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영화 <김씨표류기>

  • 입력 2020.09.24 09:50
  • 수정 2020.09.24 10:41
  • 기자명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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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볼일이 있어 여의도를 오갈 때 주로 버스를 타고 마포대교를 지난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보면, 바로 옆 다리인 서강대교 밑으로 외딴 섬이 하나 보인다. 노들섬이나 선유도 같은 곳과는 달리,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섬이다. 

영화 <김씨표류기>는 바로 이 무인도 '밤섬'을 배경으로 한다.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밤섬에 남겨지게 된 남자.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카메라를 통해 그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김씨'가 남자주인공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에 써있는 'male Kim', 'female Kim'이라는 배역명을 보고, 그제서야 영화의 타이틀이 이 두 남녀 모두를 의미한다는 걸 깨달았다. 두 '김씨'가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각자의 세계 안에서 지내는 것을 '표류'라고 표현한 것이다.

따로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Castaway On The Moon'였다. 달, 그리고 두 주인공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주류'라는 점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위성이다. 남자는 직업, 연애, 돈 그 어떤 것 하나도 똑부러지게 쟁취하지 못했다. 여자는 스스로를 방에 가둔 채 그저 인터넷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두 사람 모두 ‘성공한 삶’의 전형과는 동떨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있었다.
 
여자주인공은 무려 3년 동안이나 방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던 그녀는 무인도에서 비둘기똥으로 농사까지 지어가며 생활하는 정체 모를 남자를 보고 엄청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혀 하루 종일 그를 관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집 밖을 나가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것은 본능에 내재된 욕망이다. 그것이 소위 '인싸'든, '아싸'든 간에 말이다. 여자는 메시지를 담은 와인병을 다리 위에서 섬으로 던지는 방식으로, 남자는 모래 위에 글씨를 크게 새기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서로 소소한 소통을 나눈다.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던 이들은 이 행위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인식하게 됐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서로 충족시켜 나간 것이다.
 
인생에 시련만 가득하고, 내 편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코로나19로 인해 물질적, 정신적 타격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감정을 겪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희망을 놓치지 않고 버텨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정서적으로 더욱 강하게 연대해야한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따뜻하게, 누군가의 자존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가끔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을 때 고독의 늪에 빠져 슬퍼하지만 말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반드시 당신 곁에는 가족, 친구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무인도에 떨어져도 누군가는 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바로 이 영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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