을 풍요롭게 하고, 많은 형상을 넣지 않아도 평온을 주는 그림을 하게 된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긍정적 이미지보다 깊게 남게 되는 건 학대, 소외감, 파괴, 상처 등 부정적 이미지입니다. 이는 인간의 성격이나 성향 형성에 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둬놓지 않고 선하게 승화 시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치유를 선물하는 작가

치유(治癒)란 물리적인 상처를 낫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면의 평화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예술을 즐기는 이유 중 ‘치유’의 역할도 지대하다. 즉 예술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김영미 작가는 오는 8월 28일, 17회 개인전 <심상-2>의 개최를 앞두고 있다. 김 작가는 <퇴적된 형상>을 시작으로 <심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상처가 위로받고 치유되는 계기로 자리매김 하길 소망한다. 김영미 작가가 상처를 승화시켜 치유로 이끌어낸 작품들이 보는 이에게도 치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Profile

1968년 경기도 포천 출생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前 군산대학교, 목원대학교, 대진대학교, 우석대 출강

개인전
2020 갤러리이즈(서울)
2019 미술세계기획초대전(서울)
2018 이노갤러리(서울)
2018 6월 갤러리봄뜻기획초대전(서울)
2018 5월 갤러리봄뜻개관초대전(서울)
2018 까루나갤러리(서울)
2017 재복갤러리 초대전 (광주광역시)    
2017 유나이티드갤러리(서울)
2017 아라마리나 D 23 요트(인천)    
2016 인사동담갤러리(서울)
2016 아트리에(안양)
2015 갤러리 환(서울)
2015 소셜갤러리(서울)
1998 단성갤러리(서울)
1995 Swan Gallery (New York)
1995 공평아트센타(서울)

그룹전
2019 봄, 네갈래길전(미술세계, 서울)
2018 명동 로드갤러리(서울)
2017 한가람 아트갤러리기획 봄나들이전(남송미술관, 가평) 

수상
1997 16회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1996 15회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1995 14회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1993 MBC미술대전 입선
1992 미술세계대상전 대상
1992 춘추회미술대전 입선
1990 한국화대전 입선

아트 페어
2019 조형아트페어PLAS (코엑스/서울)
2018 히즈아트호텔페어 (임페리어호텔/서울)
2017 코리아 스타일 위크 컬렉션KSW (코엑스 /서울)
2017 조형아트페어PLAS (코엑스/서울)
2017 롯데호텔아트페어 (롯데호텔)

작품소장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지리산 현대미술관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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