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코로나19와 대학

  • 입력 2020.07.21 18:17
  • 수정 2020.07.21 19:12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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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대학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개학 이후, 대학에서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니 학교 시설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이미 낸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달라는 등록금 반환 투쟁을 하고 있다. 발 빠른 학생들은 이미 휴학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다음 학기에 등록을 꺼려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휴학을 할 것이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교들에는 학교마다 평균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데, 다음 학기에 혹은 내년에도 계속 등록을 할지 대학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의 재정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휴학을 하면 대학들은 치명적인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 이래 대학생이 되는 연령층의 인구 감소로 대학지원자도 급감하고 있어서 대학의 위기는 일찍이 예상되었는데, 이 대학 도산의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앞당겨지면서 눈앞으로 다가 왔다.

지금 대학가는 등록금 투쟁이 한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이 인터넷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사이버대학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학비는 사이버대학보다 두 세배 이상 많이 납부했으니, 낸 등록금의 일부를 반환하라며 투쟁하고 있다. 이 논란은 다음 학기에도 계속될 것이 예상되고 이 갈등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대학가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더 큰 고민은 대학이 코로나19사태 이전의 대학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기를 마무리해가는 대학들은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의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영국의 많은 대학들은 2021년 여름까지 모든 대면 강의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한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이미 다음 학기까지 대면 수업은 없다고 선언하고 모든 학사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강의를 계속하면 등록금은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는가 논의가 뜨겁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가을에 시작되는 새 학년도의 등록금은 감면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영국은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과 비교하여 최소한 2배 이상이고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3-4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영국에서 실시된 어떤 조사에서 약 20%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연기할 수 있다고 한다. 입학을 유예하고 대학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대학이 문을 연 것도 닫은 것도 아닌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더 지속될 것이 예상된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대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 최초의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된 이태리의 볼로냐대학(University of Bologna)이다. 그 후 영국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각지에 유수의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그 당시에는 성직자들이나 귀족들과 그 자녀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가르치고 배웠다. 조합이므로 수업료 등은 없었다. 주로 교회의 시설을 빌려서 강의를 했다. 당시에는 책이 귀해서 주로 수도원에 있는 책들을 필사를 했는데, 200쪽의 책 한 권을 필사하는 데 4-5개월이 걸렸다 한다. 그래서 책은 수도원이나 귀족의 집안에만 있는 귀한 것이었다. 1440년경 독일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였고, 인쇄술이 유럽 각지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책값이 크게 떨어졌다. 필사본 책 한 권의 값은 집 한 채의 값과 비슷했는데, 금속활자의 출현으로 책은 돼지 한 마리의 값으로 떨어졌고, 인쇄소가 늘어나 경쟁이 생기자 값은 더 떨어졌다. 

인쇄술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환경에 대학들은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책이 보급되면서 교회와 대학이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지나버렸다. 대학이 아니어도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지식을 구할 수 있었고, 대학이 아니어도 지적인 교류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지식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학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맞아 변신하지 못했다. 대학이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이 침체가 끝난 것은 1810년 독일 베를린에 훔볼트대학이 설립되면서부터였다. 나폴레옹에 패한 독일은 대학을 통해 엘리트를 양성하고, 국가를 근대화시키려 하였다. 자유주의자 훔볼트는 기존과는 전혀 새로운 대학을 만들었다. 독일 사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든 지 350년이나 지나서의 일이다. 부국강병을 목표로 세운 이 대학이 내세운 모토는 자유였다. '가르칠 자유'와 '배울 자유'였다. 교수들이 봉급을 받는 제도도 이때 만들어졌다. 자유로운 연구와 선의의 경쟁이라는 훔볼트대학의 모델은 이후의 전 세계 모든 대학이 목표로 하였다. 분명히 훔볼트대학 이후의 근대대학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세상을 크게 바꾸었다. 훔볼트 대학 설립 2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확산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한번 대학과 배움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글이 대학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아마존이 유튜브를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에 구글이 혹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튜버들을 모아서 이들이 생산해 내고 또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로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자기 학교의 학위증이 구글 대학의 학위증과 어떻게 다르다고 설명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은 대기업들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코로나19사태를 맞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많은 대기업 회사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나도 예전과 같은 근무형태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졸업장과 인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개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업무수행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능력을 유튜브에서도 키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하는가에 연구가 집중될 것이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해결책을 정부와 대학 당국은 낼 수 없다. 살아남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개인들이다. 덩치가 큰 공룡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은 구글 대학과 아마존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앨빈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가 변화의 속도에 대해 말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학교는 시속 10마일로 달리고, 정치조직은 시속 3마일로 달리고, 법은 시속 1마일로 달린다고. 우리의 교육체계에서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준비시킬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런 최고의 기업이 직접 대학을 만들면 학생들은 그런 학교에 다니지 않을까? 물론 그 학교는 중세 때 대학처럼 학비도 없다. 세계 최고의 교수진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과연 어떤 학교에서 배우려 할까? 이제 구글 대학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을까?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질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진정한 적자생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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