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싹 트는 우리아이의 무한한 재능을 발견할 시간

김정실 봉화산숲키움터유치원 원장

  • 입력 2020.08.03 14:41
  • 수정 2020.08.03 18:50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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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부의 관심사는 온통 자녀양육으로 쏠리게 된다. 우리 아이가 인성이 바른 아이, 재능이 많은 아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지사다. 때문에 특성화된 유아교육기관이나 학원 등에 보내는 등 일찍이 선행학습을 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자연에서 뛰노는 것이 아이들의 신체발달, 정서발달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등이 등장하면서 ‘숲 유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 봉화산에 자리한 '봉화산숲키움터'는 사시사철 생명이 피고 지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뛰놀며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형식의 학습을 통해 신체적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환경이나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즉, 우리 아이의 몸 건강과 마음 건강까지 모두 책임지는 공간인 셈이다.

피플투데이는 숲 향기 가득한 봉화산숲키움터에 방문해 김정실 원장과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과 그의 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열린 공간, 열린 마음으로 숲 교육의 장을 열다
봉화산숲키움터와 같은 '숲 유치원'은 1968년 독일에서 최초로 세워져 학부모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추세다. 모든 교육과 활동이 숲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숲에서 걷고 뛰고 놀며, 온전히 숲을 느끼고 만나는 경험을 한다.

김정실 원장이 숲과 자연을 교육의 공간으로 선택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일반 유아교육기관에서보다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데 탁월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

"사람은 각자 다른 재능과 각자 다른 색을 지니고 태어나기 마련인데, 어린 시절부터 짜여진  교육의 틀 안에 맞추게 되면 아이들이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일반 어린이집에서 교사부터 원장까지 유아교육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던 보람은 사라지고 회의감만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후 과감하게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접고, 총신대에서 사회복지공부를 하다가 연이 된 원장님의 권유로 숲 유치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원장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언어 발달이 늦거나, 경증 장애가 있는 아이, 마음이 닫혀있는 아이 등의 아이들을 돌보았어요. 자연 속에서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것이야 말로 제 남은 삶 동안에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개입이 주체적인 아이로 성장시킨다
이렇듯, 봉화산숲키움터는 김정실 원장의 교육 방침 아래 교사들이 주가 아닌, 아이들이 주가 되는 교육을 실시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정하고, 의견을 내어 또래 친구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갈등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제시하는 등 사회질서를 배우고 주체성을 배워가는 것이다. 

예컨대, 만들기를 하나 하더라도, 모두가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완성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고, 산과 들에서 재료를 직접 구해 꾸미고 완성하도록 도우며, 교사의 주도하에 활동을 진행하게 되더라도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존중해주는 선에서 활동을 진행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지만 캠핑장이나 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즐기는 ‘들살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평소에는 할 수 없던 체험을 통해 독립심은 물론 포용력과 탐구심, 관찰력 또한 성장시킨다.

"오로지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학습을 지향하다보니 일각에서는 선행학습에 대한 걱정을 많이들 하십니다. 하지만 공부도 기초체력과 집중력, 지구력, 자기주도력 등이 뒷받침 될 때 스스로 해 나갈 수 있어요. 자연에서 놀다보면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체득이 되지요. 선생님들의 동기유발과 또래 친구들의 인정을 받으며 성취감도 느끼다보면 웬만큼 어려운 것들도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도 금세 적응하고, 새로운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스스로 키움터에 오고 싶어 하고, 예민하고 짜증 많던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게 눈에 보이니 학부모님들도 굉장히 놀라워하고 만족해하십니다."

 
현명한 육아, '부모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정실 원장은 키움터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검색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아이를 잘 키워보기 위해 많은 육아정보를 수집하고 또 아이에게 적용해보기도 하지만 영 효과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과하게 수용할수록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어하고, 부모도 부모대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김정실 원장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육아코칭을 학부모에게 제공하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한다. 

"아무래도 키움터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가정에서의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두 생활공간에서의 교육방식이 전혀 다르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더 힘들어지고,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라면 가정에서의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행동 수정에도 수월해지겠지요. 실제로 아동발달센터나 심리치료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키움터에 많이들 찾아오시는데요. 오랜 시간 센터를 다녀도 차도가 극히 적었던 아이들이 숲 유치원인 키움터에 와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입니다. 교육자로서도 굉장히 뿌듯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지요."

 

부모와 자녀, 모두를 보듬어줄 공간 마련하고파
이처럼, 요즘의 아이들은 신체적 측면에선 과거보다 더 나아져가지만 내면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점차 늘어만 간다. 때문에 아동발달센터 등을 방문해 상담을 받고 문제행동에 대한 수정을 받지만 하루에 한 시간만으로 결코 아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알아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문제를 보일 때에는 그 기저에 부모의 영향이 지대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재 상담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정실 원장은 앞으로 ‘숲 놀이상담센터’를 열어 아이는 물론 부모의 마음을 보듬어주며 올바른 육아의 길로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자녀가 귀한 아이들은 사랑받는 것이 익숙해서 자기중심적이며 때론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자립심이 부족하고 수동적인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부모의 눈에는 아이가 너무나 유약해보이겠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인하다는 것을 알고, 실패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건강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가정에도 행복이 찾아오는 법이다. 키움터를 통해 배출된 내면이 건강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간다면 세상에도 건강한 인재들은 늘어갈 것이다. 김정실 원장의 노력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한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Profile

총신대학교 졸업
상계제일선교원 원장
상계제일어린이집 원장
청계산어린이집 원장
청계산숲자람터 원장
국제 신학대학원대학교(목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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